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굴장으로 - 제139회 나오키상 수상작
이노우에 아레노 지음, 권남희 옮김 / 시공사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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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노우에 에레노, 井上 荒野 지음 | 권남희 옮김 | 시공사 | 20093

  지금 이야기하려는 책 채굴장으로, 切羽へ 2008년도 일본 나오키상 수상작이다 나오키 수상작을 처음 읽은 건 사쿠라바 가즈키의 ‘내 남자, 私の男’를 통해서다. 독특한 형식에 독특한 내용으로 책을 읽은 후 소설을 참 잘 썼다는 생각을 한동안 가졌다. 또 다른 나오키상 수상자인 미우라 시온의‘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 1 & 2, 風がく吹いている’를 읽으면서도 참 책을 잘 썼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지금 이야기하려는 책 채굴장으로, 切羽へ 2008년 나오키상 수상작이라는 광고문구만으로도 읽어 보고 싶은 생각이 가득했다. 

 

 책 속 이야기는 남쪽 섬에 사는 사람들의 잔잔한 일상 이야기다. 그 속에서 작중 화자 아소 세이가 이야기를 편안하게 풀어 간다. 세이는 섬에서 태어나고 자란 섬 사람이다. 잠깐 도쿄에서 생활하기도 했지만 화가인 남편 아소 요스케와 행복하게 섬에서 살아간다. 지금은 섬에 하나 밖에 없는 초등학교에서 양호 선생님으로 근무하고 있다. 게다가 그녀는 독거 노인인 시즈카 씨에게 케이크나 전갱이 같은 음식을 나누어 주며 돌보는 착한 마음씨를 가졌다. 그런 섬 사람에게 어느 날 갑자기 이사와 사토시라는 의뭉스러운 음악 선생님이 등장한다. 비밀이란 없는 섬에서 이사와는 독특한 존재다. 그의 행동은 섬사람들에게서는 볼 수 없는 것들 투성이다. 세이는 그렇게 이사와와 시즈카 씨, 세이의 학교 동료 교사 스키에, 그리고 스키에의 애인 본토씨 같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차분히 풀어 놓는다.  

이 책의 매력은 앞서 이야기한 차분함이다. 어떤 소설이던지 이야기의 절정에 이르면 작가는 이야기를 몰아치곤 하는데, 이 책 채굴장으로에서는 그런 모습을 전혀 볼 수 없다. 도대체 남편을 사랑하는데 그에게 끌린다는 선전 문구가 과연 맞는가 싶다 하지만 잔잔한 호수에 던진 돌멩이가 물결을 일으키는 듯한 느낌을 화자 세이를 통해 살며시 보여주는 걸 보면, 그 말이 틀린 것도 아닌 듯싶다.  

 
 

 작가는 1년간의 시간의 흐름을 월별로 이야기한다. 하지만 시간의 흐름을 생각하게 하기 보다는 편안한 일상의 모습을 잔잔하게 보여주는 느낌이다. 이는 이 책에서 볼 수 있는 간결한 문장 때문이다. 그래서 읽어 가기도 쉽고, 이런 문장이 잘 쓴 글이라는 사실을 떠올리게 해 준다. 이것은 원작자와 번역자의 탁월한 능력 때문이 확실하다

책을 읽으면서 크게 두 가지가 궁금했다. 그 두 가지는 책에 등장하는 사투리와 제목의 의미다. 과연 사투리 사용의 의도는 무엇이었을까? 그리고 역자는 왜 그 사투리를 굳이 경상도 사투리로 번역 했을까? 하는 것들이 궁금했다. 또한 과연 채굴장으로라는 제목에서 저자는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었을까 하는 점도 책을 읽고 난 뒤, 한참 동안 내 머리 속을 떠돌았다.

잔잔하고 차분하지만 맛이 일품인 채굴장으로읽어 보기를 과감하게 추..

