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법학자, 그 사람 백충현 - 독도와 외규장각 의궤를 지켜낸 법학자의 삶
이충렬 지음 / 김영사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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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를 하다보면 정크푸드처럼 읽고 금방 잊어버리는 책이 있는가하면 인상이 깊게 남는 책들도 있다. 인상이 깊게 남는 책은 다시 책내용이 인상적이었던 책과 책제목이 기억에 남는 책들로 나뉜다. 나에게 있어 후자 중에 하나가 <세상은 그를 잊으라 했다>라는 책이었다. 잊혀지지말아야 하는 것들이 많지만 시간이 지나면 잊혀지는 것들이 많다. 


 나는 항상 그 점이 아쉬웠다.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라는 니체의 말도 있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잊고싶은 것을 잊어버리는 선택적 망각에 가깝다. 사실 타인의 삶을 기억하는 것은 각자의 삶에 있어서 0순위는 아니지 않은가? 나 또한 내 인생 하나 간수하기 버거운 터라 이해는 하지만 못내 아쉽기는 했다. 그리고 <국제법학자, 그 사람 백충현>이라는 책은 이 아쉬움을 더욱 증폭시켰는데, 이 책에서는 잊혀지기도 전에 기억도 되지 못한 사람의 삶을 말하고 있었기 떄문이다.


  <국제법학자, 그 사람 백충현>은 책제목 그대로 국제법무학자였던 故 백충현 씨를 다루고 있는 전기다. 인물의 탄생이 아닌 인물의 사후 있었던 훈장 추서식으로 시작되는 이야기는, 인물의 시시콜콜한 어린 시절보다는 그의 본격적인 행적만을 서술하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1957년 서울대학교 법대에 입학한 백충현 교수는 '국제법'을 공부하기 시작 한다. 그 당시 '설법'이라면 많은 사람들이 변호사나 판검사와 같은, 한국 내 권력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방향을 택할 법도 했지만 그는 그보다 더 큰 그림을 그렸던 것 같다. 오늘날 국제정세가 하나의 국가에게 끼치는 영향력을 생각해보면 당장의 앞날보다는 더 멀리 보셨던 것이 아닐까?


 그가 생애동안 했던 여러 일 중  독도 영유권 분쟁이나 프랑스 외규장각 문건 반환건은 유명하다. 많은 사람들이 이에 대해 언론이나 각종 매체를 통해 귀에 익숙하면서도 그 이상 알고 있거나 알고 싶어하진 않는다. 타인들이 굳이 걸으려하지 않는 길을 스스로를 위해서가 아닌 大를 위해 걸어가는 모습이 얼마나 애잔하게 느껴졌는지 모른다.


 그의 외길인생은 차치하고, '전세계적으로 국제법이 잘 작용하고 있는가?'를 쉽게 생각해보면 쉽게 답이 나오는 것 같지는 않다. 당장 UN의 영향력이라든지 미국과도 같은 강대국의 이라크 침공들을 생각해보면 이상적인 그림이 쉽게 그려지지는 않는다. 법적이론이 뒷받침 될 때 정당한 외교가 행사된다고는 하지만 이 세상은 여전히 무수히 많은 부조리로 가득차있지 않은가? 


 하지만 부조리에 굴복하기보다는 반항해야만 한다. 부조리에 맞서 정의와 이상을 추구하는 것은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가는 기본 원리라고 생각한다. 이에 맞서는 사람들과 단체들이 많아지면서 더욱 '정당함'들이 중요해지고 필요하게 되고 있다. 만일 모든 사람들이 힘의 원리에 굴복했다면 우리가 독도나 외규장각 문제들을 해결 할 수 있었을까? 힘의 원리 속에서도 정의와 양심을 지키며 꿋꿋이 자신의 길을 걸어간 백충현, 그 분을 알게 해준 이 책에게 감사함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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