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4 - 끝없는 밤
손보미 외 지음 / 북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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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상작 끝없는 밤은 주인공인 '나'가 요트에 탑승한 하루 동안의 이야기다. '나'는 내키지는 않지만 남편의 만족감을 위해 요트에 탑승했고 자신을 끈질기게 괴롭히는 샅굴부위 통증과 남편의 절친 때문에 신경이 곤두서 있다. 잔잔하던 바다가 흔들리기 시작하면서 '나'는 과거를 하나씩 되짚어 나간다. 과거를 되짚어갈수록 독자인 나는 점점 더 혼란스러움을 느꼈는데 그녀라는 인물을 도저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녀의 이상한 고집도, 믿을 수 없는 집착도 전부 예측 불가능이라는 표현이 적당하려나? 그녀 주변을 차지하고 있는 뒤집히는 관계들도 그러했다. 
계속해서 그녀라는 사람을 허물고 다시 구축해가면서 소설을 따라가는 신기한 경험은 꽤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힘들게 끝에 다다랐을 때 솔직히 처음엔 내가 뭘 본 건지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날 밤 다른 소설로 도피했을 만큼. 하지만 나는 꽤 오래 이 소설을 기억할 것 같다. (이미 꿈도 꿨다) 부디 직접 느껴보길 바란다.


또 다른 인상 깊은 작품으로는 문지혁 작가님의 소설 허리케인 나이트. 짧지만 무척 인상적인 작품이었다. 외고를 졸업한 중산층 '나'와 초부유층인 그의 동창 '피터'는 미국에 거주 중이다. 허리케인이 들이닥쳐 막막하던 주인공은 망설이던 끝에 결국 동창 피터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그는 자신과 다르게 펜트하우스에 살며 믿기지 않는 외모의 아내가 있고 집에 사다두었던 랍스타로 급하게 저녁을 차려줄 만큼 부자다. 차려준 랍스타를 먹으며 그 맛에 감탄하던 '나'는 피터가 손목에 차고 있는 롤렉스 시계를 보고 고교 시절 그가 학교에서 잃어버렸던 롤렉스 시계를 떠올린다. 잃어버린다는 것은 다시 되찾을 수 없음을 뜻하지 않나. 그렇다면 피터는 롤렉스를 한 번도 잃어버리지 않은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면서.
 어린 시절 '나'의 아버지는 항상 사람은 아래를 보고 살아야지 위를 보고 살면 끝도 없다고 말하지만 주인공은 자신이 있는 곳이 바닥처럼 느끼는데 중산층인 '나'가 초부유층을 향해 느끼는 결핍과 불안이라니. 훔쳐지지 않는 것들이라니. 작가님 어디 가둬 두고 글만 쓰게 하고 싶다. 

이 글은 서평 이벤트 도서를 제공 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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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된 인생 수업
존 러벅 지음, 박일귀 옮김 / 문예춘추사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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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엄청난 선물이다.' 이 책의 첫 문장이다. 우리는 이것만 보아도 이 책이 인생 예찬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1부에서는 우리의 인생을 즐겁고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것들에 관해 이야기한다. 150년 된 명저라고 해서 대단한 비밀을 알려준다던가 거창한 기쁨을 이야기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친구, 독서, 여행, 가족, 학문 등 우리를 기쁘게 해주는 것들은 이렇게 소소하다는 것을 글을 통해 다시금 깨닫게 해준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사람이라면 1부 3장과 4장 책이 주는 기쁨과 책을 선택하는 방법을 읽으며 모든 줄에 공감할 것이다.

요즘 유행하는 웹 소설에 단골 소재인 회귀 환생 등의 이야기를 보면 다회차의 삶을 통해 습득한 정보와 지식으로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주인공들이 많이 등장하는데 나는 책이 현생에 그러한 역할을 해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책만 펼치면 누구든 될 수 있고 어디든 갈 수 있다. 심지어 시대를 초월해 그 어떤 인물과도 이야기 할 수 있다. 물론 로또 정보는 얻을 수 없지만...





 우리는 모두 젊은이~




2부에선 우리가 행복하게 살기 위해 취해야 하는 삶의 태도를 이야기 한다. 개인적으로 2부 1장 야망에서 <이 세계를 진정으로 정복한 사람은 장군이 아니라 사상가다>라는 구절이 마음에 남았고 2장 부에 대한 이야기도 좋았지만 7장 종교와 9장 인간의 운명은 언젠가 시간이 되면 통필사를 해보고 싶을 정도로 좋은 이야기들이 많으니 저자의 깊은 통찰과 시대를 초월한 지혜에 흠뻑 빠져보자.






