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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동력 -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해내는 힘
호리에 다카후미 지음, 김정환 옮김 / 을유문화사 / 2018년 4월
평점 :
절판
[다동력]은 비교적 작고, 얇은 책이다. 200페이지가 안되며, 사이즈도 여타 다른 책이랑은 다를 것이 없다. 그러나 이 작은 책에서, 나는 내가 지금까지 읽었던 많은 자기계발서들의 가르침을 종합적으로 볼 수 있었다.
우선, 머리말의 “저는 실업가이자, 투자가, 작가인 동시에 우주사업을 비롯해 저 자신도 전부 파악하지 못할만큼 많은 사업을 프로듀스 하고 있습니다. 명확한 직함은 없습니다” 라는 부분을 읽자마자, 얼마전 읽었던 에밀리 와프닉의 [모든 것이 되는 법]이 떠올랐다. 역시나, 에밀리가 말하는 ‘다능인’과 저자가 말하는 ‘다동력’ 사이에선 일맥 상통하는 바가 많았다(관심이 있다면 [모든 것이 되는 법]을 읽어보길 바란다)
사실 일본은 독일과 함께 ‘장인정신’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나라중 하나이다. 전통적으로 한가지에 몰두하는걸 선호하는 국가에서, “한가지 일에만 몰두하지 말고, 동시에 여러 일을 해라!”라는 주제의 [다동력]과 같은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었다는 사실은, 그만큼 시대가 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인터넷이 세계를 뒤집어놓은지 수십년도 채 지나지 않아, 4차 산업혁명이라는 것이 도래하고 있다. 이 세계에선 “평생직업”이라는 단어는 존재하지 않는다. 나는 이제 모든 사람들이 ‘직업’보다는 ‘직능’ 즉, 자신의 능력 자체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한번에 여러 일을 해내는 방법인, ‘다동력’은 현재 자신의 업무를 수행하면서 새로운 ‘직능’을 깨우치거나 수행하는데 아주 효율적인 방법이다. 즉 이 시대에 맞는 라이프스타일이라고 생각한다.
한 분야의 100점이 되지 못하면, 다양한 분야의 80점이 되면 되라는 부분이나(“타이탄의 도구들” by 팀 페리스) 자신의 인생에서 비효율적인 부분을 아웃소싱하라는 부분(“나는 4시간만 일한다” by 팀 페리스) 또한 다른 자기계발서에서 볼 수 있었던 부분이라 놀라웠다. 개인적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어, 가볍게 넘어가는 느낌이 있지만, 하나하나 찬찬히 따져보면 이 책은 굉장히 많은 자기계발서들의 가르침을 담고 있는 책이었다.
또한 그 밖에도, ‘앞에 사람을 두고 스마트폰을 보는 용기를 가져라’나, ‘과제는 얼추 완성만 시키고, 그 시간에 흥미로운 다른걸 해라’라는 부분은 다른 책에서도 보지 못했던 파격적인 주장이라, 상당히 흥미롭게 느꼈다. 우리나라보다도 더욱 보수적 기업문화를 가진 일본에서 이러한 책이 히트했다는 사실이 한번더 놀라워지는 맥락이었다.
이 얇은 [다동력]이라는 책에는 파격적인 아이디어부터, 잠시 잊고있었던 당연한 부분까지 [다동력]을 위한 많은 방법이 담겨있다. 그러나 앞서 말한 너무 얇고, 에피소드 위주로 이루어져 있다는 부분은 이 책의 ‘설득력’을 떨어뜨린다. 그리고 이는 이 책의 상당히 큰 약점이라고 생각한다.
앞서 말했듯이, 나는 자기계발서를 상당히 많이 읽고, 또 좋아한다. 그렇기에 나는 저자의 스토리와 짧은 메시지들에 담긴 교훈을 캐치하고 거기에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자세한 내용은 다른 자기계발서에서 이미 봤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 일반 독자는 어떨까? 만약 [다동력]이 생애 처음으로 접한 자기계발서라면? 저자의 말에 설득당하지 않거나, 아예 메시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가능성도 높다고 생각한다.
물론 가볍게 에피소드 위주로 구성된 책은 독자들에게 가볍게 다가갈수 있고, 쉽게 다양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아마 일본에서 베스트셀러에 오른 이유도 그런 장점과 (일본 기업문화에서) 파격적 메시지들이 잘 어우려졌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과연 일본과는 다르면서, 동시에 많이 닮은 나라 한국에서는 [다동력]이 독자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궁금하다. 쏟아지는 자기계발서 사이에서, [다동력]이 만은 사람들에게 가르침을 줄 수 있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