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대통령들 - 누구나 대통령을 알지만 누구도 대통령을 모른다
강준식 지음 / 김영사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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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0월 24일 종편 방송인 JTBC에서 하나의 특보를 냈다. 그 특보의 여파는 대단했다. 드라마보다 더 놀라운 일이 뉴스에서 펼쳐지고 있다니, 그 얼마나 황당한 일들일까? 평소에도 정치에 관심이 있었던 사람들부터 안중에도 없던 사람들까지 주말에는 광화문에 나와 촛불을 들고 모두 이 사건에 귀를 기울였다. 나 또한 있어서는 안될 일들이 눈앞에 펼쳐짐에 혀를 내둘렀다.

그렇게 저번 달 10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소추안이 헌재에서 인용판결됨으로써 일련의 사건들이 1차적으로 마무리된 듯하다. 이러한 배경이 배경이니만큼 정치에 관련된 서적들이 많이 나오는 듯하다. <대통령들의 대통령> 역시 그중 하나였다.

나는 평소 문학 위주의 독서 편식을 일삼아 오던 탓에 비문학 서적들, 그러니까 인문까지는 문학과 밀접하니 그러려니 하지만 사회학 내지는 과학 분야의 책들을 보면 어쩔 줄 몰라 한다. 그럼에도 최대한 객관적으로 바라보려 노력하는데, 그중 특히 정치에 관련된 서적은 더욱 그렇다. 정치라는 게 같은 사건을 바라보더라도 정치적 성향이 어떠냐에 따라서 해석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이 책은 여러모로 아쉬웠다.

<대대>는 초대 대통령인 이승만부터 지금은 전 대통령인 박근혜까지, 각 대통령들의 삶들을 바라보고 공과 과를 뚜렷이 밝히려는 책이다. 대통령마다 약 50p 가량의 페이지를 할애해서 분량에서만큼은 중립적으로 보인 듯했고, 나 역시 한국사에 관심이 없는 편은 아닌지라 이런 정보들을 정리해 주는 책이 있었으면 좋았겠다-라고 생각을 하기도 했기에 이런 점들은 괜찮았다.

문제는 분량 면에서는 나름 충실해줬던 중립성이 내용 면에서는 깨져버렸다. 우선 故 장면 전 총리과 같은, 오랜 기간 대통령으로 있지 못했고 그렇기에 공과 과를 따질만한 일이 많지 않았던 대통령들은 그들의 어린 시절이나 성품에 대해 말한 것은 이해를 한다. 하지만 이야기할 거리가 많은 대통령들의 경우에도 일관된 레퍼토리를 가져간 것은 아쉽다. 책의 목표 자체가 대통령들의 인생을 말하는 것이라면 어쩔 수 없었겠지만, 인생을 50p에 담으려면 차라리 자서전을 보는 편이 낫다. 서문에서 저자가 말한 것처럼, '권력이 탄생하는 것부터 서술'한 것이 아니라 '인물의 탄생'부터 서술하곤 했으니- 사실 제일 큰 문제였다고 생각한 건 두 번짼데, 사실만을 나열하고 가치판단은 자제해도 모자를 판에 중간중간 섞여 있는 저자의 경험들은 신뢰성의 문제였다. 객관적으로 묘사해야 하는 서적에서 신뢰성을 잃는다는 것은 꽤나 뼈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모든 대통령에 두루두루 쓰인 사주 이야기나, 전두환이나 박정희의 최대 과라고 할 수 있는 독재와 민간인 사살, 예컨대 부마항쟁과 같은 굵직한 이야기들은 아예 달리지도 않거나 경제를 살렸다!라는 공에 가려 오직 한 꼬다 리만을 차지할 뿐이었다. 가치판단이 확실히 안된다 가정해도 사실 정도는 나열할 수 있지 않았을까? 

 내 정치적 색채는 차치하고, 서술에 신뢰성이 떨어지다보니 영 술술 읽히질 않았다. 차라리 "Tu fui, ego eris(나는 그대였나니 그대도 내가 되리라.)"라는 야심차게 시작한 서문이 가장 좋았다. 서문에는 적절한 인용과 저자의 야심찬 포부, 흥미로운 서술들이 이어질 것 같아 큰 기대를 했지만 약간은 용두사미가 아니었나 싶다. 갑자기 탄핵이라는 건국 이래 최대의 폭탄이 터지는 바람에 약간 마감에 쫓긴 탓일까? 싶기도 하고- 각설하고, 저자가 서문에서 밝힌 것처럼 공만 있는 대통령도, 과만 있는 대통령은 없다. 책표지서부터 좋은 대통령과 나쁜 대통령을 언급하고 서술을 시작했는데, 그만큼 적절하고 다양한 관점에서 대통령의 공과 과, 좋고 나쁨을 바라본 지는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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