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긍정감을 회복하는 시간
미즈시마 히로코 지음, 이정환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7년 9월
평점 :
절판


사람 성격이나 마음에 관심이 많아서 이것저것 뒤적거리는 편인데, "자기긍정감" 이라는 단어는 뜻은 알겠지만 평소에 자주 사용하는 단어는 아니라서 조금은 생소하게 느껴졌다.


자기긍정감이란, 우수한 자신을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인정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마음이다. 구체적으로 인지되는 부분은 아니지만, 마치 기분좋게 몸을 감싸주는 따뜻한 공기처럼 자신을 둘러싸고있는 감각이라고 책에서는 설명하고 있다.

 

자기긍정감이 결국 요즘 사회에서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자존감과 매우 밀접하거나 거의 비슷한것이 아닐까 싶다. 기존에 자존감을 올리는 법이라고 하면 이것저것 많이 알려져 있는데,  그중에는 남과의 비교 멈추기, 스스로를 칭찬하기, 작은 성공 많이 하기 등 여러가지가 있다. 이런 부분은 익히 들어 어느정도 알고있었다.

 

그런데 이책에서는 상당히 색다른 방법을 제공하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타인을 아무런 조건 달지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이 책에서는 이 것을 '리스펙트'라 칭한다) 을 통하여 본인의 자기긍정감이 높아진다는 거였다. 있는 그대로 봐주고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것이 대체 어떻게 나 자신의 자기긍정감이 올라가는 것인지 매우 궁금했다.

 

저자는 일본 사람인데 정신과 의사, 대인관계요법 클리닉 원장, 에티튜디널 힐링 대표로 지내면서 만난 경험과 노하우로 자기긍정감이 낮으면 어떤 일들이 생기는지, 리스펙트란 무엇인지, 타인을 어떻게 리스펙트 하는지 구체적인 방법들과, 나 자신을 리스펙트 하는 방법, 더 나아가 자기긍정감을 높이는 진실한 관계를 만드는 방법까지 상세히 설명해주고 있다.

 

이 책이 과연 괜찮은 책이었느냐고 묻는다면 난 나에게 있어 좋은 책이었다고 한표 보내고 싶다.
그 이유는, 좋은 책이란 독자와 저자가 소통을 끊임없이 하게 만드는 책이라고 알고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끊임없이 보는 동안 나의 과거를 돌아보게 했다. 특별히 과거를 생각해보라는 지문이 있어서가 아니다. 그냥 예시만 봐도 불현듯 나의 예전일이 생각나며, 그땐 왜 그랬는지 더욱 이해가 깊어지는 일들이 생겨서 책에 포스트잇을 가득 붙여가며 생각하고 음미하게 해줬기 때문이다.

 

나 역시 상담을 공부했고, 이 분야에 관심이 많아서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봐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들었기에 그렇게 실천하려고 인식하는 편이지만, 생활속에서 뜻대로 되지않을때도 종종 있다. 우리는 가깝다는 이유로- 오히려 가까울 수록 타인을 있는 그대로 봐주기보단 내 뜻대로 변화해줄 것을 요구할 가능성이 많다.

 

하지만 진정한 리스펙트 (무언가 훌륭하고, 칭찬할 만한것이 있어서 존중하는것이 아닌, 어떤 조건도 달지않고 그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것) 가 일어났을때, 나와 상대방이 진실한 관계 속 치유를 경험할 수 있다고 책에선 말한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것이 얼핏 생각하면 쉬울것 같지만, 사실 만만치 않다. 우리가 일상에서 생활하면서 생각보다 많은 일방적인 단정속에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흔하게 생각하는 '그 사람이 더 나아졌으면 좋겠어' 라고 생각하는 마음도 일방적인 단정에 해당하며 올바른 리스펙트를 방해한다.
그사람을 자꾸 바꾸려고 맞지않는 충고나 조언을 던져서 오히려 마음을 닫아버리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양한 예시를 들며 우리가 어떤 일방적인 단정속에 잘 살아가는지, 타인을 있는 그대로 어떻게 바라봐야하는지 설명해주고 있다.

 

읽으면서 내가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봐주지 않았던 모습들, 그리고 상대방이 나를 있는그대로 봐주지않아 내가 마음을 닫거나 방어했던 일등 다양한 경험이 떠오르며 충분히 공감하며 읽었다.