덧말. 동인문학상을 받은 소설은 읽지 않으면서 나오키상을 수상한 소설은 찾아 읽는다는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지 고민이다. 내 문제인지, 저자의 문제인지 아니면 홍보를 제대로 못한 출판사의 문제인지 한참을 생각해봤다. 정말 좋은 작품이라면 동인문학상의 작품을 먼저 찾아 읽을 텐데, 왜 그럴 기회는 없었을지, 진짜 내 문제인지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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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넥션 - 생각의 연결이 혁신을 만든다, 세계를 바꾼 발명과 아이디어의 역사
제임스 버크 지음, 구자현 옮김 / 살림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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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버크, James Burke 지음 | 구자현 옮김 | 살림출판사 | 20092

지금 이야기하려는 책 커넥션 : 생각의 연결이 혁신을 만든다, CONNECTIONS’은 내게 제목이 무척 멋지게 보였다. 생각의 연결이 현신을 바꾸는 커넥션이라는 단어는 내게 Link를 떠올리게 했고, 요즘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 웹 2.0 시대의 블로그를 떠올리게 해 주었다(링크의 경제학 : 2.0 시대의 새로운 영향세력들, 그들은 어떻게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가, The New Inflencecers, 블로그 교과서 : 세상과 소통하는 지름길 ) 지레짐작은 역시 틀리기가 십상이라는 사실은 책의 첫 표지를 넘기자마자 알 수 있었다. 이 책의 첫 출판 연도가 1978년이었기 때문이다. 내가 태어난 해에 출판된 책을 웹 2.0 어쩌고 하면서 생각을 했으니, 헛다리도 완전 헛다리를 집은 셈이다. 하지만 출판되고서 30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에서 번역되었다는 의미는 분명 이 책이 시간의 흐름을 초월한 가치를 가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는 큰 기대를 가지고 책을 읽어 나가기 시작했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책 속에 포함된 방대한 양의 삽화(揷畵, illustration). 또한 과학기술과 인문사회적 시각을 함께 가지고서 저자의 독특한 인과과정을 풀이를 통해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점 역시 이 책이 갖는 장점이다. 이러한 특징은 저자가 책 내용을 통해서도 독자에게 직접적으로 알려준다.

 

이러한 특징을 따라서 운송, 통신, 항해, 증기, 복지, 야금술과 같은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어 시작하지만, 각 이야기의 끝은 단순히 처음 시작했을 때에 머무르지 않는다. 이러한 주제의 이야기에서 어떻게 컴퓨터의 기초가 나오고, 제트 엔진이나 금속활자, 통신기술, 냉각 시스템, 비료 같은 이야기뿐만 아니라, 폭넓은 시각을 통해 사람들의 생활의 변화상까지 논의를 확장시킨다.

하지만 이 책이 이러한 장점만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우선 삽화를 사용하는 것은 책의 내용을 독자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데 목적이 있는데, 방해한 삽화의 사용에도 불구하고 독자로써 그 내용을 따라가고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또한 저자의 잘못인지 역자의 잘못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서술자가 설명하려는 대상을 정확히 알지 못한 채, 이야기를 풀어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의문이 종종 들었다는 점도 아쉬움으로 남았다. (개인적으로 독자가 차분히 책을 읽으면서도 이해하지 못할 경우 그 책임은 전적으로 저자에게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기술적인 내용을 설명할 경우 더 그러한데, 독자는 기술적인 내용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자신의 지식 부족을 탓할 필요가 전혀 없다. 특히, 고등학교를 졸업한 사람이 이해하지 못할 정도의 설명은 더욱 그렇다. 내 경우는 물리학을 10년 넘게 공부해오고, 조만간 학위를 받을 생각을 하고 있는데도 쉽게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리고 저자의 독특한 인과과정을 풀이를 통해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점 또한 강점과 단점을 함께 보여 주었다. 13세기 초 소빙하기의 도래로 굴뚝이 등장이 대표적인 예가 될 수 있다이러한 서술은 큰 틀에서 보면 분명 틀린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전적으로 옳다고 하기도 모자람이 있다. 거기에 이야기의 관점이 영국 중심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점과 더불어, 1970년대 나온 책인 만큼, 전자 공학의 급격한 발달을 기반으로 한 반도체 혁명이 만들어낸 사회에 대한 조망 없다. 게다가 그 이후 우리의 삶에 더 큰 영향을 미친 internet 같은 ITBT, NT에 대한 이야기가 빠진 점도 아쉬움이 크다.

 굴뚝의 사용으로 1년 내내 행정이 지속되고 지적 활동이 증가된다. 이로 인해 경제적 복지가 증대되고, 이는 가옥의 건설 증가로 나타난다. 그래서 목재가 부족하게 되고 대체 에너지로써 석탄이 사용되며, 석탄의 사용은 주철의 대량생산과 증기 기관에서 사용하는 실린더 주조를 할 수 있게 해준다. 이것이 증기 기관의 사용을 통해 산업 혁명을 일으키고 현대의 내연기관의 발전으로 이어진다. 또한 이는 연료로 석유를 사용하게 만들고 또한 내연기관은 비행기를 가능하게 만든다.

