곽재식의 아파트 생물학 - 소나무부터 코로나바이러스까지 비인간 생물들과의 기묘한 동거
곽재식 지음 / 북트리거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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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 소식을 듣자마자 몹시 읽고 싶었다. 콘크리트 아파트촌 주변에 새로이 터를 잡은 생물들에 대한 이야기라니, 이토록 무해하면서도 건설적인 주제일 수 있을까 싶었다. 평소 곽재식 작가의 위트있는 글을 좋아했던 터라 더욱 궁금했다.

아파트는 분명 새로운 생태계를 형성하는 데 일조하였고, 생물들은 인간이 인식하고 있든 그렇지 못하든 이 아파트라는 환경에 나름대로 적응하여 생존해오고 있다. 소나무, 철쭉, 고양이 등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생물, 모기나 집먼지진드기처럼 유해하다고 여겨지는 생물 등 다양한 사례가 등장한다. 아파트 조경을 위해 대량으로 심은 덕에 번성하게 된 식물이 있는가 하면, 아파트 덕에 안정적인 주거환경을 공급받게 된 날벌레와 진드기도 있다. 인간과 그 밖의 생물들이 어떻게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고 있는지가 때로는 건조하게, 때로는 유머러스하게 펼쳐진다.

글이 몹시 매끄러우며, 전문적인 지식이 정확하고 쉽게 서술되어 있다. 저자가 과학 뿐 아니라 문학, 역사, 시사 등 다방면에 풍부한 지식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느껴진다. 비전문가인 독자들의 흥미와 관심을 유발하기 위해 다양한 소재를 활용하고 있지만, 과학 지식 전달에 있어서만큼은 정확성을 최우선순위로 둔 듯하다. 이를 위해 여러 연구와 논문이 동원되어 있다.

가장 좋았던 부분은 글에 SF적 상상력이 군데군데 가미되어 있다는 점이다. 어떤 부분인지 찾아가며 읽는 것도 재미있으리라 생각한다. 여담이지만 SF야말로 동시대에 가장 필요한 문학 형식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데, 다양한 생물이 공존하는 현재와 미래를 상상하는 데 최적화된 장르이기 때문이다. 이 책이 남기는 여운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생물학 교양서를 넘어 그 이상의 다양한 생각과 상상의 여지를 남겨두고 있는 책이다. 즐겁게 읽었다.

*출판사 도서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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