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중일기 범우문고 239
이순신 지음, 이민수 옮김 / 범우사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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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의 <칼의 노래>를 읽고 그 문체가 계속 마음에 남아있었는데, 몇몇 인터뷰에서 김훈이 인용하는 이순신의 <난중일기>를 보고, 이순신의 문장은 김훈 문장의 전신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완역본을 읽기엔 분량이 부담스러워(게다가 '오늘 동헌에 나가 공무를 보았다'가 연속되는 경우가 많아서)일단 요약본을 읽어보기로 결심하고 샀던 책이다. 중요 사건들이 모여 있어서 읽기는 편리하지만 편역인데다 특유의 '서릿발 문장'을 느끼기엔 한 문장안에 같은 단어가 반복되는 경우가 더러 있는 느낌이다. 그럼에도 이 책은 완역본을 찾게 만드는 힘이 있다. 무엇보다 이순신은 어느 상황에나 초연한 영웅이 아니라 기뻐하고 슬퍼하고 힘들어하고 분노하던 사람이었다는걸 다시금 깨닫게 해준다. 그의 아들이 죽은 소식을 들은 날 쓰여진 일기가 오래도록 가슴에 남을 것 같다.





저녁에 사람이 천안에 와서 집편지를 전하는데, 떼어보기도 전에 뼈와 살이 먼저 움직이고 정신이 황난하다.

겉봉을 대강 뜯고 둘째아들 열의 글씨를 보니, 겉에 '통곡'이라는 두 자가 써 있다.

면이 전사한 것을 마음 속으로 알고 간담이 떨려 목 놓아 통곡했다.

하늘이 어찌 이다지도 어질지 못한가. 

간담이 타고 찢어지는 것만 같다.

내가 죽고 네가 사는 것이 올바른 이치인데, 네가 죽고 내가 살다니 이것은 이치가 잘못된 것이다.

천지가 어둡고 태양이 빛을 변하는 구나.

슬프다, 내 어린 자식아.

영특함이 보통사람보다 뛰어났는데 하늘이 너를 머물러 두지 않는가.

내가 죄를 지어 그 화가 네 몸에까지 미친 것이냐

이제 내가 세상에 있은들 장차 무엇을 의지한단 말이냐

차라리 죽어서 지하에 너를 따라가 같이 지내고 같이 울리라.

네 형과 네 누니와 너의 어머니도 또한 의지할 곳이 없으니 아직 목숨은 남아 있어도 이는 마음이 죽고 형용만 남았을 뿐이다.

오직 통곡할 뿐이구나.

밤 지내기가 1년 처럼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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