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 버리기 연습 - 100개의 물건만 남기고 다 버리는 무소유 실천법
메리 램버트 지음, 이선경 옮김 / 시공사 / 2013년 5월
평점 :
품절


 

[물건 버리기 연습 서평]

1. 책을 읽게 된 계기
2. 작가가 하고 싶은 말
3. 책이 나에게 준 영향


#1.

나는 어릴 때부터 무엇이든 모아두길 참 잘했던 것 같다.
책을 모았고, 인형을 모았고- 버리는 것은 별로 없었다.
내 학교 가방은 온갖 잡동사니로 늘 가득했다.
오죽하면 어릴 적 별명 중에 "만물상" 이 있었을까.
그날 필요한 노트와 필기구, 교과서 외에도, 휴지며, 가위, 테이프 등등 여러 가지를 다 넣고 참 무겁게 다녔던 것 같다.

이유는 "언제 필요하게 될지 몰라서" 이거 하나였다.


이런 습관은 어른이 되어서도 계속 되어 무언가를 늘 모았다.

그러다 서울로 혼자 독립하여 방을 구하게 되면서 정말 내가 꼭 필요한 것만,

당장 없으면 생활이 안 될 정도의 물건만 챙기게 되었다.

부모님의 집에서 편하게 살 때만 해도 느끼지 못했던 것을

절절하게 느끼며 짐을 챙겼는데 늘 많은 물건을 가지고 있었던 내게는 정말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하지만 원룸을 몇 차례 옮겨 다니게 되면서 짐은 하나 둘 늘어만 갔다.

알다시피 서울의 집들은 참 비싸다. 나중에는 집을 옮기려고 해도 많은 짐들 때문에

이사도 마음대로 하기 힘든 상태가 되고 말았다.

어떻게든 짐을 가지고 가야겠는데, 이걸 다 들어가는 집을 구하려니 쉽지가 않았던 것이었다.ㅠㅠ

그때부터였던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짐이 나를 구속하고 있어.'


내가 갖고 있는 가구와, 옷들과, 각종 물품들이 정말로 "짐"처럼 느껴지는 것이었다.
이런 "짐" 때문에 자유가 구속받는 느낌이랄까?
갑자기 훌훌 다 버리고 싶었지만, 그 많은 물건들을 어떻게 골라 버릴 것인지 도통감이 오지 않았다.
‘대체 어디서부터 해야 하지?’
정말 못 쓸 만한 거, 사용하지 않는 것들을 모아 조금씩 버려봤지만 짐이 줄었다는 흔적이 느껴지지 않았다.


이제 곧 이사도 해야 하는데, 새 집으로 가서는 좀 더 깔끔하게 새로운 느낌으로 시작하고 싶은데~~ 하고 고민하던 중에, 읽게 된 것이 바로 "물건 버리기 연습" 이란 책이었다.



#2.

가끔 원룸 방을 보러 다녀보면 평수가 작고 풀 옵션 같은 경우 가구와 가전제품 사이사이를

사람이 비켜 다녀야 하는 사태가 벌어진다.
이건 대체 사람이 방주인인지, 물건들이 방주인인지 알 수가 없을 정도.
보기만 해도 물건들로 꽉 들어찬 풍경이 사람을 답답하게 만든다.


또는 내방 뒤쪽 베란다에 가득한 잡동사니 박스들을 보면 가슴한구석에서 답답함이 밀려오는데,

컨설턴트가 말하는 물건에도 에너지가 존재하고, 집안에는 기가 순환되어야 한다는 말이 바로 이런 것과 연결되는 듯하다.


물건은 과거가 아닌 현재의 나를 대표하고 도움이 될 만한 것만 간직하고 나머지는 버려야 한다고 한다.

그 이유는 무시하거나 쓰지 않는 물건은 침체된 기를 발산하게 되고, 그것은 나에게 우울한 기운을 주기 때문이라고.


예전에 일본인 작가가 썼던 정리관련 책에서도 읽었던 말이 갑자기 떠올랐다.
물건을 만져보고 더 이상 설렘이 없다면 그냥 버려도 좋다고.
어쩌면 이 책에서 작가가 하는 말과 어느 정도 일치하는 것 같다.


내게 꼭 정리를 해야만 하는 과업(?) 이 있어서 그런지도 모르겠지만, 책이 정말 술술 잘 읽혔다.

중간 중간 물건을 대함에 있어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 체크해 볼 수 있는 테스트가 몇 가지 실려 있어서 흥미진진했다.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평가해가면서 결과를 확인해보니, 다행히 나는 심각한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쌓여있는 물건들이 있으니 이번 기회에 확실히 정리해보려고 한다.