 

책에서 저자가 보여준 과학기술과 역사를 포함한 사회과학을 넘나드는 인과관계 인식을 통한 풀이는 분명히 앞으로 지향해야 할 점이 분명하다. 그렇지만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를 체계적으로 이해하는 것에서는 아직 부족함이 분명하다. 이런 이유로 이 책 커넥션은 새로운 시각을 통해 기술의 역사를 보고 싶은 생각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그다지 읽어 보기를 추천하고 싶지 않다.

 영웅적 서술 방식에서 역사의 변화는 편리하게 발명가라고 명명된 천재 개인에 의해 유발된 것으로 나타난다. 그러한 취급에서 에디슨은 전구를, 벨은 전화기를, 구텐베르크는 인쇄기를 발명했다. 그러나 어떤 개인도 발명품을 무로부터 만들어낸 원인일 수 없다. 단일한 발명가를 유일한 창조자의 위치로 높이는 것은 좋게 보면 사건에 대한 그의 영향력을 과장하는 것이고 나쁘게 보면 사회의 평범한 구성원들의 노력 없이는 그의 일이 불가능했으리라는 점을 부인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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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소통하는 지름길, 블로그 교과서
김중태 지음 / 멘토르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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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태 지음 | 멘토르 | 2009 3

  내 블로그의 첫 시작은 지금은 사라져 버린 엠파스 블로그를 통해서였다. 엠파스 블로그에서 첫 글이 2004 5 25이었으니, 블로그를 시작한지가 거의 5년에 가까워간다. 하지만 그간 블로그는 내게 읽은 책이나 관람한 영화나 공연에 대한 정보나 개인적인 평가를 기록해 놓는 기록장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던 것이, 링크의 경제학 : 2.0 시대의 새로운 영향세력들, 그들은 어떻게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가, The New Inflencecers 를 읽게 되면서, 2.0시대에 블로그가 갖는 의미를 생각해 볼 기회를 갖게 되면서 블로그에 대한 내 인식이 바뀌었다. 그 이후로 블로그스피어스, Blogosphere 이 어떤 것이고, 그 속에서 서로 소통하는 도구로써 블로그 가진 매력에 큰 흥미를 갖기 시작했다. 이렇게 블로그에 대해 큰 관심을 갖고 있던 차에, 지금 이야기 하려는 책 블로그 교과서 : 세상과 소통하는 지름길을 접할 기회를 갖게 되었다.  


 사실 블로그 교과서라는 이 책의 제목을 보고는 좀 의아했다. 과연 교과서라는 단어를 제목으로 정할 만큼 전문가인지 혹은 단순히 출판사의 마케팅을 위한 제목인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책을 읽어 나가기 시작하자 금세 내가 가졌던 의문은 기우(杞憂)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비록, 반쪽자리 블로거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5년에 걸쳐 블로그를 다룬 경험에 최근 Top bloger 들의 블로그를 찾아 다니면서 한껏 높아진 눈으로 봐도 저자의 내공이 보통이 아니란 사실을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책은 5 부분으로 나누어 블로그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Part 1 2에서는 주로 블로그의 정의와 역사나 블로깅하는 방법 같은 기본적인 내용을 다룬다. 기본적인 내용을 모른다손 쳐도 블로그를 만들고 운영하는 것에는 문제가 있을 게 없지만, 그래도 사람들이 현재 주로 사용하는 블로그는 어떤 것이고, 각 블로그 제공 업체별 장점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와 같은 기술적인 내용이 주를 이룬다. 또한 블로깅을 하면서 예절과 어떻게 하면 방문자를 늘릴 수 있는지 그리고 요즘 사람들이 많은 관심을 갖는 광고를 어떻게 광고를 블로그에 개재하고 수익을 얻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차분히 설명해 준다. 개인적으로는 자신이 직접 설치하는 설치형 블로그에 대한 부분과 방문자를 늘리는 방법을 관심을 가지고 읽을 수 있었다


