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산잡영 - 퇴계, 도산서당에서 시를 읊다
이황 지음, 이장우.장세후 옮김 / 연암서가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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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라면 압축된 의미 못지 않게 난해하다는 선입견이 있다. 그래서 한시 자체의 의미와 맛을 느끼기가 쉽지 않았다. 두보의 시를 해설한 것을 읽어봤지만 몇 편을 빼고는 그 의미와 맛을 느끼기에는 어려웠다. 외국사람이라서 그러러니 했다. 하지만 번역과 배경설명이 부족하여서 그런 것인지를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퇴계선생님이 도산서당에서 시를 읊었다는 것에 흥미를 갖게 되었다. 때로는 일상의 의미를 노래한 시도 있었지만 역시 인생의 깊은 통찰을 쉽게 풀어놓은 시들을 읽으면서 조상들의 지혜에 대해서 감탄하게 되었다. 또한 옮긴이들의 수고로운 각주와 설명은 어렵게만 느꼈던 한시의 참된 맛을 알게 해주었다. 특히 각주에 시에 대한 설명 뿐만 아니라 시 속에 나타난 인물이나 역사에 대한 배경설명은 시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

물론 시 자체가 주는 감동도 있지만 자칫 의미파악에 그칠 수 있는 부분은 각주의 자세하고도 친절한 설명으로 인해서 시가 주는 원래의 의미파악을 가능하게 했고 한시의 맛을 알게끔 하는 도구가 되었다. 또한 시를 해석 한 후 간략한 해설은 길지도 짧지도 않은 길이로 의미 파악 및 현 시대의 적용을 돕는 역할을 잘 해내었다.

무엇보다도 인상적인 것은 대학자인 이황의 소박한 마음의 표현이다. 주리론으로 인해 당대의 학계가 큰 영향을 끼쳤던 학자의 생각들은 한시에서도 깊고도 치밀하면서 논리로 가득차 있을 것이다라고 생각했다. 물론 그런 부분도 있지만 대부분은 자연을 노래하고 벗을 칭송하며 자신의 삶의 자리에 대한 소박한 느낌들을 이야기로 풀어내는 것을 보면서 치열하게 학문에 연마한 고고한 선비의 모습보다는 마음이 따듯한 옆집 할아버지의 모습이었다.

퇴계선생님의 책들 가운데 어쩌면 이 시대에 가장 적합하면서도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인 것 같다. 사족을 붙이자면 한자 자체의 풀이집을 부록으로 했으면 한자 공부도 할 수 있었겠다는 욕심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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