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루언서
권병민 지음 / 바른북스 / 2024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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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기대하고 구매했다면 실망할 가능성이 큰 책

광고업이나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실제 업무로 하는 사람이라면 업계 사례를 다룬 실무 참고서처럼 읽어볼 만할 수 있다. 그러나 인플루언서 업계에 관심이 있는 일반 독자가 가볍게 읽을 소설을 기대하고 구매한다면 실망이 클 가능성이 높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표지에 크게 내세운 홍보 문구와 책의 실제 내용 사이에서 연관성을 찾기 어렵다

앞표지에는 다음 문구가 표지의 중심을 차지할 정도로 매우 크게 적혀 있다.

“빛나는 걸 쫒기보단 빛나는 쪽이 되는 게 훨씬 폼 잡기 편해”

그러나 이 문장은 작가가 쓴 문장이나 책 속 대사가 아니라 Stray Kids의 노래 <특>에 나오는 가사다. 출처는 해당 문구에 비해 매우 작은 글씨로 표기되어 있어, 온라인 서점의 작은 표지 이미지로 볼 때는 쉽게 알아보기 어렵다.

뒷표지도 마찬가지다.

“미치지 않으려면 미쳐야 해 나를 다 던져 이 두 쪽 세상에”

이 문구 역시 책 속 문장이 아니라 BTS의 노래 가사이며, 출처는 눈에 잘 띄지 않는 작은 글씨로 표시되어 있다.


문제는 단순히 다른 창작자의 문구를 표지에 사용했다는 데 있지 않다. 책을 읽는 동안 이 두 문구가 작품의 내용이나 인물, 주제와 구체적으로 어떤 관련이 있는지 찾기 어려웠다. 본문에서 언급되거나 작품의 핵심 메시지로 연결되는 문장도 아니었다.


특히 온라인으로 책을 구매하는 독자는 표지에 크게 배치된 문구를 작가의 문장이나 작품의 핵심 카피로 받아들일 수 있다. 나 역시 표지를 보고 예상했던 책의 분위기와 실제 내용 사이에서 상당한 괴리를 느꼈다.


본문과 직접적인 관련성을 찾기 어려운 유명 아이돌의 가사를 표지 전면과 후면에 내세운 방식은 책의 실제 성격보다 감각적인 분위기를 먼저 판매하려는 낚시성 홍보처럼 느껴졌다. 최소한 책 속에 실제로 등장하거나 작품의 주제를 충실히 반영하는 문장을 표지 카피로 사용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법적인 의미의 소비자 기만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독자의 구매 판단에 불필요한 혼동과 잘못된 기대를 줄 수 있는 표지 구성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경험으로 출판사인 바른북스의 책을 구매할 때에는 표지뿐 아니라 미리보기와 책 소개를 더욱 신중하게 확인하게 될 것 같다.

2. 소설이라기보다 업무일지를 대화 형식으로 옮긴 글에 가깝게 느껴졌다

이 책은 소설로 분류되어 있지만, 읽을수록 인물과 사건이 충분히 형상화된 소설이라기보다 인플루언서 마케팅 업무 과정을 대사와 함께 나열한 기록물처럼 느껴졌다.


모든 소설이 반드시 전형적인 기승전결을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적어도 독자가 인물과 이야기에 몰입하려면 인물마다 구별되는 성격과 말투, 인물 간의 관계 변화, 구체적인 장면 묘사와 서사의 흐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책에서는 여러 인물의 말투가 “합니다”, “하겠습니다”, “할까요?”처럼 비슷하게 반복된다. 등장인물은 많지만, 한 사람의 성격과 내면을 충분히 보여주기보다는 각자 업무와 관련된 대사를 몇 마디 한 뒤 다음 인물로 넘어가는 방식이 이어진다.


“A가 무엇을 했고, B가 무엇을 말했다”는 식의 설명과 대화가 반복되다 보니 인물들이 입체적인 캐릭터라기보다 업무 내용을 전달하기 위한 역할처럼 보였다. 정형화된 문장과 비슷한 말투가 계속되는 탓에, 개인적으로는 세심하게 다듬은 소설이라기보다 AI가 생성한 초안을 충분히 퇴고하지 않은 듯한 인상까지 받았다. 물론 실제 작성 방식은 알 수 없으며, 이는 어디까지나 문체를 읽고 받은 개인적인 느낌이다.


책의 상당 부분이 이런 방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읽는 동안 소설적인 재미나 긴장감을 느끼기 어려웠다. 업계 업무의 흐름을 파악하려는 독자에게는 일정한 정보가 될 수 있겠지만, 인물과 이야기 중심의 소설을 기대한 독자에게는 추천하기 어렵다.


소설로 분류해 출간하려면 인물 구축, 장면 묘사, 대사별 개성, 인물 간 갈등과 변화, 서사의 완결성에 대한 보완이 더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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