 Part 3은 기업 블로그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특히 바이럴 마케팅, viral marketing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블로그가 마케팅 도구로 인식되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주목한다. 그리고 블로그는 기업이 감성과 신뢰 획득을 포함한 다양한 이점을 가져다 주는 도구라고 설명하면서 자세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큰 틀에서 보면 틀린 이야기는 아니지만, 개인적으로는 Part 3에 내용이 작위적인 해석이라는 느낌이었다. 블로그가 효율적인 도구라는 점은 틀림없지만 블로그 역시 뛰어난 마케팅 혹은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의 한 가지 수단일 뿐이다. 블로그를 통해 마케팅하고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효과적인 마케팅 혹은 커뮤니케이션 툴로 블로그를 인식하고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책에서는 긍정적인 면을 부각하는데 너무 초점을 맞추고 있다


 Part 4, 5는 미디어로써의 블로그와 블로그 문화에 대해 이야기한다. 블로그야 말로 진정한 1인 미디어 시대를 열었고, 그로 인해 오마이뉴스 같은 시민 저널리즘을 뒷받침한다고 말한다. 또한 블로그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과 CCL, Creative Commons License과 같은 블로그 저작권에 대한 이야기도 설명한다. 평소에 web에서의 저작권에 대한 개념과 이를 침해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던 터라, 관심을 가지고 읽을 수 있었다. 또한 블북, blog + book의 합성어 에 대한 내용 역시 관심이 크게 갔다. 요즘 들어 자주 블로그 속 내용을 가지고 책으로 출판하는 경우를 접할 수 있었는데, 나 역시도 생각만 하고 실천에 옮기지 못하고 있는, 나노 그리고 과학에 대한 이야기를 꾸준히 블로깅하고 기회가 된다면 블북의 형태로까지 만들어야 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었다


 아울러, 블로그에 대한 관심이 크다면 이 책과 더불어 한국 블로그 산업 협회에서 만든 블로그 가이드 북 2nd edition 과 블고그얌에서 발행한 2008년 대한민국 블로그 백서를 함께 살펴 보면 좋겠다. (블로그 가이드 북과 블로그 백서는 유명한 블로거 중의 한 분이신 쥬니캡님의 블로그를 통해서 알게되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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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장 속의 과학 - 과학자의 눈으로 본 한국인의 의식주
이재열 지음 / 사이언스북스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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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열 지음 | 사이언스북스 | 2009 3

  담장 속의 과학 : 과학자의 눈으로 본 한국인의 의식주는 기대가 무척 큰 책이었다. 먼저 전통가옥의 활짝 열어 놓은 문을 책 표지로 정한 것이 그랬다. 생명과학부 교수인 저자의 눈으로 전통 생활 양식을 과학적 지식을 통해 살펴 봄으로써, 어떤 것들이 현재 우리의 삶에 다시 가져 올 만한 가치를 가지고 있을 지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러한 기대를 가지고 이 책 담장 속의 과학을 읽어 나갔다

 책을 읽으면서 먼저 접하게 되는 부분이 프롤로그(Prologue)’이다. 이 책에서는 책머리에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는데, 보통 저자가 자신의 책이 어떤 의도로 쓰여 졌는지를 간략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목적이다. 그런데 이 책의 책머리에는 무려 10 쪽의 분량을 자랑한다. 책을 출판하기 된 계기와 의도 정도만 간략하게 해서, 10 쪽 중 마지막 2~3 장에 있는 내용만으로도 충분했을 부분을 아쉽게도 장황(張皇)스럽게 늘어 놓았다. 그래서 실제 본문을 읽어가면서 여러 차례 책머리에서자세하게 풀어 놓은 이야기를 또다시 읽을 수 있었다.

 책의 첫머리부터 아쉬움이 컸었는데, 그 아쉬움은 책을 읽어나가도 계속 되었다. 먼저, ‘~ 것 이다.’는 추측성 표현을 책 전체에서 빈번하게 사용된다는 점이다. 그래서 읽어나가는 동안 자주 저자의 전문성을 본의 아니게 의심하게 되었다. 넓은 의미에서 앞서 언급한 프롤로그 부분의 장황스러운 서술과 같은 이야기인데, 문체가 좀 더 간결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책을 읽는 내내 들었다. 이는 책의 내용을 깊이 생각하고 떠올리면서 읽어가도 빠른 속독을 통해 금방 읽어가도 계속해서 아쉬움이 남았는데, 책을 한참 읽고 나자 간결하게 설명했으면 아쉬움이 덜 했겠다 는 생각이 들었다.  

