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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버 (양장) - 제15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나혜림 지음 / 창비 / 2022년 9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유명한 소설인 아몬드와 같이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나혜림-클로버》
가난한 중학생 '정인'과 그의 고단한 삶. 그리고 정인을 '만약'이라는 달콤한 선택지로 유혹하는 악마 '헬렐'.
책 속 정인은 수학여행을 앞두고 있다. 학급 친구들은 여행지와 숙소, 비행기에 대해 불평하지만 정인은 약 35만 원이라는 비용 앞에 수학여행을 포기한다.
헬렐의 장난인지, 연속되는 불행 속 정인이 나아가는 곳은 어디일까?
"신은 명령하지만 악마는 시험에 들게 하지. 선택은 인간이 하는 거야." - p.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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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내 말은, 오늘을 즐겁게 사는 것도 나중만큼 중요하다는 거야." -P.101
책 속 정인은 수학여행에 가지 못하는 것에도 불평조차 사치라는 듯한 태도를 보인다. 그리곤 자신에게는 보기가 '수학여행 안 가기' 밖에 없었다고 말한다. 중학교 2학년, 고작 15살 밖에 되지 않은 정인이 지금까지 겪어 온 일에 좌절하거나 불평하지 않고 덤덤히 살아가는 모습이 인상 깊은 책이었다.
아르바이트 사장의 떠넘김, 밑창이 뜯어진 낡은 운동화, 할머니의 사고. 계속되는 불행에 헬렐의 꼬임은 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졌겠지만 결국 정인은 자신의 소신을 선택하는 길로 나아가는 모습에 존경심이 들었다.
우리 사회에 정인 같은 청소년들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아이들이 포기를 당연하게 여기지 않는 세상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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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악마는 가난을 좋아한다
가난한 사람은 돈 대신 시간을 지불한다는 말이 있다. 정인 역시 한창 친구들과 어울리고 싶을 나이이지만, 수학여행은 고사하고 제대로 된 신발 한 켤레 조차 가지지 못한다. 대신 그 나이에 걸맞지 않은 아르바이트와 폐지 줍기를 하며 가계에 보탬이 되고자 한다. 소설 속 "악마는 부잣집에도 찾아가지만 가난한 집에는 두 번 찾아간다."(-p.45)는 말은 나이키 에어 맥스 운동화도 꺾어 신는 부유한 '태주'보단 '정인'이 악마의 속삭임에 더 쉽게 넘어갈 것이라는 뜻이겠지.
이미 너무 많은 것을 포기하고 살아와서인지 쉽사리 헬렐의 유혹에도 덤덤한 정인의 모습이 경외로우면서도 한편으론 여느 15살 같지 않은 모습에 속상하기도 했다. 헬렐의 숙박비가 얼마나 도움 될지는 모르겠지만, 정인에게 무궁무진한 보기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앞으로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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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콤함에 가려진 문제
"폭력은 비디오 게임, 전쟁은 뉴스 속보, 착취는 초콜릿, 생명 경시는 모피 코트, 환경 오염은 아보카도와 스포츠카의 모습을 하고 있는데, 이 신명나는 파티의 클라이맥스에선 돈이 비처럼 내려. 모두가 쇼를 좋아하잖아?" - P.159
이번 여름 어디선간 극심한 가뭄을 겪고 있었는데 또 어디선 골프를 치고, 쏟아지는 물을 맞으며 콘서트를 즐겼다. 누군가는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맞고 반대편에선 하루가 다르게 높아지는 수위에 침수를 걱정한다. 나 역시도 이번 여름 신혼여행 차 방문한 사이판에서 무수한 쓰레기를 생성하고 왔다. 마치 오르톨랑을 먹기 전 죄책감에 앞을 가리는 것과 같이. 우리는 눈앞의 화려함, 편리함, 달콤함에 취해 본질적인 문제를 외면하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사회적 약자 문제를 다루면서도 다른 사회적 이슈들도 언급한 점이 좋았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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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자는 어디에나
"나는 당신을 오랫동안 지켜봤답니다. 당신이 사탕을 바라는 어린애처럼 백화점 쇼윈도 앞을 서성거릴 때, 또래 무리 앞에서 이유 없이 고개를 숙일 때, 그때마다 나는 거기 있었는걸요."
불행은 언제나 우리를 구렁텅이에 빠트리려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눈을 가리는 달콤한 유혹으로 죄책감마저 덜어준다. 불행은 우리를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돌아봐주기 만을 바라고 있다.
쉽지 않지만 앞으로의 삶을 노력해 갈 것이냐, 눈을 감고 유희를 즐길 것이냐. 빛과 그림자 중 무엇을 선택할지는 우리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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