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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해빗 - 내 안의 충동을 이겨내는 습관 설계의 법칙
웬디 우드 지음, 김윤재 옮김 / 다산북스 / 2020년 1월
평점 :
아이를 낳고 우울감에 몸서리를 치고 있을 때 심리적인 안정을 얻었던 방법은 서점에 가는 것이었다. 거의 매일을 아이가 어린이집에 가 있는 동안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갔다. 항상 책을 샀던 것도 아니고, 딱히 책이 읽고 싶어서도 아니었다. 그저 스트레스로 가득 차 있는 상황에서 고민 없이 할 수 있었던 유일한 행동이고 일이었다.
해빗을 읽다 보니 그런 행동 역시 '습관'에서 비롯되었구나 싶었다.
"습관은 언제나 변함없이, 일관성 있게 움직인다." - p. 265
그러고 보면 습관이야말로 스트레스 없이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대단한 힘이 있다. 지금도 '아침형 인간'이 되라고 하는 자기계발 서적들이 있다. 확실히 아침에 일어나서 하루를 미리 준비하고 시작하는 것이 좋다는 것에는 동의한다. 나 역시도 혼자 있을 수 있는 새벽시간을 좋아한다. 그 시간에 글도 쓰고, 책도 보고 하고 싶은 걸 전부 할 수 있다. 그러나 억지로 떠지지 않는 눈을 비벼가며 일어나 앉아있는 아침형 인간이라면 말이 다르다. 아이를 키우다 보니 나도 모르게 새벽에 눈이 떠졌고, 그 생활이 5년이 넘어가니 아침형 인간이 되어있었다. 이제는 '습관'이다.
그저 이 책이 새해의 계획을 세우고 달성할 수 있도록 이렇게 저렇게 해야 한다!! 외치는 책이었다면 일찌감치 덮었을 것이다. 저자는 말 그대로 스트레스 없이 습관이 설계되는 원리를 말하고 있다. 재미있는 심리학 실험과 더불어 말이다.
특별한 계획이나 심사숙고 없이 어떤 행동을 반복적으로 지속할 때
습관은 형성된다. 상황에 통제권을 넘겨주면 행동은
신호에 자동으로 반응하게 된다.(중략)
이것이 방치된 무의식이 만들어내는 강력한 습관 설계의 법칙이다.
작년에도 세웠던 계획들이 참 많은데, 이상하게 연말이 될 즈음에는 해내지 못한 것에 대해 스트레스도 받고, 내가 그렇지 뭐라는 생각도 들었다. 저자가 이런 부분을 콕 집어줬는데 '자제력' 과 '자동화'다. 흔히들 그렇게 생각한다. 계획을 이루지 못한 건 하고 싶은 다른 욕구에 밀려 '자제력'을 잃거나 혹은 부족해서라고 말이다.
모든 성공의 근원의 탁월한 의지력과 금욕적 삶의 태도라고 하지 않는다. 빌 게이츠는 남들보다 탁월한 결과를 얻기 위해선 남들 보다 더 나은 상황에 자신을 두어야 한다고 했고, 그렇게 하면 굳이 힘들이지 않아도 자제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했다. 책에 나와있는 그래프가 퍽이나 인상적이었다. 하루하루 버티는 삶이 저런 그래프라면 언젠가 지쳐서 고꾸라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만큼 습관의 설계는 중요하다.
이 책에서 말하는 습관 설계 법칙이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에서 가장 잘 맞는 건 '상황 신호'다.
습관이 늘 똑같은 신호에 반응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글을 쓰려고 하면 꼭 커피를 마셔야 집중이 된다. 커피가 불가피하게 없으면 물이든 우유든 뭔가 마셔야 두 손이 타자에 올라가고 뭐라도 써진다.
그리고 '보상'이다. 역시 습관 형성에 이만한 건 없나 보다. '수많은 반복에 대한 즉각적인 보상' -p. 205
영어공부를 하는 것도 언젠가 미국으로 여행 갈 것이라는 나름의 보상을 생각해두고 하는 것이기에 비슷하지 않나 싶기도 하다. 물론 즉각적이어야 좋다고 하니 챌린저스 앱 사용이 습관 형성을 위한 법칙을 많이 갖고 있는 것 같다. 이번에 챌린저스를 성공하자마자 15원을 상금으로 받았다. 150원도. 1,500원도 아닌 15원이지만 그래도 좋았다.
여러 가지 심리학 실험들이 함께 어우러져 읽는 재미가 더해졌던 책이다. 새해에 딱 맞게. 벌써 작심삼일이 되어 포기해버린 계획이 있다면 이 책을 읽고 다시 한번 새롭게 계획이 아닌 습관을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제 정비 할 수 있는 책일 수도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