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친구 쏜살 문고
기 드 모파상 지음, 이봉지 옮김 / 민음사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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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책을 읽을까/살까 하는 고민에서 분량은 굉장히 중요한 요소다. 아무리 좋다는 책이라고 해도 볼륨이 500쪽을 넘어가는 순간 '일단 장바구니 넣고 다음에 읽자/사자'로 빠지곤 한다. (그래서 트랜센드가 이렇게…) 논픽션이라면 주의 비중이 제법 있기에 어느 정도는 감안하고 보지만, 픽션 특히 해외문학에서는 이러한 딜레마가 제법 크게 작용한다. 《안나 카레리나》냐(약 1500쪽), 《대성당》이냐(300쪽), 《체호프 단편선》(200쪽)이냐. 보통 장편일수록 독서는 고되지만 여운은 깊고, 단편은 그 반대인 편이 많다. 하지만 가볍게 읽으면서도 깊은 여운을 남기는 작가는 우리에게 고전으로 남는다. 기 드 모파상은 그런 고전의 경계선쯤에 있다.


모파상은 사실주의의 대표 작가 귀스타브 플로베르의 제자로, 비슷하면서도 조금은 다른 작품을 보인다. 두 작가 모두 우리 삶과 아주 가까운 모습을 있는 그대로 그려내지만, 플로베르가 섬세한 문장과 묘사로 생생한 이미지를 그린다면 모파상은 툭툭 던지는 문장과 별거 아닌 소재에서 생생한 여운을 던진다. 그리고 두 작가 모두 장편과 단편을 썼는데, 플로베르의 단편과 모파상의 장편은 그저 그렇다. 자기에게 맞는 옷이 있다고 봐야 할까.


쏜살 문고의 《두 친구》(이봉지 역)는 모파상의 단편선으로, 널리 알려진 〈목걸이〉 〈비곗덩어리〉 외 12편을 담았다. 인간의 악한 본성(〈비곗덩어리〉)과 악한 상황에서도 빛나는 선한 본성(〈두 친구〉)을 아우르는 작품 스펙트럼이 눈에 띈다. 솔직히 몇몇 작품은 그저 그렇지만, 전반적으로 모파상 유니버스(?)에 빠져들게 하는 매력이 있다. 그렇지만 '고전'으로 자리매김하기에는, 또는 그냥 그런 단편소설 작가로 치부하기에는 둘 다 애매하다. 솔직히 후자쪽으로 약간 기운다.


이러한 점을 모두 배제하더라도 가장 큰 단점이 있는데, 이 책은 2017년에 출간되었지만 2002년 문지사에서 나온 《두 친구》(이봉지 역)를 그대로 가져온 듯하다. 굳이 번역 비교까지 하지는 않겠지만 '거의' 그대로 가져온 거라면 아주 약간 유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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