모두가 더 위만 바라보며 끝없이 갈구하는 삶이란 너무 숨 막히지 않을까? 가끔은 자신의 눈앞에 무엇이 있는지도 바라봐 주어야 한다. 지금 가진 것을 누리지 않고 더 많은 것을 누리기 위해 달리기만 하면 모든 것을 스쳐가기만 하는 삶이 아닐까? 지금 나의 삶을 똑바로 직시하고 주어진 것들을 제대로 누리면서 살면 세상은 사람을 가두는 큰 감옥이 아니라 즐거운 놀이터가 되어줄지도 모른다. 전국을 돌아다니는 고서 수집러의 삶도 즐겁기야 하겠지만(집순이인 나는 솔직히 싫지만) 도서관에서 공짜로 햄릿을 감상하는 삶도 좋지 않은가. 어차피 태어난 김에 행복하자고, 지금의 나도 괜찮다고, 행복은 생각보다 멀리 있지 않다고, 행복은 당신의 생각처럼 그리 많은 것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토닥여주는 이런 위로가 가을엔 참 잘 어울리는 것 같다. 모두 행쇼~




"율법 조문은 죽이는 것이요 영은 살리는 것이니라."






이 글은 서평이벤트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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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는 망자, ‘괴민연’에서의 기록과 추리
미쓰다 신조 지음, 김은모 옮김 / 리드비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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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면 단골처럼 찾아오는 호러 장르.

입으로 전해지던 괴담들이 사실은 교묘하게 감춰진 범죄 스토리일지도 모른다는 것은 꽤나 흥미로운 이야기이기도 하다. 때로는 너무 무서워서 등골이 서늘해지고 머리카락이 쭈뼛서더라도 말이다.

걷는 망자는 미스터리와 민속학, 호러의 결합으로 유명한 미쓰다 신조의 신작이다.

나에게는 이 작품이 입문작이 되었는데 호러 장르로 제법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는 작가라고 한다.

도조 겐야 교수가 도쇼 아이를 통해 그녀의 경험담이나 자신의 편지를 조교인 덴큐 마히토에게 전달하고 그가 이를 정리하는 방식으로 이야기가 진행이 되는데 정작 이 일을 하고 있는 덴큐가 세상 쫄보라 괴이를 무조건 현실적 사건으로 추리하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하는 모습과 이 부분을 파고들어 그를 골탕먹이려는 도쇼 아이의 캐미가 웃음 포인트다. 총 5개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모두 사건에 연결성은 없고 각기 다른 공포를 선사하며 풀린 듯 풀리지 않은 이야기가 괴이인지 현실적 사건인지를 판단하는 것은 온전히 독자의 몫이다.

처음 시작하는 걷는 망자는 도쇼 아이가 어릴 적 외할머니의 집 근처 망자길에서 직접 체험한 이야기로 사건을 풀어나가는 과정도 흥미로웠지만 이것이 범죄건 괴이건 어느 쪽이어도 너무 소름끼쳐서 사무실에서 읽다가 육성으로 소리를 질러버렸다. (지금 생각해도 무섭다 ㅠㅠ)

너무 무섭지 않고 적당히 웃음도 있으며 가볍게 읽을 수 있는 호러소설을 찾는다면 추천한다.

여름이니까 쫄보들도 힘내서 이 정도 미스터리 소설은 읽어줍시닷!

이 글은 서평이벤트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죽었지만 살아 있다.
살아 있지만 죽었다. - P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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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계 미친 반전
유키 하루오 지음, 김은모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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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스터리 애독자에게 블루홀식스는 너무나 보석같은 출판사다. 미스터리계의 보물 상자라고 불리는 일본의 여러 작품들을 알차게 가져와 한국에서 책을 내준다는 것이 독자로서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 그런 블루홀식스에서 나온 방주 작가의 후속작 '십계'를 운 좋게 서평단으로 만나보게 됐다. 



살인범을 밝혀내서는 안 된다. 

그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계율이었다. 




십계는 방주의 세계관을 이어가는 이야기다. 작가님이 성서 3부작이라고 했으니 다음 작품으로 성서시리즈가 마무리되지 싶다. 여튼 그것은 나중의 즐거움으로 미뤄두고 이번 작품도 역시 클로즈드 서클물이다. 

