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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복 입은 연금술사 - '단절의 시간'을 '연결의 시간'으로
김영호 지음 / 두란노 / 2022년 7월
평점 :
대한민국에서 남자로 살아간다면 피할 수 없는 것이 군 입대일 것이다. 꼭 한 번은 거쳐야만 하는 통과의례처럼 성장기 남자라면 다들 한번은 고민하고 한번은 거쳐가야 하는 곳이 군대이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고 하지만 결코 즐길 수 없는 곳이 군대이기도 하다.
아들이 군 입대를 하기 한두 해 전, 먼저 입대한 친구가 휴가 후 복귀를 하지 않아 군에서 우리 집으로 전화가 온 적이 있었다. 남의 아들 일이지만 걱정이 안 될 수 없었다. 그 후 아들도 입대를 했었고, 제대를 하기까지 18개월은 늘 걱정을 안고 살았다.
이 책은 군종목사인 저자가 현장에서 군인들을 만나며 겪은 일들을 군인 계급인 이등병, 일등병, 상병, 병장의 순서에 따라 4가지 인(참을 忍, 배울 認, 어질 仁, 사람 人)에 대입하여 각 10개씩의 에피소드들을 연결하는 방식으로 구성하였다. 그리고 각 에피소드의 말미에는 자신을 돌아보게 만드는 연금술사의 질문 2가지가 제시되어 있다. 이 질문에 답을 찾기만 해도 많은 고민과 갈등을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저자는 군인을 ‘나라를 위해 젊음 이라는 푸른 심장을 이식한 거룩한 존재들’이라고 명명하고 있다. (p210) 지구 유일의 분단국가에서 살아가는 이유로 국가를 위한 국방의 의무를 치러야 하는 젊은이들은 이 시기를 다시는 되돌아가고 싶지 않은, 피할 수만 있다면 피하고 싶어 하는 시기로 기억한다. 그러나 저자는 ‘군 복무 기간은 무의미하거나 헛되게 버려지는 시간이 아니라 성장과 변화, 기도의 시간(p112)이라고 말한다.
각개전투, 혹한기 훈련, 유격 훈련, 화생방 훈련, 완전 군장, CS가스탄, 사격 훈련… 군대를 다녀오지 않은 나에게는 다들 낯선 단어들이지만 군대를 다녀온 사람들에게는 끔찍한 기억일 수도 있는 용어들일 것이다. 그러나 이런 어려움과 마주하며 도전하고 이를 극복하는 과정에 문제를 해결하고 참아내기도 하고, 서로를 돕기도 하며 군 생활을 성장과 변화의 기회로 삼는다는 것이다.
저자는 또 이런 살벌하고 삭막한 군대가 때로는 화실이 되기도 한다고 한다. 짧은 머리에 같은 옷을 입고 나이도, 빈부도, 학벌도 상관없는 보편적 존재로 살아가는 이곳은 더러는 자신감 추락과 자아존중감 상실로 나타나거나, 오로지 계급으로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기도 하지만, 타인의 존재에 대한 이해와 관심으로 이 시기를 보내는 사람도 있다. 이렇게 존재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전하는 화가와 디자이너들이 있는 곳이라면 군대도 화실이 된다고 한다.(p167) 삶이 우리에게 준 이 기회를 감옥으로 여기며 보낼 것인가, 화실로 여기며 보낼 것인가는 오로지 자신의 선택이다.
돌을 황금으로 만드는 사람을 ‘연금술사’라고 한다. 군인에게 황금은 전우이고 ‘만남’이다.(p208) 지금은 가장 중요한 금(金)이고 군에서의 만남은 나의 선택이 아닌, 신이 우리에게 짝지어 준 황금 덩어리라고 저자는 말한다. 푸른 제복으로 군에서 보내는 시간이 그저 버티고 버려야할 시간이 아니라, 삶의 연금술을 이루는 시간으로 보내길 바라는 저자의 소망이 잘 느껴진다.
사춘기를 심하게 겪었던 아이에게 그 당시 어떤 도움이나 무엇이 필요했을까고 물었을 때 부모님 말고 자신을 도덕적으로 견인해줄 어른이 있었으면 좋았겠다고 말했다. 자전거 도둑의 수남이가 아버지를 생각한 것처럼. 군종목사는 군대라는 막다른 상황에서 젊은 청춘들을 도덕적으로 견인해줄 어른의 역할을 감당해주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군종 목사의 따뜻한 마음을 담은 이 책은 그런 젊은이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에게 삶을 새롭게 해석하는 힘을 주고 위로와 긍정의 메시지를 전할 수 있지 않을까?
책 말미에 실린 16편의 기도문을 따라 읽으며, 이미 군대를 제대하고 사회라는 치열한 전장에 살고 있는 아들에게도, 이제 막 입대하여 훈련을 끝낸 조카에게도 이 책을 일독하기를 권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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