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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외지사 1 - 우리 시대 삶의 고수들
조용헌 지음, 김홍희 사진 / 정신세계원 / 2005년 1월
평점 :
절판
교통 사고로 병실에 누워 있던 중 '많은 현실의 제약을 벗어나 진정 살고 싶은 대로 살아보자' 글귀에 이끌려 단숨에 읽어 보았다.중간 정도까지는 수긍이 가고 그렇게 사는 분들이 부럽기도 했다. 그리고 이런 분들을 찾아 다닌 저자에게도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 읽어 갈수록 저자가 말하는 '방외'라는 것이 너무 저자의 편협된 잣대로 선정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많이 알려진 역술인 박청화씨가 어떤 기준으로 방외지사일까? 그저 밥벌이 일뿐이다. 각양각색의 얼마나 많은 역술인들이 있을까? 그들과 별다를 게 뭐 있으며 우리가 거기서 무슨 현실로부터의 대리만족이나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을까? 품명가도 마찬가지. 그렇다면 '바리스타'는 방내지사인가? 그저 많은 직업 중의 하나인 직업인일 뿐이다. 의사라는 인락한 직업을 버리지 않고 즐기는 하나의 준프로급 '취미'를 운운해서 독자에게 무슨 감동을 줄 수 있을까? 진정한 '방외지사'를 실어 줬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리고 너무 불교나 음양오행 따위에 기준한 인물 선정이 책의 재미를 줄인다. 한마디로 별로 추천하고 싶지 않은 책이다. 말만 번지르하게 꾸민다고 '방외지사'가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그것을 포기하는 대신 자신의 삶을 펼쳐가는 진정한 삶의 방외지사를 꿈꾸는 사람들에겐 약간 실망스러운 책일 것 같다. 다만 삶의 기인열전 정도라면 다소 만족할 수 있을 것 같다.1권을 본 후의 느낌을 적은 것이다.
그리고 글의 흐름과 너무 어울리지 않는 외래어의 홍수가 글읽기를 짜증나게 한다. 거의 모든 쪽마다 보인다.65쪽의 '산세의 로테이션',93쪽의 '독거생활의 워밍업' '무등산의 하이라이트',233쪽의 '펀드멘털은 자비심이다' 등등....쉬운 말 놔두고 왜 그럴까? 그래야 있어 보이는 걸까? 독자의 흐름을 끊고 글이 날리는 느낌을 너무 자주 주는 것 같다.
또 하나 단순한 실수라고 보기엔 너무나 많은 '오자'와 '오류'. 이루 헤아릴 수가 없지만 대표적인 것 몇가지만 보자.
.48쪽/벚나무는 일본에서 들어온 사쿠라와 우리나라 야생 산벚나무로 나누어진다. 개화시기도 다르다.
(이 무슨 소리인가? 벚나무의 일본어가 사쿠라인데…벚나무에는 산벚나무,올벚나무,털벚나무,왕벚나무 들이 있다. ‘소메이 요시노 사쿠라’라고 오늘날 일본이 최고의 품종으로 세계에 자랑삼는 사쿠라의 으뜸은 ‘왕벚꽃’인데, 이는 원산지가 제주도 이다. 저자가 말하는 ‘사쿠라’라고 하는 무엇일까?)
.54쪽, 114쪽/무대포
(영화에서야 맛을 살리기 위해 사용했다 이해 할 수 있겠지만 글로 밥을 먹는 사람이 이 무슨 짓인가? 일본어 ‘무텟포(無鐵)에서 온 가능하면 사용하지 말아야 할 속어가 아닌가? 그리고 꼭 써야 한다면, 정식 외래어로 인정된 것이라면 외래어 표기법에 따라 ‘무텟포’로 적어야 하겠지만, 그렇지 않기 때문에 반드시 따옴표나 낫표로 둘러싸 ‘무데뽀’와 같이 적어야 한다. 비속어나 어법에 맞지 않는 것을 적을 때는 따옴표나 낫표로 둘러싸도록 되어 있다.
‘무작정’이나 '막무가내'라고 하면 얼마나 좋을까? )
.76쪽/배짱이
(‘베짱이’가 맞다.)
.100쪽/주련에 걸린 글씨도 음미해보면…
(‘柱聯’이란 말의 뜻이 ‘기둥이나 바람벽 따위에 장식으로 써 붙이는 글씨’를 말하는 명사인데, 주련에 걸린 글씨 운운하는 것은 저자가 단어의 의미를 무슨 ‘현수막’쯤으로 오해하고 있는 듯하다. 그냥 ‘주련의 글도 음미해보면 좋을 텐데’라고 표현해야 맞을 듯하다.)
.104쪽/민들레
(가장 흔하게 보이는 귀화식물인 ‘서양민들레’와 ‘민들레’를 혼동한 것은 아닐까?)
.112쪽/170cm센티
(중복해 적어야 할 이유가 있을까?)
.152쪽/소라 고동
(‘고동’이 아니라 ‘고둥’이다.)
.163쪽/좋은 물은 물의 분자 구조가 아주 작다.
(과학적인 근거가 전혀 없는 이야기 이다.과학적인 근거를 제시해 보시길...길거리에서 만병통치약을 파는 것도 아니고, 책에서 이런 말을 하는 것은 독자에 대한 결례가 아닐까?)
.166쪽/사시미,자스민
(사시미가 뭔가. 어느 시대의 사람인가? 일제 시대 사람인가? 화가 난다. ‘회’라는 우리 말이 있는 데 ‘사시미’ 라고 하는 이유가 뭔가? 저자가 일본인 인가? 그리고 ‘자스민’이 아니리 ‘재스민’이다.)
.185쪽/K1
(‘K1’이 아니라 공식 용어는 ‘K-1’이다. 정확하게 표기해야 한다. K1소총이 아닌 다음에야…)
.187쪽/해방 이후
(이런 식민 사관의 용어는 자제해야. 달력에도 ‘광복절’이지 ‘해방절’이 아니다. 해방이란 외부의 타의에 의해 자유따위가 주어지는 것이다. 타율적이고 부정적인 의미를 가진다. 예를 들면 ‘노예해방’)
.195쪽/MBA
(MBA의 뜻이나 알고 있는지? MBA가 컨설팅을 하는 건가? 웃긴다. 그리고 한국에서 미국 MBA가 뿌리를 못 내린다는 데 무슨 근거로 그런 용감무쌍한 결론을 내리는가? 그 이유를 설명하는 것을 읽고서는 혼자 읽기에 아까울 정도로 코미디!
도사는 10분이면 해결하는데 MBA는 컨설팅 결과가 1개월 이상 걸리기 때문에 그렇다는 데, 저자는 무식한 것인가? 용감한 것인가?
.204쪽/양수겹장
(‘양수겸장’ 입니다.)
.208/방사성동의원소
(‘방사성동위원소’ 입니다.)
물론 이런 것들이 글 전체에 치명적인 흠이 되진 않겠지만, 글의 진실성을 떨어뜨리고 흥미를 반감시킨다. 짜증이 난다. 고등학교 문예지에 실린 글도 아니고 9,000 원이나 하는 책이 이렇게 무성의해도 되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