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석으로 업그레이드 해주세요! - 좌충우돌 항공사 직장생활 이야기
황병권 지음 / 푸른영토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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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만해도 기분이 '업' 되는 비즈니스석. 「비즈니스석으로 업그레이드 해주세요」는 책을 읽다가 중간을 지나칠 때즈음 알게 된 에피소드에서 착안하여 나온 제목인 것으로 보인다. 좌석이 지저분하다, 옆에 앉은 아기가 울어서 시끄럽다, 이러쿵 저러쿵 불만 접수를 끝없이 하던 한 신혼부부의 마지막 시도. "비즈니스석으로 업그레이드 해주세요." 살다 보면 정말 별의 별 사람들을 다 만나보게 되는 건 하늘길에서도 하늘 아래 길에서도 마찬가지인가보다.

지방대 출신으로 서울의 한 대학교에 편입하여 학업을 우수하게 마친 저자는 졸업과 동시에 여러 회사에 합격을 하게 된다. (어린 시절 독일에서 직업인으로 살고 계시던 고모 내외의 삶을 동경하게 되면서 언젠가 항공사의 직원이 되어야지 하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비행에 대한 로망과 어머니의 나름(?) 소신 있으신 결정으로 인해 취업길을 항공길로 결정하고 금호그룹에 입사한다.

그러나 누구에게나 그런 시련은 닥쳐오기 마련. 회사에 입사를 하면 입사자의 마음과 기존 동료들의 마음은 정말 하늘과 땅 차이인 것 같다. 입사 당사자는 "무엇이든 맡겨만 주십시오. 다 잘 해낼 수 있습니다!" 이겠지만 사실 (나도 그런 신입들을 많이 봐왔지만)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 멋진 기획? 멋진 사업 제안? 그에게는 복사와 허드렛일만 맡겨지고 유유히 하늘을 날아다닐 거라는 꿈은 무참히 깨지면서 비행조종사들의 일정을 짜는 일을 하게 된다. 나 역시도 그랬다. 연구실 생활을 하면서 "선배님 저는 언제 실험을 할 수 있을까요? 저에게도 실험을 맡겨주세요." 나의 사수 선배는 "네가 지금 할 일은 지금 쓰레기통을 비우고 청소를 하는 일이야." 처음에는 너무 황당하기도 하고 조금은 화도 났다. 이미 한 달여동안 난 그렇게 쓰레기통을 비우고 청소를 해왔기에.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선배의 그 말이 의미하는 바를 알 수 있게 되었다.

다시 저자의 책 이야기로 돌아가자.

저자의 인생은 IMF 시절을 겪으며 이전과 다른 길로 접어들게 된다. 노선이 없어져버릴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에 우연히 선택했다는 하와이 노선은 그의 인생에 확실한 터닝포인트가 되지만 실지로 하와이로 나가기까지는 대단한 우여곡절이 있었던 것 같다. 조직개편을 겪으며 '노무'라는 어둠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기도 하고 노조원과의 술자리 대화를 기억해내지 못해 상사 보고에서 매번 퉁박을 받던 어느 날 문득 얻은 깨달음으로 메모하는 습관을 들이기도 한다.

어느 날 후배와의 전화 통화를 통해 마음 한켠이 허전해 진 저자는 해외 주재원으로 나가고 싶은 마음을 상사에게 전하게 되면서 인천국제공항 현장으로 발령을 받는다. 직급도 나이도 현장 직원들보다 높았던 그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필살기는 무조건 '열심히'와 '솔선수범'이었다. 시설의 안전과 보안을 담당하는 서비스지원파트에서도 그는 성실함으로 두각을 나타내었고 결국 꿈에도 그리던 호놀룰루 공항 서비스 지점의 지점장으로 발령을 받는다.

제 2장에서는 하와이 지점에서 그가 겪은 수많은 에피소드들이 소개되어 있다. 준비할 겨를도 없이 급하게 날아간 미국에서 현지 직원을 채용하면서 있었던 이야기를 읽으면서는 배꼽을 잡았고 폭발물이 들어있는 것으로 오해한 황당무개한 사연에서는 노부부의 진솔한 스토리가 들어있다.

책을 시작하면서 저자는 자신이 전문 작가가 아니기에 글쓰기에 서툴다고 했지만 나는 오히려 이런 책이 좋다. 자기계발서 같으면서 자서전같기도 하고 자서전 같으면서 자기계발서인 그런 책 말이다. 뜬금없는 현인의 말보다 현장에서 직접 얻은 경험과 지혜는 돈으로도 살 수 없기 때문이다. 또 이 책에서 강조하는 부분들은 세상 어떤 업무를 맡게 되더라도 반드시 알고 있으면 도움이 되는 깨알같은 정보들이 많다.

보통 자신의 이름이 적혀있는 책을 쓰다보면 자랑만 하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일텐데 저자는 본인의 사소한 실수담까지도 모두 책에 적어놓았다. 어떤 일을 겪으며 그것이 자신의 인생에서 트라우마가 되었는지 상상을 초월하는 승객들의 행패들을 어떻게 극복하였는지 등 인생살이 노하우가 가득 담겨있다. 함께 하는 인생을 설계하러 떠난 신혼여행에서 미망인이 되어 돌아온 한 여자 승객의 이야기에서는 자신의 일처럼 안타까워 하는 마음이 묻어난다.

만약 독자들 중 항공사 취업을 준비하고 있다면 제3장에 "항공사 직장생활에 대한 16가지 충고(팁)"가 담겨있다. 항공사에서 몸담고 있는 분만이 전해줄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나는 무엇보다 시각의 차이를 인식하고 의사결정자처럼 보고서를 작성해야 한다는 말에서 인사이트를 얻었다. 그 외에도 본인의 업무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인생 선배의 많은 조언들이 독자들을 기다리고 있다. 또한 항덕이 되기 위한 잡다한 지식으로 조종사들의 연봉과 항공과 관련된 이색 직업들과 그들의 업무, 하와이에 대한 기본 정보까지 공개하며 책은 마무리된다.

어떤 일도 쉬운 일은 없겠지만 마음가짐이 참 중요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 관심있는 분야라 손에 잡자마자 휘리릭 다 읽어버린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쫑쫑은 곧 비행기를 타야지.. 하는 마음을 품고 개인적인 생각을 담아 이 글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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