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낮은 자존감'의 구성요소 중 '수치심'을 특정하고 있는 것이 이 책의 장점이다. 자존감이라는 말처럼 남용되고 오독되는 용어도 드문데, 분석 대상을 수치심으로 한정한 덕에 설명이 막연하거나 모호하지 않고 보다 직관적이다. 이 책에서도 자존감이라는 개념을 아예 사용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높은 자존감'을 찬양하고 당위를 부여하는 통속적인 에세이와 달리 독지로 하여금 자기검열을 덜 하게 하는 것 같다. 비교적 건조하고 가치중립적으로 서술하고 있는 편이다. 1부는 수치심의 원인, 양상 등을 다루고 2부는 그 수치심을 어떻게 다루면 좋을지 실질적인 방법을 제시한다. 수치심은 결국 불안정한 자기 인식(self-perception)에 대한 반응이다. 스스로에 대해 안정감을 느끼지 못하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어린 시절 양육자와의 관계가 큰 영향을 미친다. 그 결과 내면의 빈자리들이 생겨 수치심으로 이어지는데, 이 빈자리를 줄이기 위해서는 따뜻한 공감의 눈빛으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크게 새로운 내용이 있다기보다는 알고 있는 내용을 다시 한 번 가볍게 확인하기에 좋다. 특히 1부는 중요하고 핵심적인 내용 위주로 구성되어 있어 빠르게 읽어보기에 좋았다. 2부에서 해결책으로 제시하는 내용에도 크게 특별한 것은 없었다. 전반적으로 스스로 내면의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하고자 노력하는 과정에서 가볍게 참고가 될 만하다. 2부에서는 본격적으로 수치심을 덜어내고 보다 따뜻하게 자신을 바라볼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한다. 내면 깊은 곳에 정체성이 단단히 뿌리내리고 있다면, 남들이 나를 어떻게 바라보는지에 휘둘리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나 자신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하고, 동시에 타인과의 긴밀한 상호작용이 필요하다. 내가 나의 숨기고 싶거나 부끄러운 모습을 드러냈을 때 이를 있는 그대로 바라봐주고 적절히 반응해주는 타인(저자는 이를 타인의 '미러링'라고 표현한다)이 필요한 것이다. 스스로를 알아가기 위해서는 타인의 시선과 반응을 통해 나 자신을 바라보는 상호작용의 과정이 필수적이라고 한다. 책이 얇고 가볍다. 외출 시 간편하게 휴대하기에 전혀 무리가 없는 무게이다. 마음만 먹으면 앉은 자리에서 후딱 읽을 수 있다. 사례와 가벼운 설명 위주라 쉽게 읽히는 편이다. 책 디자인도 나쁘지 않고, 사진보다 실물이 더 나은 것 같다. 띠지를 사용하지 않고 책 표지 전체를 종이 커버가 감싸고 있는 디자인이다. 개인적으로는 관리가 번거롭고 결국 버려지는 띠지보다는 이런 방식이 더 좋다고 생각한다. *출판사 지원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