책의 내용은 에 대한 이야기에서 시작한다. 사람이 살아가기에 적당한 장소를 물색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 집터, 묘터 같이 터의 범위를 좁혀 가면서 이야기는 고향집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연결되며, 이것은 다시 전통 문화와 전통 생활 양식 이야기로 확장된다. 그래서 의식주(衣食住)의 관점에서 크게 3가지 주제로 내용을 나누어 놓았지만, 내용과 함께 분량까지 가만 한다면 주()에 속하는 전통 가옥에 대한 이야기를 책의 전반부, 장과 김치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식()과 빨래와 옷감에 대해 이야기하는 의()를 책의 후반부 내용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앞에서 이 책을 읽어가면서 전통 생활 양식을 과학적 지식을 통해 살펴 봄으로써, 어떤 것들이 현재 우리의 삶에 다시 가져 올 만한 가치를 가지고 있을 지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를 가지고 싶다고 이야기 했다. 하지만 책은 과학자의 모습보다는 사회학자가 흔히 취하는 담론의 형식으로 이야기를 풀어 나갔다. 그래서 이어령 교수의 흙 속에 저 바람 속에와 같은 책을 읽어가는 느낌에 가까웠다. 하지만, 문체의 유려함이나 전통 문화가 가치를 재조명하는 시각은 이어령 교수의 책만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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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 1
미우라 시온 지음, 윤성원 옮김 / 북폴리오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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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우라 시온三浦 をん 지음 | 윤성원 옮김 | 북폴리오 | 20077

 

 지금 이야기하려는 책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 1 & 2, 風がく吹いている를 볼 생각을 하게 된 건 순전히 실수 때문이었다. 내 남자, 私の男’ 를 일전에 읽었는데, ‘ 내 남자는 그 내용과 형식이 정말 독특했고 아울러 비록 번역으로 원문의 맛과는 다르겠지만 그래도 이야기를 풀어가는 작가 필력(筆力)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금세 알 수 있는 책이었다. 그런데 이 책이 138회 나오키 상 수상작이었다. 그리고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예전에 나오키 상을 수상한 소설을 한번 더 본 적이 있었는데, 그 때도 만족하며 책을 읽었던 기억을 떠올랐고, 이로 인해 ‘135회 나오키 문학상에 빛나는 미우라 시온 최신작이라고 된 소개 글은 내게 135회 나오키 수상작이라고 보였다. 그리고 이내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는 이 책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도 뛰어난 작가의 읽을 만한 책일 것이라는 결론을 내고 말았다

일본 책의 특징은 디테일이다.

 Inuit님의 글 줄에 일본 실용서 읽은 후의 아쉬움이라는 포스트가 있다. 좁은 범위의 이야기를 한 권이나 되는 분량으로 울궈내는 귀재라는 설명과 각론으로써의 가치는 인정하지만 하나의 키 아이디어에 적당히 살을 붙여 만든 책이 많아서 아쉬움이 있다는 내용이다. 사실 지금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는 일본 책이기는 하지만 실용서는 아니라서 Inuit님이 말씀하신 카테고리에는 들어가지 않는다. 그렇지만 이 책도 좁은 의미에서 보면 일본 실용서적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는다. ‘하코네 역전경주라는 간토학생육상연맹에서 주최하는 대학생 마라톤 릴레이에 관한 이야기로 2권의 분량을 채워가기 때문이다. 읽어가면서 역시 일본 책들은 디테일이 강하다는 생각을 여러 차례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책은 하나의 키 이야기에 적당히 살을 붙여서 만든 것 이상의 수준이므로, 이 점에 관해서는 우려할 필요가 전혀 없다.

 
  

책은 지쿠세이소라고 불리는 작은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 이야기다. 지쿠세이소가 비록 낡아 스러질 것만 같은 건물이기는 하지만 월세 3만엔에 식사까지 제공되는 요즘 보기 힘든 곳이다. 그곳에는 4년간 하코네 역전경주에서 달리는 것을 꿈꿔온 기요세 하이지, 일찌감치 사법고시에 합격한 유키, 늘 담배를 물고 사는 니코짱, 쌍둥이 형제 조지 로와 조타 로, 밥 먹는 것보다 퀴즈 프로를 더 좋아하는 킹, 이공계 장학생으로 일본에 온 무사, 늘 만화책에만 빠져 사는 왕자, 그리고 깊은 산골에 살면서 처음으로 도쿄에 있는 대학에 입학한 덕분에 고향에서 별명이 그대로 이어진 신동까지 9명의 학생이 살고 있다. 그리고 이들은 모두 지쿠세이소 옆에 있는 간세 대학의 학생들이다. 그러던 어느 날, 지쿠세이소의 매니저 격인 기요세가 목욕을 하고 오던 길에 편의점에서 빵을 훔쳐 달아나는 사람을 우연히 보게 된다. 그런데 그 사람이 달리는 모습이 심상치 않다. 그 사람이 바로 책의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가케루다. 기요세는 가케루를 보자마자 가케루의 달리기에 매료(魅了)되고 마는데, 이는 가케루의 달리기는 자유롭고 즐거워 보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가케루를 만난 기요세는 가케루가 머물 곳이 없다는 사실을 알자 바로 지쿠세이소에서 함께 살 것을 제의한다. 갈 곳 없이 노숙을 할 작정이었던 가케루 역시 기요세의 제의를 받아들여 지쿠세이소에서 들어가는 것을 받아들인다.

