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풍부하고 단순한 세계 - 실재에 이르는 10가지 근본
프랭크 윌첵 지음, 김희봉 옮김 / 김영사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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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은 사물이 어떠한지에 대해서 많은 중요한 것들을 알려주지만 사물이 어떠해야 한다고 선언하지 않으며, 과학이 말해주지 않는 것에 대해 상상하지 말라고 막지도 않는다. 과학은 아름다운 아이디어들을 담고 있지만, 아름다움을 소진시키지 않는다. 과학은 물리적 세계에 대해 풍성한 결실을 가져오는 독창적인 방법을 주지만, 과학은 인생에 대한 완벽한 지침이 아니다.”

- ‘집으로의 긴 여행’ 中


뼛속까지 예체능 문과생이 과학 책을 읽는다고? 언젠가부터 스스로 그 한계에 나를 가두는 것 같았다. 나는 그런거 못한다고. 하지만 이분법을 벗어나 생각하면 세상에 과학이 아닌 것이 어디있으며, 언어가 아닌 것이 어디있는가. <이토록 풍부하고 단순한 세계>는 과학을 철학의 프레임으로 바라본 제목 같았다. 역시나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가 쓴 글이었지만 그 안에 우주와 인간에 대한 명확한 철학이 담겨있는 듯 했다.

심오한 원자, 핵, 팽창의 내용이 무거울 땐 나가는 글인 ‘집으로의 긴 여행’을 읽었다. 과학은 절대적 법칙이 아니며 오히려 하나의 방법론에 가깝다. 이 책만 하더라도 내용은 과학으로 꽉 차 있지만, 아름답다. 과학은 눈에 보이지 않는 막연한 원리 뿐만 아니라 눈에 보이는 것들의 보이지 않는 성질도 포함하기 때문이다.


"오래전부터 몇몇 몽상가들은 세계에 우리의 감각으로 알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이 있으리라고 생각했고, 이 생각은 사람들을 매료시켰다.(..) 과학은 물리적 세계를 설명하며, 관측할 수 있는 것들의 목록을 알려준다. 이 목록에 ᄄᆞ르면, 앞에서 등장한 몽상가들이 옳았다. 과학은 물리적 실재 전체에 비해 인간의 자연적인 지각이 얼마나 빈곤한지를 드러낸다. 과학은 우리의 결점을 극복하도록 도와준다. 많은 것들이 이루어졌지만,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것들이 훨씬 더 많다." (p.243)


이 책의 원제는 ‘Fundamentals’이다. ‘기본 원칙’이라는 명사이자 ‘본질적인’이라는 형용사 표현도 있다. 과학의 형식은 꽤나 복잡했지만 그 안을 살며시 열어보니 나, 인간, 시간 그 핵심들이 있었다. 


<인터스텔라>가 왜 감동적일까. 사실 영화에 나오는 이론을 이해하는 사람은 몇 안 될 것이다. 그럼에도 인생영화로 꼽고 몇 번씩 보은 이유는 무엇일까. 풍부한 세계를 단순하게 그렸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지구는 풍부하고 단순하다. 카오스 속의 질서, 질서 속의 카오스 그 자체다. 얼마나 많은 현상들이 존재하고 또 그걸 우리는 얼마나 놓지고 사는가. 우리는 그저 ‘다시 태어나고’(서문) ‘집으로 돌아가는 긴 여행’(나가는 글)을 반복할 뿐이다. 


* 이 서평은 김영사 대학생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김영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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