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감을 사랑하게 된 사람들
김영옥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늙음'을 마냥 기쁜 마음으로 환영하는 사람이 있을까? 누구에게도 예외 없이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우리는 무한으로 쪼갤 수 있는 시간들을 보내며 늙어가고 있다. 지금 이 서평을 쓰는 순간에도 나는 늙어가고 있다.
사람들은 종종 자신의 미래 모습을 상상한다. 당당하게 새치기하는, 목소리 큰 게 이기는 거라고 생각하는, 무식한 행동을 일삼는 노인들을 보며 '저렇게는 늙지 말아야지'라고 생각한다. 관용보다는 혐오로 '늙음'을 바라본다.
《늙어감을 사랑하게 된 사람들》에 수록된 경험적인 글들로 우리는 '노인'과 '늙어감'을 대하는 다른 시선을 가질 수 있다.

▪️노년의 고립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하며 사람 만나기가 참 어렵다는 것을 느낀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이전에 유지하던 관계들을 계속 이어나가는 것조차도 어렵다고 체감한다. 우리가 퇴직을 맞이하며, 매일 보던 회사 사람들과의 관계도 단절된다면 어떤 기분을 느낄까?
대부분의 지자체들은 노인들에게 교통 혜택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 지하철 무임승차와 같은. 지하철은 보통 만 65세 이상 노인들에게 무임승차 혜택을 부여하고, 이로 인한 상당한 적자를 안고 있다. 나도 '왜 100원이라도 요금을 징수하거나, 연령 제한을 높이지 않는가'라는 생각을 했었다. 《늙어감을 사랑하게 된 사람들》을 읽고 생각지도 못한, 어쩌면 생각하려 하지도 않았던 이유를 알게 되었다. 교통 편의를 제공함으로써 노인들의 사회적 활동을 권장해 그들이 고립되지 않도록 하는 제도였음을.

▪️나를 70, 80대에게 소개한다면?
'어쓰'와의 인터뷰는 가장 기억에 남는 대목 중 하나다. '투명가방끈 운동'을 하던 그는, 비록 가방끈은 투명할지라도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뚜렷한 의식과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빛나는 의지를 가지고 있다. 가방끈이 다 무슨 소용이랴. 가방끈이 아무리 길어도 세상을 이대로 머물게 하는, 퇴보하게 하는 사람들은 널리고 널렸다.
70, 80대에게 나를 무어라 소개할 수 있을까. 저는 나이 듦을 무서워하는 사람이에요. 당신들도 나이 듦이 두려웠나요? 오히려 질문 하고 싶다.

《늙어감을 사랑하게 된 사람들》을 통해 '늙어감'이란 무엇인지, 어떻게 해야 '잘' 늙어갈 수 있을지 조금이나마 알게되었다.
노년에 들어선 자신의 미래가 궁금한 사람에게 추천하는 책!

📝 이야기꾼이 되지 못하는 할아버지들 때문에 초고령화가 진행되는 한국 사회에서 노년 남성의 이미지는 점점 더 획일적으로 굳어진다. 태극기를 들고 시청 앞으로 나가는 사람이거나 탑골공원이나 다리 밀에서 바둑 두는 사람. 이 두 유형으로만 각인되는 노년 남성 이미지는 쉽사리 차별이나 혐오로 이어질 수 있다. 살아온 인생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도 훈련이 필요한 기술이다. (p. 89)

📝 "먼 데 걱정 땡겨 하지 말고. 안 되는 것은 잊고 살아" (p. 125)

📝 나의 몸은 앞으로 또 어떻게 변화할지 모른다. 예측할 수 없기에 스릴 있고, 예상치 못한 배움의 연속일 것이다. 나는 변화하는 나의 몸을 마치 애도하듯이 맞이하고 싶지 않다. (p. 141)

📝 '파란 하늘'을 두고 왜 '파라냐고' 묻거나, 그것 때문에 괴로워 하는 것은 쓸모도 의미도 없는 일이라고. (p. 16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