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간다는 것
위화 지음, 백원담 옮김 / 푸른숲 / 2000년 10월
평점 :
품절


<살아간다는 것>은 영화 '인생'의 원작 소설이다.
살아간다는 것과 인생 이 두 말은 엄연히 차이가 있다. 얼핏보면 인생이 곧 살아간다는 것이 아닌가 해도 살아간다는 것에는 좀더 현실적인 냄새가 풍긴다. 그래서 나는 인생이란 말보다 살아간다는 것이 더 마음에 든다.

영화 인생을 보고 몇 달후에 이 영화의 원작소설이 한국에 나왔다는 얘길 들었다. 처음에 책을 접했을때 난 영화를 봤을때의 감동을 생각하며 책을 읽었다. 언제나 그렇듯이 영화와 글자가 주는 감동의 차이는 다르다. 영화가 눈에 보이는 것을 위주로 감동을 이끌어낸다면 책은 눈에 보이지 않는 내면 깊은 곳까지 감동을 이끌어낸다. <살아간다는 것> 또한 그러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난 수도없이 울었다. 버스 안에서 지하철 안에서 그리고 조그마한 내 방에서.... 왜 그리 눈물이 났는지는 알수가 없다. 이 소설이 <로미오와 줄리엣> 혹은 <러브스토리>처럼 이루어질 수 없는 슬픈 사랑얘기도 아닌데 내 눈에서 책을 폄과 동시에 언제나 뜨거운 액체가 흐르고있었으니 말이다.

그것은 아마도 그 챗속의 인물들이 주는 오묘한 감동 때문이리라.
이 책은 중국의 현대화 과정에서 격게되는 일련의 사건들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자유당과 공산당의 싸움, 공산당의 승리, 그리고 문화대혁명 등 참으로 어려웠던 시대를 배경으로 얘기는 이어진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이러한 어려운 시대 속에 살아가는 어려운 민중들의 얘기라는 것이다.

사건의 개연성이 조금 떨어지는 듯한 황당한 얘기들. 예컨데 만두를 먹다 의사가 죽어 아기를 낳으려는 부귀의 딸까지 죽는다는 것 그리고 어이없이 교통사고를 당해 아들이 죽는다는 것 등은 황당하지만 당시의 사회상을 정말로 리얼리티하게 반영하고 있다는 생각이든다. 나라가 어려웠던 그것도 사상적으로 다른 어떤 것이 용납될 수 없었던 시기에 민중들은 자신들의 피를 헌납하고 또 신기하게도 꿋꿋하게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작가는 말하려고 했던게 아닐까?

난 이 책에서 과거의 민중들의 삶과 그리고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삶을 생각했다. 어느 젊은이가 부귀라는 노인한테 자신과는 거리가 먼 그러나 가슴에 와닿는 옛날 얘기를 듣는 것처럼 우리들에게도 이 소설은 황당하지만 고뇌하게 만드는 소설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국인들의 그 어려웠던 삶. 그래서 죽음이란 것이 너무나도 쉬웠던 그때를 생각하게 해주는 책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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