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 게바라 평전 역사 인물 찾기 10
장 코르미에 지음, 김미선 옮김 / 실천문학사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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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게바라라는 인물이 우리나라에서 한창 유명세를 타고 있었던 몇 년 전에 나는 전혀 그 사실을 모른 채 살고 있었다. 흥분이 가라앉을 즈음 그에 대해 알게 되었고 그제서야 겨우 그에 대한 책을 읽었다. 700페이지나 되는 책을 읽어낸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게다가 흥미로운 소설도 아니고 한 인물의 전기를 그것도 게릴라로서의 전쟁 무용담이 대부분이었기에 약간은 더디게 읽혔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더디게 읽혔다고 해서 이 책이 결코 따분했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이 책은 아주 흥미로웠고 책의 1/5정도를 읽었을 즈음부터 나는 체게바라의 매력에 푹 빠져버렸다.

얼마 전 ‘느린희망’이라는 쿠바 기행문을 읽은 적이 있다. 책 속에서 본 쿠바는 체게바라를 떼어놓고 생각하기가 힘들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그를 기억하고 있었고 떠받들고 있었다. 쿠바뿐만 아니라 유럽, 아시아의 많은 나라 사람들이 그에 관한 책을 읽고 그를 존경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어떤 힘이 그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그에게 매료되게 만들었을까?

나는 그 이유를 체게바라의 인간성에서 찾았다. 그의 특성을 보여주는 단어들을 나열해 보면, ‘강인한 정신력’, ‘용기’, ‘독서광’, ‘익살스러움’, ‘자립심’, ‘평등함’, ‘범세계주의자’, ‘굳은 의지’, ‘겸손함’ 등을 들 수 있다. 이렇게 나열하고 나니 체게바라라는 사람이 보통사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한 인간이 살아가면서 이 중에 몇 가지도 갖추기 어려운데 그는 이 많은 것을 갖추고 있었다. 나도 이 모든 것을 갖춘 사람이 되었으면 하는 소망이 생긴다.

이 중에서 내가 체게바라의 최고의 면모로 치는 것은 ‘인간평등 사상’이다. 어릴 적부터 집 없는 아이들을 데려와 먹여주고 재워주었고, 의대생 시절에는 나환자들을 자신의 친구처럼 대하고 치료해 주었다. 게릴라 시절에도 자신과 자신의 부하들 사이에 어떠한 차별도 없도록 항상 주의를 했고 포로로 잡힌 정부군들 까지도 인간적으로 대했다. 그는 비록 군인으로서 많은 사람을 죽였지만 군인이 된 이유도 모든 인간이 평등해 져야 한다는 신념 때문이었다. 그의 말에서도 알 수 있지만 그는 결코 전쟁광이 아니었으며 단지 그것이 필요하다고 여겼기 때문에 행했을 뿐이었다. 체게바라는 아마 왜 세상에는 먹을 것이 없어서 굶어 죽는 사람과 먹을 것이 넘쳐나서 그것을 쓰레기통에 버리는 사람이 공존해야만 하는가에 대해서 깊이 고민했던 것 같다. 그리고 그것을 고민에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해결하고자 자신의 몸을 던졌다. 그는 그의 자식들에게 썼던 편지에서처럼 자신의 생각대로 행동하고 자신의 신념에 충실했던 사람이었다. 나 역시 그처럼 내 신념에 충실한 삶을 살고 싶다.

그리고 내가 가장 닮고 싶은 부분은 ‘강인한 정신력’이다. 그의 강인한 정신력을 보여주는 면모는 아주 많았지만 그 중에서도 그가 천식환자임에도 불구하고 그 많은 일들을 해냈다는 점이 가장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조금만 몸이 안 좋아도 일은 커녕 책도 읽기 힘든데 그는 잘못하면 죽을 수도 있는 천식이라는 병을 안고도 그 병을 스스로 다스릴 줄 알았다. 밀림 속에서는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약도 다 떨어지고 오로지 참는 수밖에는 도리가 없었을 텐데.. 그 힘겨움을 이겨내고 대장이라는 지위를 무리 없이 지켜나갔다는 것이 믿기지가 않는다.

책을 읽는 동안 감탄에 감탄을 했다. 체게바라라는 인물에 매료되어 그의 인간성의 10분의 1만이라도 따라가는 삶을 살고 싶어졌다. 체게바라라는 인물을 알면 알수록 내 자신이 한없이 부끄러워졌다. 허약한 정신력에 이기적인 마음, 나태함으로 가득찬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나는 변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누군가는 그렇게 말하지 않았는가. 체는 스스로 연마한 다이아몬드 같다고. 그처럼 나도 나 스스로를 연마해서 세상을 빛내는 빛의 일부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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