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라테
김흥숙 지음 / 서울셀렉션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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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이 참 신선하고 눈이 자꾸 간다. 네 글자의 짧고 명쾌함때문인지 아니면 내가 좋아하는 커피맛을 떠올리게 하는 표지 가운데의 라테 한 잔 때문인지 표지만 바라보고 있어도 마음이 깔끔해져온다. 책 제목과 커피 한 잔의 작은 사진 외에 그냥 여백상태인 미색의 표지가 한참동안이나 나의 시선을 사로잡다보니 본 내용을 읽기까지 사뭇 시간이 걸렸다.  



      '생각라테'라는 제목을 봤을 때는, 단순히 글자 그대로 '생각 + 우유'라고만 여겼다. '생각할 꺼리들로 가득한 책인가보다'라는 생각도 뒤따랐음은 두 말할 것도 없고 말이다. 그런데 우리가 '우유'라고만 여기는 '라테'는 꼭 '소의 젖'만 의미하는 게 아니라는 걸 저자의 설명을 통해 알게 되었다.

        라테는 본래 '우유'를 뜻하는 이탈리아어인데,

        우리말 '우유'는 '소의 젖'을 뜻하지만

        'latte'와 'milk'는 소의 젖을 포함한 모든 '젖'을 뜻합니다.

        '젖'은 갓 태어난 아기가 다른 음식으로 영양소를 취할 수 있기까지

        그를 살리고 키우는 생명의 진액입니다.

                               - 본문 4쪽 인용 -

      저자가 말하는 '라테'의 의미가  '우리를 살리고 키우는 생명의 진액'이라는 걸 아는 순간 묘한 전율이 느껴졌다. 그저 하얀 우유, 고소한 우유, 커피 위에 멋진 작품으로 그려지는 그 우유만 생각했었는데 하루하루 우리 삶의 원동력이 되어 주는 '생명의 진액'이 담긴 생각이 이 '생각라테' 책이라고 생각하니 날짜별로 매일매일 읽게 되어 있는 글의 내용들이 허투루 읽혀지지 않았다. 마치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하루하루 성경말씀이 쓰여져 있는 탁상달력을 한 장씩 넘기며 그 날 말씀을 읽고 읊조리는 나의 아침 의식이 떠오르기도 했다.



       이 책은 2012년 3월부터 2017년 10월까지 tbs 교통방송(FM 95.1MHㅋ) '즐거운 산책 김흥숙입니다'의 '들여다보기' 코너에서 낭동되었던 내용들 중 발췌해서 묶어낸 책이라는데, 무려 5년이 넘는 시간동안 날마다 이렇게 가슴 따뜻한 글을 낭독했을 저자의 우직함에 잔잔한 감동이 밀려왔다. 물론 한 편 한 편의 글들에서 얻는 감동과 깨달음도 있었지만, 5년을 한결같이 글을 쓰고 낭독한 방송원고들의 모음이라는 사실이 주는 감동은 사뭇 컸다. 이렇게 좋은 글들을 날마다 써내려갔을 저자의 수고에 감사함이 절로 느껴지기도 했다. 글을 쓴다는 게 그렇게 쉬운 일만은 아님을 서평을 쓰고 있는 지금 이 순간도 체감하고 있는데 말이다.



       1월부터 12월까지 매일 매일의 날짜 아래에 한 편의 글이 자리잡고 있는 책을 읽던 중 내 생일인 날에는 어떤 글이 있나 궁금해서 먼저 읽어보았다.

     내 생일날에 써 있는 내용이라 그런지, 더 맘에 와닿는 것 같다. 사실 나도 누군가를 위로하는 게 참 어려운 편이다. 자칫 잘못 위로하게 되면 오히려 위로하지 않는 것보다도 못한 일이 되는 경우도 생기다보니. 나이를 먹을수록 위로가 참 어렵다. 그래서 언제부턴가 나 역시 누군가에게 딱히 위로의 말을 못 건네는 상황이 되면 그냥 등을 쓸어내린다던지, 어깨를 토닥거려주곤 하는데, 저자의 말처럼 그냥 안아주는 게 낫겠다 싶다. 말이 하지 못하는 일을 몸이 할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요즘 날씨처럼 마음이 마냥 시리고 추울 때, 이 책을 읽으면 참 좋을 거 같다. 향 좋은 라테 한 잔 마시며 언 몸을 녹이듯, 책을 읽다보면 어느샌가 마음에 온기가 퍼져나갈 것 같은 이 느김.........   내 지인들에게도 이 따끈한 라테 한 잔.....아니 한 권을 설물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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