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낭독 - 내 마음에 들려주는 목소리
서혜정.송정희 지음 / 페이퍼타이거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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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한창 영어공부에 빠졌있는 중이다. 글밥이 어느 정도 되는 원서를 읽고 있는데, 그냥 읽는 것이 아니라 온라인 강의를 들으며 내용을 분석하고 문법도 함께 공부한 후, 최종적으로 내가 소리내어 읽어본다. 그냥 읽는 걸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휴대폰 녹음기를 이용하여 내가 소리내어 읽는 것을 녹음한 후, 책을 보며 나의 소리를 다시 들어본다. 처음에는 무척이나 오글거려서 차마 들을 수가 없었다. 물론 평소 내가 아는 나의 목소리는 나의 뇌를 한 번 울려서 나오는 소리이고, 녹음기를 통해 듣는 소리는 바로 듣는 소리이다보니 차이가 난다는 과학적 이론은 충분히 알고 있으나, 그래도 듣기가 불편했다. 내 나이 또래의 여성에 비해 내 목소리가 중저음인 건 알고 있었으나, 녹음기를 통해 듣는 내 목소리는 무척이나 중성적인 목소리였고 영어발음 또한 계속 듣고 있으려니 그야말로 낯부끄럽기까지 했다. 그런데 1주일, 한 달, 6개월, 벌써 1년이 다 되어가는 중인데 시간이 제법 흐른 탓일까? 이제 이런 나의 목소리가 무척 친근해지고 있다. 때로는 매끄러운 발음에 스스로에게 박수를 보내기도 하고, 실감나게 잘 읽는 부분에서는 나도 모르게 어깨가 으쓱거리기도 한다. 이렇듯 점점 낭독의 매력에 빠져가고 있는 즈음에 낭독에 관한 책을 만나게 되었다. [나에게, 낭독]. 제목부터 나를 설레게 한다.



     한때, 기계음같은 목소리로 무미건조하게 내레이션을 들려주며 전국민의 인기를 한 몸에 받았던 '남녀탐구생활'의 서혜정 성우님. 여러 외화의 더빙에서도 자주 들을 수 있었던 목소리의 주인공인 그녀가 후배 송정희 성우와 함께 책을 펴냈다. 각자가 생각하는 낭독에 관한 소회를 차분하게 풀어놓고 있는데 그녀들이 생각하는 낭독에 관해 들여다볼 수 있어서 좋았다.



       낭독을 하면 글이 살아 움직이는 경험을 하게 된다.

자기 목소리를 입히고 본인의 감성을 더해 활자를 입밖으로 꺼내면

그 글은 이미지가 되어 눈앞에 나타난다.

어느새 형상을 갖춘 글은 내가 뱉는 말의 리듬에 따라

빠르게도, 느리게도 움직이며 자유롭게 유영한다.

황금을 두른 고대 사막의 어느 왕이 내 옆에 기대어 무료하게 졸기도 하고,

푸른 여운이 느껴지는 도심의 치열한 야경이 발 아래 펼쳐지기도 한다.

우리가 앉아 있는 곳은 한정된 공간이지만,

낭독을 하는 순간 우리는 글이 그리는 가상의 공간으로 옮겨가는 것을 느낀다.

그래서일까, 낭독을 경험했던 사람들은 하나같이 말한다.

낭독이 자유를 느끼게 한다고.


- p. 24 中 -  (서혜정)



성우를 하면서 감사한 것은,

내 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 내면을 들여다볼 기회가 많았다는 점이다.

10년 동안 성우 생활을 하고 잠시 휴식기를 가졌는데,

그때 다시 나를 돌아보니 과거와는 많이 달라진 내가 보였다.

목소리도 많이 부드러워지고, 말과 호흡에도 여유가 생겼다.

이전보다 사람들과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에도 귀를 잘 기울이고 있었다.

타인의 소리, 그리고 내 소리가 마음에까지 잘 들어왔다.

그 모든 것을 비교해 보니 예전보다 내가 더 온전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나를 들여다보는 과정에서

이런 변화가 생긴 것 같다.

-  p. 71 ~ 72 中 -   (송정희)

 


     ​이렇듯, 낭독을 통해 본인들이 직접 경험해 봤기에 그들은 낭독이 가진 에너지와 긍정적 효과를 많은 사람들에게 전해주고자 전국 강의까지 다니게 되었단다. 그리고 강의에서 사람들에게 전하는 내용을 간략하게나마 책에 소개하고 있다. 내 목소리와 친해지는 방법을 단계별로 안내하는 것을 시작으로 낭독하기에 좋은 글귀들을 책에 실어 두었다. 뿐만 아니라 여러 강의를 다니던 중 자주 받게 되는 질문들을 답변과 함께 소개하고 있으며 끝으로 30일 프로젝트가 함께 실려있다. 그렇다고 거창한 내용이 아니라 해당 일차마다 스스로를 점검하며 동기를 부여할 수 있는 짧은 메시지 형태로 되어 있어서 누구든 부담 없이 낭독에 도전할 수 있을 것 같다.



    서혜정 성우님이 했던 말이 떠오른다.


" 나는 마음이 지칠 때면 소리를 내어 나에게 이야기를 들려준다. 시를 펼치기도 하고, 짤막한 동화책을 꺼내기도 하고, 소설을 읽으며 주인공의 심정을 뱉어보기도 한다. 낭독을 하면 자연스럽게 마음에 소리가 스며든다. 거칠고 메말랐던 마음 바닥에 소리가 빗물처럼 한 방울 두 방울 떨어지기 시작하면 굳었던 마음밭이 물기를 머금는다."


           이제는 삶이 고단하고 지칠 때, 울적하게 웅크리고 있지 않고 낭독을 해봐야겠다. 내가 좋아하는 책 한 권 꺼내들고 아무 페이지나 펼쳐들고 지친 나에게 조곤조곤 낭독해주며 내 자신을 달래주어야겠다. 내 마음에 들려 줄 내 목소리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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