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주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01
에밀 졸라 지음, 유기환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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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대문호 에밀 졸라가 쓴 〈루공 마카르총서〉의 신작이 나왔다. 총 스무 작품 중 열아홉 번째 작품인 《패주》인데, 나는 이 작품이 번역되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패주》가 프랑스에서 많이 팔리기는 했다만, 우선 이 작품의 메인 테마가 여타 다른 졸라의 작품처럼 풍속이나 사회상이 아닌 '보불전쟁(프랑스-프로이센 전쟁, 편의상 보불전쟁)'이라는 점, 게다가 전쟁 속에서 피어나는 사람들의 복잡미묘한 감정보다도 전쟁 그 자체를 묘사하는 데 상당히 많이 분량을 할애했다는 점, 706쪽에 달하는 순수 본문의 압박이 크다는 점 때문이다. 그런데도 번역이 된 건 박수를 보내고 싶다.

하지만 에밀 졸라의 팬인 나도 이 책은 그리 쉽지 않았다. 물론 보불전쟁에서 파리 코뮌으로 이어지는 두 주인공의 처절한 운명이 꽤 감동적으로 그려지기는 한다. 하지만 작품 전체를 이끄는 '보불전쟁'과 '파리 코뮌'이 솔직히 우리 한국인에게는 재밌고 흥미로운 소재가 아니다(아마 프랑스 사람이 6.25 전쟁사를 봐도 비슷하게 생각할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인류 보편적인 끈끈한 우정의 빌드업, 잔인한 역사의 희생양이 되는 과정이 다소 지겹게 느껴진다. 그렇다고 졸라가 문체빨로 미는 작가도 아니니… 에밀 졸라를 처음 접한다면 이 책보다는 《목로주점》이나 《나나》, 《돈》이 조금 더 재밌을 것 같다. 세 작품이 재미가 없다면 발자크 테크를 타는 것도 좋겠다.

작품 외적으로 이 책을 왜 번역을 했을까 생각하고 서지정보 사이트를 둘러보니, 조만간 〈루공 마카르총서〉의 《대지》가 출간될 예정이란 걸 알았다. 그렇다. 문동에서 스무 권을 모두 출간할 생각이 아닐까? 어차피 퍼블릭이니 마음만 먹으면 못할 것도 없을 것이다. 내가 감히 문동의 빅 픽처를 몰라본 셈이다. 이번에 대박 난 열린책들의 도끼 북펀딩처럼, 에밀 졸라의 루콩 마카르총서도 대박이 날…지는 모르겠지만, 에밀 졸라 화이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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