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군중
데이비드 리스먼 지음, 이상률 옮김 / 문예출판사 / 1999년 11월
평점 :
절판


이것은 사회적 성격에 관한 책이다. (서문이나 감사의 말 등을 건너 뛴, 본문의 첫 문장이다.) 우선은 '사회적 성격'이 무엇인지에 대한 개념 정리부터 필요하겠으나, 그것은 각자 책에서 확인해 보기 바란다. (솔직히 말해서 내겐 좀 어렵다.) 어쨌거나, 이 책에서 다뤄 보겠다는 '사회적 성격' 그것이 문제다.

 

이 책에서 무엇보다 흥미로운 것은 사회적 성격의 형성과 발전과정에 대한 연구의 시작점을 인구학적 측면에 두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곧 이런 의구심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인구학적인 객관적 사실들이 왠지 모르게 감정적이기 쉽고 즉흥적이며 변화 무쌍하기만 할 것 같은 인간들의 사회적 '성격'이라는 것과 어떤 관련성이 있다고?

 

에이 설마. 별 관심이 가지 않는 인구변천이란 것이 우리 인간들의 사회적 성격을 규정하는 원인이자 결과일 수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하지만 책을 읽어 나가다 보니,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S자형 인구증가 곡선은 고도증가 잠재력 단계, 과도기적 증가 단계, 초기의 인구 감소 단계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각각의 사회 발전 단계가 인간에게 전통지향적, 내적 지향적, 타인지향적이라는 사회적 성격 혹은 사회적 동조양식을 강요한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이러한 주장이 충분한 일리가 있는 것이라면, 지금의 한국 사회는 타인지향적 사회로 근접했거나, 이미 진행중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책을 읽는 중간 중간에  타인지향적인 사회임을 증명해주는 여러 사례들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리고 나 자신의 것이었다고 굳게 믿었던 어떤 것들이 사실은 내 것이 아니라는 사실, 알고 보면 타인들의 거대한 욕망과 이상에 나를 맡기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것은 두려운 일이었다. 타인들 너머에는 무엇이 있는지, 진정한 '나'의 생각은 존재하기나 한 것인지. 그리고 그보다 더 두려운 일도 있었다. 나는 혹시 시대의 흐름에 보조를 맞추지 못하는 전통지향적, 혹은 내적 지향적 인간은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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