지쿠세이소 주민 중에 기요세만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지쿠세이소는 간세 대학 육상 경기부 단련소다. 그리고 앞서 언급한 대로 기요세는 4년간 10명이 팀을 이뤄 도쿄에서 하코네산을 교대로 왕복해서 달리는 하코네 역전경주에 참가하는 것을 꿈꿔왔다. 그리고 가케루의 지쿠세이소에 끌어들이는 것으로 기요세는 하코네 역전경주에 참가를 지쿠세이소 주민들에게 선언한다. 그리고 기요세와 가케루를 제외하고는 육상과는 떨어진 삶을 살아온 지쿠세이소 주민들이 하코네 역전경주에 참여하기 위해 달리기를 시작하고 예선을 통과하고 본선에 진출해서 달리는 지쿠세이소 주민들의 이야기다.

사실 책은 이야기만으로도 충분히 읽는 재미가 있다. 하지만, 그것이 다가 아니다. 이는 이 책이 청춘소설과 성장소설의 모습을 동시에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나가는데 있다. 오로지 육상만을 생각하며 살아온 가케루의 모습을 통해서 자신이 인식하는 것보다 세상은 더 다양하고 복잡하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모습이나 달리고 싶어도 달리지 못하는 고통을 아는 기요세의 모습은 시련을 통해 한층 성숙된 인간으로 발전해 가는 모습을 가감 없이 보여 준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결과가 동반되지 않는 노력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며 세상과 반목하는 가케루나 사카키의 모습을 통해서는 그들의 모자란 부분을 통해 우리의 모습을 되돌아 보게 한다


 


기요세는 각자의 성격에 맞추어 자연스럽게 지도했다. 착실하게 그날의 연습량을 해내는 데 희열을 느끼는 신동에게는 좀더 상세한 프로그램을 만들어주었고, 학구파인 유키에게는 그가 납득할 때까지 트레이닝법에 관한 토론에 응해주었다. 조타는 칭찬을 해주면 의욕이 생기는 타입이기에 연습 중에도 자주 칭찬을 해주었고, 방치해도 잘 달리는 조지에게는 굳이 달리기에 관한 화제를 꺼내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기요세는 주민들이 마음대로 달리게 했다. 연습방침을 정성껏 전달하고 그를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약간의 어드바이스를 할 뿐인데도 주민들의 의욕을 불러일으켰다. 가케루는 마법을 보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강요하지도 않고 벌칙을 정하지도 않았다. 그저 달리려는 마음이 생길 때까지 집념이 강하다 싶을 정도로 가만히 기다렸다. 그런 코치 방식이 있다는 것을 가케루는 처음 알았다.
                                                         P. 176 ~ 177
중에서
 

또 하나 이 책을 보면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리더십에 관해서다. 리더십에 관해서는 다양한 논의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상황에 맞추어 유연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는 것이 근래 이야기되고 있는데, 책에서 나오는 기요세의 모습이 딱 그렇다. 일을 해나가는데 있어서 어떻게 하면 스스로가 주인의식을 가지고 열심히 일하고, 함께 일하는 사람들도 그렇게 할 수 있을지에 대해 늘 고민하며 살아가는데, 기요세의 모습을 통해 내가 추구해 나아가야 할 모습에 대해 다시금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또한 뛰어난 리더 못지않게 그런 리더를 잘 따르는 추종자의 모습 또한 지쿠세이소 주민들의 모습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이 책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는 개인적으로는 읽어가는 재미도 읽어가면서 생각할 꺼리도 많은 책이었기에, 과감히 읽어 보기를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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