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숙제 - 남들처럼 살면 내 인생도 행복해지는 걸까요?
백원달 지음 / FIKA(피카)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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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내일이 전혀 기대되지 않은적이 있는가?
매일 매일이 똑같고,
더이상 좋거나, 새로운 일이 전혀 없을것만 같은 하루하루.

'참 좋아하는 것이 많은 나였는데,
내가 뭘 좋아했었지...?'
옛날엔 좋아하는게 많았는데,
지금은 아무것도 하고싶지 않아.'

이런 생각이 떠오를때면
서글픈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내가 속으로 여러번 되뇌이던 그 말들이
정확하게 적혀있었다.
아, 나만 이런게 아니구나...
나도 진짜 나를 찾고싶고, 발견하고 싶은데,
내 마음을 온전히 표현해둔 띠지위의 문장을 바라보며
책 속 주인공은 어떻게 살아가는지 궁금했다.

책 속 주인공은 11년차 직장인인 33살 여자 박유나.
비록 실제 나이는 내가 좀 더 많지만,
그녀를 주인공으로 하는 스토리는 나를 푹 빠지게 하기 충분했다.

아침 미어터지는 출근길 지하철과,
수시로 소리질러대고, 지적질만 하는 상사,
그 직장속에서 그나마 숨통트이는 마음맞는 동료와,
3년째 사귀었지만 결혼하고싶지는 않은 남자친구,
그리고 육아를 하는 친구들 속에서의 외로움,
내가 겪었고, 겪어볼법한 일들이 나오면서
감정을 울컥하게 만든다.

어렸을 적 적었던 일기장을 보며
어린시절의 나에게 위로 받는 모습은 뭉클하게 다가왔고,
한때는 좋았으나, 점점 맞지 않는다는걸 알게해준 남자친구와의 만남에 종지부를 찍을때는
참으로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 역시 결혼이야기만 나오면 두렵고, 불편했다.
나는 내가 정말 좋아하고 결혼하고 싶은 사람이 생기면 할지 모르나,
주인공의 친구들처럼 결혼과 출산을 인생의 숙제처럼 해치워야 하는건 너무도 싫었다.
그러다 보니 나이는 금방 차올랐고...
요즘은 그나마 덜한 편이긴 하지만
아직도 어른들을 만나면 종종 결혼 이야기를 듣는다.

그래서 주인공을 괴롭게하는 송팀장의 버럭도 조금은 이해가 갔다.
내가 나이를 먹고싶어서 먹는것이 아닌데,,
내 마음은 크게 달라진게 없는데
왜 이렇게 주변은 나를 늦었다고 할까.
그녀의 히스테리가 어느정도 이해되었고,
소개팅에 나온 남자에게 말로 한방 먹여줄때는
내가 사이다를 마신듯 시원~했다.

보면서 가장 많이 눈물났던 장면은
주인공의 직장선배와 남편의 이야기였다.
남편은 부인의 그림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종이에 자기모습을 그려달라고 한다.
그리고 그 그림을 자기 지갑 속 전재산을 털어 산다.
나는 그 장면을 보며 많이 울었다.

누군가... 내 꿈을 그렇게 응원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에겐 그런 사람이 없다는 것이 많이 아쉽고
그저, 그 장면 자체가 너무 아름다워서 눈물이 났다.

또한 주인공의 어머니가
주인공이 글을 쓰고싶어하고, 재능이 있는걸 알면서도
지원해주지 못해 마음아파하는 걸 보며
우리엄마도 이랬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더욱 공감되고 마음이 쓰렸다.

어린 시절, 나는 예술고등학교에 가고싶었다.
그냥 멋져보였고, 미술이나 음악 둘다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그때 IMF가 터졌고, 나는 상업고등학교로 가게되었다.
물론 내가 자원한것도 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잘한 선택인것 같지만,
이렇게 세월이 흐른 후에도 쭉 생각나는 것을 보면
그때 많이 아쉽긴 했나보다.

집 형편때문에 안된다고 말하는 부모님의 마음은 어땠을까...
거기까지는 어릴적에 미처 생각해보지 못했는데,
지금 이렇게 다시 돌이켜 볼 수 있어서 다행이다.

주인공에 흠뻑 몰입하여 보면서,
주인공 주변 사람들 이야기도 자연스럽게 하나하나 풀려나가고
책 속 미운상사도, 선배도, 상황도 이해가 되었다.
그리고 아니다 싶은 것은 끊어내고,
스스로 좋아하는 것을 찾아 도전해가는-
비록 공모전에 떨어졌지만 그것을 실패로 치부하지 않는
그 마음이 너무 좋았다.
따뜻했다.
마지막 배경은 겨울이지만,
봄을 품고있는 겨울로 참 따뜻하게 마무리 되었다.

책 중간중간 주인공이 쓴 시들이 (만화가님이 쓴거겠지만^^)
너무 아름다웠고,
<어느 가로등의 편지> 시가 특히 마음에 남는다.
시가나올때 그림들이 함께 나오는데
거기 놓여있는 연필 길이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같이 점점 짧아지다가
마지막 페이지엔 몽당연필이 되어,
깍지가 끼워져있는 디테일도 사랑스러웠다.

하루하루 기대 안된다고 하지만,
결국은 봄을 기다리는 겨울처럼
사실은 무척 기대하고 싶은게 내 마음 아닐까?
사실 너무 기대하고 싶었던거야...
그런데 그렇지 않아서 슬펐던 거지.

하지만 나도 유나처럼
매일 사소해도 조금씩 무언가를 해본다면
내일이 기대되는 하루가 오지않을까?

사실 언제 이 생이 마감될지 모르는 하루하루를 살면서
우리는 너무 영원히 살것처럼 하루를 산다.
하고싶은게 있다면
조금씩이라도, 아주아주 조금씩이라도
나를 위해 하게 해주고싶다.
하고싶은게 없을정도로 힘든상황이라면
푹 쉬게라도 해줘야지.

봄을 품고있는 따뜻한 겨울느낌의 책.
표지 제목글자에 쌓여있는 눈 그림이 사랑스럽다.
이 책덕분에 조금 더 따뜻해진 느낌이다.

매일 매일이 똑같고, 답답한 당신이라면
좋아하는게 가물가물한 당신이라면
한번 꼭 읽어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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