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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수의 값 : 잎이와 EP 사이 - 백승연 희곡 ㅣ 반올림 42
백승연 지음 / 바람의아이들 / 2018년 6월
평점 :
중학교때인가 셰익스피어의 책을 사러 서점에 갔다가 햄릿이 희곡인 걸 보고 놀랐던 적이 있었다. 당연히 소설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런데 당시에도 희곡은 낯설었지만 지금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외국의 유명한 희곡들은 문학의 고전이란 이름으로 소개되지만 국내 작가들의 본격적인 희곡은 드물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뭐 그 외에도 희곡이 우리에게 낯선 이유는 많을 것이다. 그러나 세상 만사는 말로 시작해서 말로 끝난다는 것을 인정하면 희곡이 문학의 기본이자 완결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연극무대를 상상하며 희곡을 읽으면 인물들이 다투고 갈등하는 장면들에서 감정이입이 일어나고 그들이 나누는 대화에서 우리가 외면하고 감추고 싶은 내면의 위선들을 발견하게 될 때 문학 내지 예술이 무엇 때문에 존재하는지 확인하는 감동을 느낄 수도 있지 않을까.
<함수의 값 : 잎이와 EP 사이>는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청소년들의 교육문제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 희곡에서도 잘 드러나고 있지만, 중요한 것은 청소년들 스스로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다 알고 있다는 사실이다. 스스로 원해서가 아니가 사회가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위선자가 될 수밖에 없는 그 현실을 직시하면서도 그들은 눈을 감고 귀를 닫는다. 그렇게 아이들이 성장해서 나중에 사회가 요구하는 인물이 되면 경쟁에서 살아남아 성공했다고 생각하지 한때 양심과 죄책감에 시달렸던 지난시절을 까맣게 잊어버린다. 그리고 자신의 아이들에게 자신의 부모가 했던 것처럼 또 다시 생존경쟁에서 살아남는 교육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