 

 부동산 개발을 위한 답사 목적으로 섬에 도착한 9인. 그들은 섬 중앙에 위치한 작업장 지하에서 대량의 폭탄을 발견한다. 어차피 섬엔 9명뿐이며 막상 경찰의 조사가 꺼려지던 그들은 신고를 하루 미룬다. 하지만 바로 다음 날 아침 일행 중 한 명이 살해된 채 발견되고 모두가 범인으로부터 협박을 받게 되는데ㅡ


 범인은 일행이 지켜야 할 10가지 계율을 문서로 남겨놓았고 불이행 시 폭탄을 터트려 모두를 죽일 것이라고 한다.


 

 과연 이들은 무사히 섬에서 탈출할 수 있을 것인가. 



 방주가 워낙에 뒤통수를 강하게 때리는 반전으로 유명한 소설이다 보니 이번 작품에 기대가 컸는데 십계는 작가님이 곳곳에 힌트를 많이 숨겨놓아서 범인이 누구인가 하는 것은 중반쯤에 다다르면 충분히 눈치챌 수 있다. 특히나 이번 작품은 범인의 파워가 너무 강력하다 보니 중후반부는 조금 루즈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역시나 작가는 결말에 강하다. 마지막까지 읽은 독자라면 이 시리즈의 완결작인 낙원에 대한 기대가 더욱 커질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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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는 말들 - 우리의 고통이 언어가 될 때
조소연 지음 / 북하우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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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고 단 한 줄도 써내지 못할까봐 서평단을 신청할 때 많이 고민했다. 하지만 '회복의 기록'이라는 소개를 보고 당첨되면 펼쳐보기로 결심했는데 운이 좋았다.

나 역시 어머니의 죽음으로부터 회복하는 과정에 있기 때문에 책을 읽으면서 저자의 마음과 내 마음을 분리하여 읽는 것이 힘이 들었다. 어느 정도 예상을 하고 각오했음에도 그랬다.

책은 시작부터 강렬하다.

나는 아주 폭력적인 방식으로 어머니의 세계로부터 추방되었다.

어머니가 자살로 생을 마감했음을 알리며 시작하는 이야기는 어머니의 연애담, 아버지와의 결혼, 원치 않았던 임신, 광적이던 교육열과 외도까지 낱낱이 펼쳐놓는다.

나의 말소리가 어머니의 영혼에게까지 들린다면 그 영혼은 나를 휘감고 통곡할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엄마! 나는 말해야만 해요!"라고 외칠 것이다. 나는 그녀의 욕망을 없는 것이 아니라 엄연히 존재하는 것으로 만들고 싶다. 그 욕망을 양지의 빛 위에 올려놓고 싶다. 그것은 한 사람의 육신과 그 영혼이 품었던 삶의 열망에 대해 예의를 다하는 행위다.

이 구절을 읽으면서 눈물이 쏟아졌다. 나 역시 마음껏 아파하고 싶은 순간이 있었다. 혼자 하는 추억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싶은 이야기가 있었다. 상대가 어려워 할까봐, 내가 상처 받을까봐 꺼내기 두려우면서도 간직하기엔 너무 아파서 속으로 곪아가던, 아무에게나 툭 털어놓고 적당한 위로를 받으며 이제 그만 편해지고 싶었던 날들이 눈물이 되어 흘러내렸다.


작가가 책을 쓰는 것은 치유의 과정이었다고 한다.

무엇이 나로 하여금 계속 이야기 하도록 하는 것일까? 어째서 나는 침묵의 심연에서 걸어 나오길 원할까? 나의 글은 어디로 향하게 될까?

그런데 왜 책의 제목을 '태어나는 말들'이라고 붙였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머니의 삶을 추적하고 파헤치고 조각조각 해부하는 것에 가까운 글들에 말이다. 작가가 곱씹고 곱씹다가 기어이 종이 위에 써내려간, 입술을 뚫고 나오지 않고는 견딜 수 없었던, 그래서 태어나야만 했던 이 말들이 작가를 낫게하기 때문일까? 하고 생각하면서 책을 덮었는데 추천사에 떡하니 비슷한 말을 발견하고 고개를 끄덕거렸다.

어머니가 되었거나, 어머니를 이해하고 싶거나, 30대 후반에 접어들었다면ㅡ

말하지 못할 이야기들이 가슴 속에 불이 되어 번지는 아픔을 경험한 적이 있다면 이 책을 추천해봅니다.

-이 리뷰는 디지털감성 e북카페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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