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빵집에서 균의 소리를 듣다 -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이후 8년, 더 깊어진 성찰과 사색
와타나베 이타루.와타나베 마리코 지음, 정문주 옮김 / 더숲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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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귀농충동 자극하는 일본감성힐링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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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이라는 단어에는 몇몇 상반된 이미지가 있다. '쪽바리', '개시발놈' 같은 멸칭이 있는가 하면, 일관성 있는 사무라이 정신과 '요니게'는 감탄스러우며, '일본 영화'에서 자주 볼 수 있는(물론 이런 영화만 봐서 그렇기도 하다) 고즈넉한 잔잔함까지. 가까운 친구일수록 장단점이 극명하게 갈리는 것처럼, 이웃 나라 일본도 마찬가지인 듯하다. 나는 아무래도 조금은 온건한 쪽에 있는 것 같다. 메이지유신 관련 책을 하면서 각각의 인물에 몰입한 것도 있겠지만 말이다.

《시골빵집에서 균의 소리를 듣다》는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의 후속작으로서, 이러한 온건함을 더욱 굳혀주는 책이다. 전작이 시골 생활과 본원적이고 거시적인 경제학의 조화로 일군 힐링 에세이라면, 이 책은 '균(효모 등)'이라는 조금 더 미시적인 존재로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삶의 자세를 비춘다. 온갖 '돈과 부의 인사이트'가 흘러넘치는 베스트셀러 코너처럼 하나라도 더 가져가려는 시대에, 그 하나마저 내려놓음으로써 눈에 보이지 않는 다른 하나를 얻어가는 가족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부럽기까지 하다. 전반적인 내용 자체는 평양냉면처럼 슴슴하지만, 〈심야식당〉 같은 잔잔한 일본 콘텐츠가 익숙하다면 이 또한 즐거우리라.

전작과 같은 판형(142*210)을 유지하려다 보니, 전반적으로 넉넉한 행수와 여백, 두툼한 평량을 자랑한다. 독자의 시선에서 조금 더 작은 판형으로 담아도 되지 않았을까 싶긴 하지만, 그 여유로움마저 아우라로 보이는 건 기분 탓일까. 《근원의 시간 속으로》가 순수한 과학자의 울림 가득한 기록이었다면, 이 책에는 반대로 문과의 순수함이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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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사회에서 다양성을 보장하려면 가장 약한 자가 살 수 있는 사회를 실현하면 된다. 나는 맥주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이 사회에 다양성을 낳고 나아가 맥주 시장의 가치관을 넓히고 싶다. 그래서 내 목적은 ‘맛있는’ 것, ‘멋있는’ 것을 만드는 것이 아니다. 과장하면 ‘맛없는’ 걸 만들면 어떤가 하는 게 내 생각이다. 빵 만드는 일도 그랬다. 다루마리 초창기에는 맛있다는 개념의 절대적 기준에 사로잡혀 있었다. 하지만 지즈초로 이전하고부터는 ‘맛’을 추구하는 행위를 멈췄다. 내 행위의 목적은 시장의 가치관을 넓히는 일에 도전하는 것이다. 그래서 세상에서 폭넓게 인정받는 성공 사례를 따르지 않고 ‘이렇게 표현할 수도 있구나!’, ‘이런 상품도 있구나!’ 하고 소비자가 놀랄 수 있는 제품, 시장에 다양성을 더하는 제품을 만들려고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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