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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은 말 있어요
우오즈미 나오코 지음, 니시무라 쓰치카 그림, 김숙 옮김 / 북뱅크 / 2020년 6월
평점 :
옛날 드라마 중 '아들과 딸'이라는 드라마가 있었다. 귀남이 역으로 최수종, 후남이 역으로 김희애가 나오고 그 둘은 이란성 쌍둥이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남아선호사상이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을 때 남자인 귀남이는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고, 후남이에게는 귀남이의 학업 뒷바라지를 위해 돈을 벌어오라고(?)했던가 진학을 하지 못하게 했던가(?) 그랬던 것 같다.
나의 원가정(친정)도 남아선호가 아주 강하였다. 오빠는 나보다 3살 위였는데, 오빠가 대학에 가고 내가 고등학교 다닐 때 오빠의 여자 친구가 집에 놀러왔었다. 오빠는 나한테 뭔가를 차려오게 하고 집에서 여자 친구와 놀다가 나가며 나에게 양말을 가지고 오라고 했다. 이 광경을 보고 여자 친구였던 대학생 언니가 나에게 '후남이 같다.'고 나에게 했던 것 같다. 결국엔 그 언니랑 헤어졌지만... 아마 이런 남자친구의 가정 분위기를 보고 그러지 않았을까 싶다.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의 초등학생인 여자 아이에게 엄마는 여자이기 때문에 이런 저런 가정일을 거들어야 하는 것에 불만을 가지고 있었다. 이것은 대를 물려 주인공의 어머니의 어머니(외할머니)가 딸(엄마)에게 했던 것들이 당연하였던 시대에 엄마가 받은 아픔을 딸에게 아무 생각없이 전수(?) 한 것이다.
나에게 정말 이것이 싫었고 너무나 힘들었고 괴로웠던 부분을 작용했던 것들을 내가 다른 사람이나 가족에게 하고 있는 것을 발견할 때 너무 힘들다. 나의 이런 부분을 자녀는 닮지 않았으면 했던 부분을 자녀가 가지고 있을 때 미안함과 안타까운 마음이 일어난다.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에서 처럼 아무렇지 않게 나에게 규정되어 버리고 그렇게 하는 것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것은 무엇이 있는지 생각해 보고 끊어버리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가정의 자녀에게도 물어봐야 할 것 같다..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