작가인 메리 램버트 컨설턴트는 정리에 앞서 선행되어야 할 것은 바로 버리는 거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 책을 읽는 사람은 물건을 버리기 힘들어한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물건을 버려야 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기 이전에, 왜 버려야 하는지 이해가 되게끔 차근차근 안내해주고,

각종 물품 종류별로(옷, 가방, 신발, 전기용품, 취미 용품 등등), 또는 공간별로(현관, 거실, 침실, 주방 등등) 체계적으로 나누어 친절하게 알려준다. 특히 공간에 따라 어떤 물품들을 특히 주의해서 살피고, 어떻게 정리할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알려줘서 좋았다. 영국의 정리 컨설턴트인데도 불구하고, 한국의 중고품 판매 온라인 사이트나, 나눔을 실천할 수 있는 방법 등이 잘 기재되어있는걸 보아 출판사 쪽에서 신경을 많이 써준 듯하다.


중간 중간 실려 있는 깔끔하게 정리된 실내 공간사진들은 나도 이렇게 깔끔하게 꾸미고 싶다는 마음이 들게 할 정도로

예뻐서 눈으로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또한 책을 읽는 독자와 함께 물건 100개만 남기고 버리기를 실천하는데, 이것을 하는 동안 포기하지 않고 실천할 수 있도록 목록을 적을 수 있는 공간이 있고, 그에 따른 시간을 정해서 실천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참신하게 느껴졌다.

쉽진 않겠지만 100개가 아니면 200개로 정해놓고서라도 한번 따라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3.


이 책을 읽고 가장 크게 변화한 부분이 있다면 물건을 바라보는 나의 태도와 소비심리다.

' 이제 곧 장마라고 한다. 비가 많이 올 텐데, 어라, 그럼 젤리슈즈가 필요하겠군. '
이렇게 생각하며 인터넷 검색을 하니 엄청나게 많은 종류들의 신발들이 떼 지어 광고를 하고 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게 꼭 필요한가?'
'내게 작년에 구입한 장화가 있었는데..'
'젤리슈즈가 없어도 난 작년 장마를 잘 보냈잖아?'



더 이상 갖고 싶어 욕망하기 보다는, 돈이 없어서 못사는 게 아니라, 그것을 이제는 선.택.하.지. 않.는. 내가 보인다.
물건을 많이 가지기만 한다고 해서 과연 풍요로운 것일까?
나는 내가 필요한 만큼만 가져서 구속당하지 않고 정신적으로 자유롭고 싶다.
내가 딱 좋을 만큼 풍요로워 지고 싶다.


예전에는 TV광고를 보고 열등감에 사로잡힐 때 도 있었다.

예를 들면 누구나 저 물품을 꼭 가지고 있어야 만 할 것 같다. 가지지 않은 내가 비교 되었다.

그런데 지금은 느낌이 좀 다르다. TV에는 온갖 광고가 넘쳐 나지만, 이제는 꽤나 초연하다.

내게 꼭 필요한 것만 선택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못 가져서 아쉬운 것이 아닌, 가질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작가가 우리에게 끊임없이 던지는 말이 물건을 구입하기 전에 "이게 꼭 필요한 것인가?" 를 생각해 보라는 것이다.

실제로 물건을 줄여보겠다고 마음을 먹으니, 그것을 사서 내 물품들을 또 늘려야 하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면서

나는 충동구매 할 뻔한 것을 막을 수 있었다.


나의 관점 중에 크게 변화한 또 한 가지는,

퇴근 후 집에 들어가자마자 방과 주방을 쭉- 둘러보면서 ‘뭐 버릴 거 없나~’ 하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자꾸 버릴 것을 찾게 되니, 구입하게 되는 것은 더욱 조심스러워질 수밖에 없다.


이제는 물품들 앞에서 이렇게 종종 되뇐다.
“사랑하면, 사용하라. 그렇지 않으면 잃을 것 이다.”
덕분에 지금 일주일 내내 완전 다른 옷을 입으면서 출근하고 있다.^^
오늘 아침엔 오래된 화장품과 장식품을 몇 개 버리고나니 속이 후련하다.


답답함을 벗어나 깔끔하게 공간을 정리하고 싶은 사람들,
자잘한 걱정은 날려버리고 꿈과 목표를 향해 집중 하고 싶은 사람들,
자꾸만 충동구매하게 되고 물품을 쌓아만 두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관점의 변화와 함께 삶을 사는데 있어 긍정의 에너지를 선물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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