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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은 아주 작은 불안이었어 - 애정하고 미워했던 내 안의 집착들에 대하여
백수민 지음 / 텍스트칼로리 / 2022년 9월
평점 :
품절
작가가 애정하고 미워했던 그 안의 집착들에 관한 에세이.
사실 '실은 아주 작은 불안이었다'라고 말할 수 있는 건 문제는 극복되었고, 그를 통해 지금 내가 과거의 나보다 더 나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그 불안들을 '별것도 아닌 아주 작은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었을까? 또한 아직 벗어나지 못한 상황이라면 그 집착들을 가벼운 주제로 치부해버릴 수 있었을까?
나는 결과론적으로 말하는 것에 반대하는 입장으로써 제목부터 약간의 반감을 느끼고 있었으나, 생각보단 꽤나 괜찮게 읽었던 책.
책을 읽으며 작가는 감정이 예민하고 섬세한 사람임을 알 수 있었다. 본인보다는 타인을 우선시하려는 경향도 있는 듯 보였다. 그것들이 얽히고설켜 만든 적잖은 문제들로 상당히 힘든 시기를 보내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그는 과거 자신을 고통받게 했던 것을 모두 통제함으로써 한층 성장함을 보이고 있다. 비록 그 과정에서 폭풍 같은 눈물이 따랐을지라도 그 빈자리를 용기와 강인함으로 채웠으니 말이다.
술, 담배, 음식, 돈, 관계라는 주제에선 나와 정반대인 사람의 모습을 아주 면밀히 볼 수 있어 신기하기도 했다. 이 책을 통해 세상에는 역시 다양한 사람이 있음을 느꼈다.
'나'에 대한 주제에선 꽤나 공감이 가기도 했다. 나도 성공하는 삶을 원하지만 어디까지가 내가 원하는 성공인지는 잘 모르겠다. 이르게 배우자를 만나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고 있고, 우리 부부 둘 다 안정적인 직장에 다니고 있으며 내년이면 신축 아파트로의 이사도 계획되어 있다. 평범하고 부족할 것 없는 생활이지만 이게 내가 꿈꿔온 성공일까? 아니라면 내가 생각한 '성공'이란 무엇일까? 사회가 말하는 '성공한 삶'이란 무엇일까? 확실히 아직 헛헛한 느낌이 있는 것을 보아 성공에 도달하지는 못한 것 같다.
작가가 매일 편의점에서 술을 사는 것을 보며《불편한 편의점》의 독고 씨가 생각이 났다. 금주는 아니고 절주를 성실히 지키고 있는 작가에게 얼음을 동동 띄운 '옥수수수염차'를 추천해 주고 싶다. 독고 씨의 말에 따르면 술만큼 중독적이라 헤어 나오기 어렵다고 한다. 기왕 중독될 거면 술보단 차가 낫지 않을까?
본인을 아주 솔직하게 고백하는 모습이 좋았고, 어쩌면 숨기고 싶은 이야기들도 덤덤하게 드러내는 점이 인상 깊었다. 작가와 비슷한 상황에 있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