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야, 어딨니?
마리사 루에다 글 그림, 박가영 옮김 / 도서출판영교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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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느낌이 물씬 풍기는 갈색 톤의 바탕에 사진 한 장이 붙어 있는

깜찍한 표지로 장식된 책을 만났습니다.

표지만 봤을 때는 사진 속의 두 마리 생쥐가 깜짝 놀란 듯한 표정을 짓고 있기에

너무나 갈급하게 친구를 찾는 내용인 줄 알았답니다.

그래서 '과연 친구가 어디에 숨어있기에 이다지도 찾을까?' 하는

걱정스런 마음 반 호기심 반으로 책 표지를 얼른 넘겨봤어요.

 
두 마리의 생쥐가 일기장에게 애기하듯 전개가 되어집니다.

그리고 오른쪽에는 왼쪽 내용에 해당하는 장면의 사진인 듯한 그림이 실려있구요.

두 마리 생쥐는 조심조심 탐험을 시작합니다.

도중에 커다란 날개와 부리를 가진 새도 만나구요.

뾰족한 봉우리에 올라가서 멋진 풍경도 바라보며

망원경으로 동물들을 찾아봅니다.

하지만 아무리 찾아도 동물 친구들은 보이질 않았죠.

갑자기 나타난 커다란 구멍 때문에 할머니의 낙하산을 꺼내서 탑니다.

다시 땅에 내린 두 마리 쥐는 멋진 동굴을 탐험하죠.

하지만 그곳에서도 동물 친구들은 볼 수 없었어요.

두 마리 생쥐는 너무 배가 고파서 커다란 두 개의 바위 사이에 앉아서

맛있는 점심을 먹습니다.

쿨쿨~~ 잠시 낮잠도 자구요.

그런데 갑자기 내리는 소나기 때문에 얼른 집으로 돌아가야 했어요.

동물 친구들을 만나고 싶은 마음은 고이 접어둔 채 말이죠.

^^  이 이야기는 한 마디로 '장님 코끼리 만지기' 였어요.

두 마리의 조그만 쥐가 코뿔소의 엉덩이를 암벽등반하듯 올라가서

등을 지나 귀를 지나 코에서 낙하산을 타고 내려온 거죠.

그리고 다시 걸어가다가 큰 기둥같은 다리를 바위삼아 점심을 먹고

거기에 기대어 자는데 코뿔소의 오줌세례(?)를 받고서야 집으로 돌아갔다는..... ^^

보고 싶은 동물친구들은 구경도 못해보고 말이죠.

그리고 자기들이 여행을 한 곳이 코뿔소의 등이며 코며 다리였다는 사실도 모르고.....

 

우리 예은이....

처음엔 무슨 내용인지 의미를 잘 몰라하더라구요.

그래서 집에 있던 조그만 달팽이 인형으로 역할극을 해보았답니다.

 
엄마 : 분홍달팽이야, 우리 같이 여행갈래?

예은이 : 그래, 파란 달팽이야. 우리 같이 가자~~ ^^

엄마 : 어~~~  낭떠러지야. 낙하산을 타야겠어.

예은이 : 파란 달팽이야, 안 떨어지게 조심해~~

엄마 : 분홍달팽이야, 우리 여기서 좀 쉬었다 갈까?

예은이 : 그래, 우리 여기서 누워서 자자.

 

예은이는 이런 식으로 모든 사물들을 가지고 역할극을 하는 걸 좋아하거든요.

이 역할극도, 별 내용 없는 말을 주고받는데도 너무나 좋아했답니다.

부분을 보지 말고 전체를 볼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행복은 멀리 있는 게 아니라 가까이에 있다.....

이런 메세지를 주는 책 같은데,

우리 예은이에게는 아직 그런 것까지 이해하기엔 무리였구요,

내용 그대로 두 마리의 쥐가 친구를 찾지 못했다는 사실에 안타까워하고,

간단한 달팽이 역할극으로 행복해하는 전형적인 5살 꼬맹이의 모습을 보이더군요.

그래도 충분히 만족합니다.

해마다 이 책을 다시 읽으면서 그 때마다 새로운 느낌을 받아간다면

그야말로 값진 책이 되겠죠?

<친구야, 어딨니?>가 바로 그런 책이었어요.

두고두고 읽어도, 읽을 때마다 다른 감동으로 다가오는 책.....

마음이 차분해지는 이 가을에, 아이랑 읽기 딱 좋은 책이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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