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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들어 주는 벤치 - 열네 명의 할머니, 한 개의 벤치, 오십만 명을 살린 마음 치유의 혁명
딕슨 치반다 지음, 주민아 옮김 / 판미동 / 2026년 9월
평점 :
“열네 명의 할머니, 한 개의 벤치
오십만 명을 살린 마음 치유의 혁명”
처음 이 책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책 맨 앞에 있는 문구 때문이었다. 할머니들과 벤치로 어떻게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한다는 것인지가 궁금했다. 현대인들은 모두 정신병을 하나씩 가지고 있다고들 한다. 특히 한국 사회에서는 더더욱 그런 것 같다. 전 세계에서 손에 꼽히는 부유한 국가이면서 동시에 사람들이 가장 불행한 국가이기도 하다. 자살률도 높고 우울증 비율도 굉장히 높은 편이다. 어쩌면 우리의 문제를 해결하는 실마리를 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이 책을 한번 읽어보고 싶었다.
✔ 책의 저자는 짐바브웨의 얼마 안 되는 정신의학 전문의 중 한 명이다. 그의 인생은 그가 치료하던 환자 한 명의 자살 이후로 완전히 바뀌었다.
“에리카의 자살, 그리고 순전한 절망감에 자신과 어린 아들의 목숨까지 스스로 끊어 버렸던 스물두 살의 여성 등 내가 만났던 수많은 환자들을 보면서, 정신건강은 단순히 개개인이 기능적 방식으로, 혹은 역기능적 방식으로 각자 처한 환경에 대응하는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더욱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오히려 그것은 공동체 전체가 치유에 접근했는지, 혹은 접근하지 않았는지에 관한 문제였다.”
딕슨 치반다, 『마음을 들어주는 벤치』, 판미동, 2026, p83.
한국에서 흔히 정신 건강 문제는 개인의 문제로 치부된다. 무기력함과 번아웃 증후군은 그 사람의 의지력이 약해서, 우울증은 그 사람의 멘탈이 약해서, 그 사람 개인이 잘못된 것으로 치부하는 경우가 많다. 정신적으로 벼랑 끝에 몰려 있는 사람에게 있는 힘껏 노력해 봤는지 물어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힘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작가는 이게 개인의 문제가 아닌 공동체 전체의 문제라는 것을 알았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므로 공동체를 떠나 혼자 살아갈 수 없다. 다른 사람들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상처를 받기도 하고 치유를 경험하기도 한다. 이 책에 등장하는 많은 이들은 국가 폭력으로 인해, 혹은 공동체에 의해 상처 입고 힘들어 하지만 결국 또 공동체에 의해 치유받게 된다. 이때 가장 큰 역할을 한 게 바로 <우정 벤치>이다.
✔️ 우정 벤치를 처음 시작했을 때 저자는 할머니들의 방식에 의문을 가진다. 할머니들도 나름의 교육을 받기는 하지만 여전히 전문가는 아니다. 정신의학과 학위를 가지고 있지도 않고 그런 연구를 한 적도 없다. 그렇지만 할머니들은 나름의 방법들을 가지고 상처 입은 사람들을 따뜻하게 보듬는다. 환자와 어느 정도 거리를 가지고 객관적인 태도를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저자는 어느새 상처 입은 사람들에게 사람 간의 온기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에 대해 깨우친다.
“누구나 삶을 잘 살아가려면 이제 서로가 서로를 치유하는 일이 꼭 필요하다는 사실을, 공동체의 힘을 중시하는 <우정 벤치>를 통해 몸소 깨달은 셈이다.”
딕슨 치반다, 『마음을 들어주는 벤치』, 판미동, 2026, p178.
그래, 결국 사람이다. 사람에 의해 상처받지만 결국 사람에 의해 치유된다. 현재 우리 사회는 어떤가. 점점 나와 다른 사람은 멀리하고 사회적 약자는 혐오하고 그러다 보니 사회적 갈등은 심화되고 있다. 민감한 주제는 서로 피하고 이야기하지 않으려고 하니 결국 내가 속한 집단에만 있게 되어 갈등이 더욱 심화된다. 세대 간의 갈등도 심각하다. 나이가 많은 사람들은 젊은 사람들이 나약하다고 생각하고 젊은이들은 중년과 노년 세대를 시대에 뒤떨어지는 꼰대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서로 안 좋은 점보다는 좋은 점을 보려 하면 어떨까? 젊은 사람들은 새로운 것들을 받아들이는 데 능숙하고 비교적 열린 마음을 가지고 있다. 나이 많은 분들은 그 나이만큼의 지혜를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에 <우정 벤치> 모델을 들여오면 과연 성공적으로 작동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들기도 하지만 이 사회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갈등이 심화된 사회로 가기 전에 다시 한번 공동체의 소중함을, 사람의 온기를 상기시켜 보면 어떨까? 멀리 떨어져 있는 아프리카의 한 국가에서 일어난 일이지만 지구 반대편에 있는 우리에게도 굉장히 큰 시사점을 남기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