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름
박범신 지음 / 한겨레출판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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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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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내가 알고 싶었던 것은 '시간의 주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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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교

​저자 박범신님의 [주름]..사실 프로필에 나와있는 소설<토끼와 잠수함>,<흰 소가 끄는 수레>,<향기로운 우물이야기>,<향기로운 우물 이야기>,장편소설<죽음보다 깊은 잠>,<풀잎처럼 눕다>,<불의 나라>,들 한 단어가 눈에 들어왔다. 바로 <은교>라는 장편소설이다. 이는 영화<은교>의 원작으로써 마냥 야한 영화라고 볼 수 없는,,복잡 미묘한 감정의 움직임과 이성과 감성의 흐름이 영화를 보는 내내 빠져 들어 가는 느낌을 받게 되어 왠지 모를 여운을 남긴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소설 [주름] 이 이야기 역시 주인공 ​김진영이라는 50대 중반의 누군가에게는 하나밖에 없는 아버지이며 남편, 한 남자의 시간의 주름에 관한 것으로, 주류제조회사 자금 담당 이사인 김진영과 시인이며 화가인 천예린이라는 4살 연상의 여자를 만남으로써 달라지게 되는 삶을 통해 인간의 욕망,선택,사랑,정체성과 갈등...등을 보여주고 있다.

김진영은 그다지 특별해 보이지 않는 평범한, 어쩌면 병약하지만 평생을 온순하고 정직하게 함께한 아내와 군제대 후 복학을 앞둔 성실한 아들, 한살아래인 딸을 둔 그다지 나쁘지 않은 삶을 가진 50대이다. 남들처럼 상식적인 적당한 때에 이르면 아들,딸 제짝 찾아 결혼 시키고, 자신은 퇴직하고 마치 인간에게 정해진 순리인양 시간을 좇아 흘러가는 삶을 살아가고 있던 주인공! 여느때와 다르지 않게 안방 거울 앞에 서서 와이셔츠 단추를 채우고 있을 때,

# 그날도 물론 그러했다.

내가 안방 거울 앞에 서서 와이셔츠 단추를 채우고 있을 때, 아내의 화장대 위에 놓인 탁상시계는 막7시1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아내는 부엌에 있었고, 딸애는 잠 속에 빠져 있엇다. 창밖엔 비가 내리고 있었으나 모든 것은 언제나 있어왔던 그대로였다. p49-50

​무심히 채우려던 단추 하나가 소맷부리에 늘어져 있는걸 발견하게 된다. 그간엔 아내에게 1분이면 단단히 매어줄 관행같이 길들여진 단추달기였지만, 오래되어 헤진 옷에 실밥의 일부가 풀려나와 그 끝에 대롱대롱 매달린 와이셔츠 단추를 무심히 바라보았고, 스스로 단추를 잡아맬 생각에 돋보기를 찾아 쓰고는 또 소맷부리 단추를 물끄러미 바라보다....."이것이 .....늙은 거야."라며 중얼거린다. 갑작스런 50대 중반 남편의 사춘기 같은 반항? 괜히 핀잔을 하며 아내에게 화를 버럭 내는 등...무언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변화라는 감정이 찾아오게 되었고, 때 마침 내리는 빗속을 걷고 지하철을 타며 내내 자신도 모를 분노와 적개심을 느끼게 된다. 이후 김진영은 자신이 우울증의 시초를 겪게 되고, 자신의 과거 꿈을 쫓아 무언가에 이끌려 화실을 찾아가게 되고 그곳에서 천예린을 처음 만나 그림에 대해 이야기 나누며 뒤늦게나마 자신의 꿈을 찾아 새인생을 살듯한 부푼맘으로 아내에게 찾아가 어린시절에 꿈꾸었던 자신의 꿈 이야기를 하지만 예상과 달리 격려하기는 커녕 흔한 잔소리로 끝이 나고 아주 오래전부터 아내와의 긴장과 감흥 없는 무난한 부부로 살아왔다고 느꼈던 그 순간...

동숭동의 소극장을 찾아가 시낭송을 하던 긴장과 두근거림, 설레이는 마음으로 천예린을 만나게 된다...

그러고 얼마 후 아무 말 없이 떠난 천예린을 찾아 김진영은 모두다 버리고, 회사의 자금을 횡령해 시한부 삶을 살고 있는 천예린을 쫓아간다. 아프리카,스코틀랜드,시베리아 바이칼까지...무언가에 홀린 사람처럼 찾아가​고 죽어가는 천예린을 만나 진정으로 자신이 무얼 원하고 바라는 것인지...소유, 완성이 다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무언가 잘못되어 가는 듯한 느낌...타락하는 듯한 느낌...50대 두 자녀와 아내를 둔 가장으로써 어쩌면 너무 이성을 잃어 버리는 건 아닌지...자칫 바람둥이 이야기는 아닌지..생각할 수도 있지만 어쩌면 한 인간으로써 바라볼 때에는 좀 다르게 이야기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동안 살아온 평범한 일상들이 어느 순간 나라는 존재가 사라져도 아무렇치 않을 것 같다는 걸 느낄 때! 곧 나라는 존재감과 내가 살아있고, 내가 중심이 되어지지 못할 때 확신이 없을 때 몰려오는 자괴감 같은 것? 김진영이 그의 나이 50대 중반 쯔음에 느꼈을 법한 것들이 아니였을까 생각해 보았다. 이제와서 난 무엇인가..라는 생각에 빠져버린 주인공처럼 지금도 어디에선가 누군가는 자신의 인생을 곱씹으며 선택의 기로에 서있으리라 추측도 해본다.

지난번 작가의 작품인 <은교>때와 동일한 여운이 깊게 남는 책으로 기억되며, 표현되어진 글들에서 느껴지는 중후하고 묵직한 느낌이 읽는 동안 인생의 깊이가 녹아 있어 보인다. 한 남자의 일탈, 타락으로만 바라보기 보다는 한 인간으로써 바라볼 수 있다면 소설<주름>을 좀 더 깊은 생각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되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비로소 책 표지에 앙상하게 그려진 양복속에서 삐져나와있는 나무 그림의 의미를 나름 이해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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