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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들 : 우리는 매일 다시 만난다
앤디 필드 지음, 임승현 옮김 / 필로우 / 2023년 10월
평점 :
📝 누군가를 만난다는 것은 그 사람을 나와 다른 사고와 경험, 의견을 가진 별개의 존재로 인식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과의 마주침을 만남으로 간주하는 것은 둘 이상의 사람이 마주칠 때에는 항상 차이가 존재하며, 만남은 그 차이를 탐색하려는 시도라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다. (p42-43)
📝 전화기를 발명한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이 전화기에 대고 옆방에 있던 자신의 조수에게 처음으로 한 말은 "왓슨 씨, 이리 오세요. 당신이 보고 싶어요"였다. (p73)
📝 한편으로는 일요일 오후에 집으로 걸려오는 전화, 버스를 기다리면서 5분 정도 나누는 안부 전화, 몇 분 뒤에 서로 얼굴을 볼 수 있음에도 집으로 걸어가는 길에 나누는 전화 통화처럼, 자투리 시간에 전화를 통해 나누는 친밀하고 편안한 감정 역시 사랑이라고 할 수 있다. (p77)
길거리에서 누군가에게 길이나 시간을 묻는 행위가 부자연스러워진 지 오래다. 특정 종교단체로 인해 길을 걷다 누가 말을 걸어오면 거부감부터 들기 시작하는 사회 속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게 될까?
3년 전 직장과 결혼 문제로 고향을 떠나 아무 연고도 없는 지역으로 이사를 왔다. 워낙 독립적인 성향이 강한 나여서 혼자서도 잘 지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과거의 나를 쥐어박아주고 싶을 지경. 낯선 이와의 만남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했던지도 생경하다.
나처럼 주저하는 사람들에게 《만남들 : 우리는 매일 다시 만난다》의 저자 앤디 필드는 만남이 별게 아니란 것을 말한다. 우리는 전화로, 초콜릿으로, 책으로, 악수로 만남을 시작할 수 있다. 우리는 영화관에서, 공원에서, 차 안에서 만남을 시작할 수도 있다.
내가 초등학생일 때 한 친구가 외국인들만 마주치면 hi! 하며 인사를 건넸던 게 생각난다. 짧은 영어 실력이라 그다음 대화는 이어나갈 수 없음에도. 내가 왜 그러느냐 물었더니 외국인들은 인사를 잘 받아준다며 나보고도 해보라고 했다. 다음에 만난 외국인에겐 내가 수줍게 hi를 건넸다. 아무런 거리낌 없이 인사를 받아주던 외국인에게 엄청난 감동을 느꼈는데, 내가 지금 길을 걷다 모르는 아이가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해온다면 그 어떤 어색함도 당혹스러움도 없이 자연스럽게 인사를 받아줄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만남은 다정함에서 오는 게 아닐까, 길거리에서 만난 외국인 아이가 갑자기 인사를 건네와도 으레 있는 일인 듯 받아줄 수 있는 마음에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