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전자책] 실핀처럼 머리끈처럼
유폴히 / 동아 / 2022년 8월
평점 :
유폴히 작가님 글 중 답장을 주세요 왕자님을 무척 좋아한다, 타임슬립이면서 뻔하지 않고 순수문학과도같은 글로 따듯하고 유머스러운 내용이 무척이나 마음을 끌었는데 실핀처럼 머리끈처럼은 정 반대의 분위기를 가졌다, 짧은 단편이고 익숙하지 않은 서간체면서 어쩌면 이리도 마음을 아리게 하는건지, 사전정보 없이 그저 좋은 글이라는 추천으로 읽었지만 사실 난 새드엔딩을 좋아하지 않는다, 팍팍한 현실속 내가 로설을 보는 이유가 행복한 마음을 가지기 위함이기에 피폐나 새드엔딩은 피하는 편인데 실핀처럼 머리끈처럼은 감히 읽고 난뒤 후회가 되지 않는다, 그저 먹먹할 뿐...
검은 드레스를 즐겨 입고 고깔 모양의 모자를 쓰고 특이한 말을 하던 엄마 아래서 자란 은호는 어린시절 스스로 원하지 않던 반장 선거에 나서게 되고 내키지 않기에 자기 자신에게 무효표를 던진 상황에서 유일하게 표를 준 서재현에 대한 오해를 푼 뒤 모두가 선망하던 재현과 어린 시절을 함께한다, 갑작스러운 환경의 변화와 자신의 힘든 상황 속에서 재현과 멀어지는 은호, 어른이 된 뒤 재회한 은호는 재현과 4년간의 연애를 하지만 사랑을 말하면서도 결혼도 재현 자신과 가족들에 대한 이야기를 않는 그에게 실망하게 되고 그와 다툰후 재현을 볼 수 없게된다. 한달 뒤 재현의 동생을 만나게 되고 그 뒤 쏟아지는 감당할수 없는 모든 상황들...
평소에 재현은 은호에게 모든 기억을 두번씩 볼 수 있다는 말을 했고 은호의 엄마는 실핀처럼 머리끈처럼 작은 것들이 반짝이는 동굴에 같이 있고 그곳엔 우리가 잃어버린 사람들이 함께 한다는 말을 한다, 두 이야기 모두 내겐 도대체 뭘까 싶은 의문이 들었고 이야기의 막바지 믿을수 없는 상황들이 펼쳐진다.
글을 읽으면서 상황을 바꿀수는 없지만 그저 들여다보는것만으로도 좋은 순간이 있다는 말이 참 마음을 울린다, 작은 실핀처럼 머리끈처럼 사소한 순간이지만 그저 바라만 봐도 좋은 반짝이는 순간들...내게도 분명 그런 기억들이 존재하고 어린 시절 첫사랑부터 아이와 함께 한 나들이 돗자리 위에서 나무그늘 아래 나뭇잎 사이사이 햇빛에 눈이 시리던 산들거리던 바람 등 소소하지만 행복했던 기억들을 떠올려본다, 다만 글 속 은호의 감정에 지나치게 이입해서 후반부 오열을 하고 말았다, 도대체 재현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면서 생생한 그의 모습을 바라볼수만 있고 후회되는 순간 되돌이킬수 없는 상황에서 홀로 남겨진 은호를 어찌해야할까...
하필 그와의 마지막 기억이 밝은 모습, 웃는 모습이 아닌 마음아픈 장면이니 이를 어찌할꼬...
지금도 나는 새드엔딩을 싫어한다, 단편도 글 속에 기승전결이 다 담기기 어렵다 생각해서 피하지만 유폴히 작가님 글은 개인의 취향을 뛰어넘는 필력을 가졌다, 작가님의 모든 글들이 이렇게 가슴을 파고들고 때로는 즐거움으로 때로는 마음아픈 먹먹함으로 남으니 앞으로도 유폴히님의 글은 다 읽어볼 예정이다, 마음이 아리지만 모든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