자, 그런데 중요한건 대체! 타인을 리스펙트 하는게 왜 자신의 자기긍정감을 높이는 결과가 되는 걸까?
그 이유는 이렇다.


사람들은 보통 자신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것보다 타인에 관한 인식을 바꾸는 쪽이 더 간단하기 때문이다. 보통 그렇잖은가. 타인의 이해하기 어려운 언행을 보면서도 '나름 사정이 있겠지' 하고 리스펙트 할때 우리는 보통 더 관대해진다. 이때 자신에 대해서도 결코 싫은 느낌이 들지않는다. 타인에게로 향하는 따뜻한 마음을 스스로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되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나도 이전에 활용하고 있었다. 어느날 늦은 밤 편의점에 들렸는데,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안쪽에서 "아이씨~" 하고 짜증내면서 편의점 직원이 냉장고 물품을 정리하다가 카운터로 왔다. 순간 나는 기분이 몹시 나빴다. 그때 나의 사고는 이랬다.

   
1단계) 뭐야? 친절까진 아니더라도 짜증을 대놓고 내다니 기분나쁘네.(불쾌)
2단계) 날 무시하나...? (살짝 화가 나려고함)
3단계) 앗! 그만! 여기서 더 생각이 나가면 안좋을것 같아. 저 사람 지금 컨디션이 안좋을 수도있고, 냉장고 정리가 힘들어서 그랬을 수도있고, 나름 사정이 있겠지. (화가 가라앉음)
    

나도 모르게 이전에 기분나쁜일을 맞닥뜨렸을 경우, 이런식으로 리스펙트 하고 있었던 것이다. 실제로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 안좋은 기분을 날리는데 효과가 있으며, 남의 생각과 기분을 마치 내 생각처럼 침범하려는 오류를 피할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위에 예시에도 있었듯 순간 날 무시하나 라는 생각 같은- 스스로 자존감이 낮을 경우 나타날 수 있는 - 이런생각에서도 빨리 벗어날 수 있게 한다.

 

내 경험으로는 안 좋은 생각에서 쉽게 벗어나는 것에도 도움이 되지만, 내 곁의 사람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봐주려고 했을 때, 실제로 치유가 일어나거나, 나에게 마음을 편하게 털어놓는 사람도 여럿 있었다. 누군가를 평가하지 않고 그대로 봐주는 모습. 그리고 그 영향력으로 나 자신도 따뜻하게 있는 그대로 봐줄 수 있는 힘이 생기며, 그것은 곧 자기긍정감으로 연결되는 듯하다.


우리는 모두 높은 자기긍정감을 타고났다고 한다. 다만 살아오면서 각종 외부의 압박과 스스로의 단정 지은 생각 때문에 낮아져서 살아가는 사람이 많다. 나 역시 20대까지는 자기 자신을 잘 사랑해주지 못했다. 지금은 그래도 스스로를 사랑해주는 방법을 이것저것 찾고 훈련하다 보니 점점 좋아지고 있는데, 타인을 리스펙트 하는 것도 실생활에서 더욱 실천해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 속에서 평소 내가 알던 시각이 아닌,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는 일이 종종 있어서 흥미로웠으며( 장점이 아닌 단점에 주목하기, 마음에 병이 있는 사람들 대부분은 대인관계 문제를 끌어안고 있지 않다 등 ) 여기저기 줄치면서 보게 되고, 실행해보고 싶은 부분이 많았다.
무엇보다도 리스펙트란 마음가짐이기 때문에, 어찌 보면 어렵지만, 어찌 보면 당장 지금부터라도 실행해 볼 수 있는 부분이라 더욱 마음에 와닿는다.

 

 대인관계 문제, 가족과 자주 싸우는 사람, 자존감이 낮은 사람, 통제 욕구가 높은 사람, 사소한 일에도 화가 잘 나는 사람 등이 보면 특히 좋은 책이고, 사실 모든 이가 다 읽었으면 좋겠다 싶은 내용이다.
(사람이란 모름지기 이래야지!!!!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읽으면 놀랄 것이다. 개인적으론 그런 사람들이 특히 이 책을 봤으면 좋겠지만.. 어쩌면 받아들이기 힘들지도...?)

아무튼 오랜만에 스스로의 경험을 실컷 떠올리며 적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좋은 책과의 만남에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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