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모없음을 상기시키는 어두운 도형 하나가 문득 제 윤곽을 바꾼다. 너는 다시 멈추어선다. 그러니까 어제 너는 불 꺼진병실 침대에 누워 죽음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오늘 이 아침에 너는 빛이 쏟아져 내리는 횡단보도 앞에 멈추어 서 있다. 너를 멈추어 서게 하는 힘. 너를 멈추는 것으로 다시 살아가게 하는 힘. 너무 많은 빛이 네 눈동자 속으로 쏟아져 들어온다. 너는 마른세수를 하듯 두 손 가득 빛 그물을 떠서 얼굴을 문지른다. - P4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