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엠파티쿠스가 온다 - 초연결 시대를 이끌 공감형 인간
최배근 지음 / 21세기북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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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쉬운 책은 아니다. 그도 그럴 것이 사회의 형태가 또 다른 모습으로 변화되어 가는 이 과도기 시대에 우리는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지, 교육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전 세계는 어떤 식으로 변화되어야 하는지 등 앞으로 다가올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내용들이니 쉽지 않은 건 당연한 바이다.

           제조업 중심의 산업 생태계에서 4차 산업혁명이 수반되는 디지털 생태계로의 전환이 점점 이루어지고 있는 요즘인지라 어느 것 하나 허투루 넘겨지지 않고 꼼꼼히 살펴보게 되었다. 그 중 한 대목에서 정신이 번쩍 들었다.

         사람들은 산업사회의 학교교육체제를 유지하면서도 자기 자녀들이 21세기를 행복하게 살기를 바란다. 자녀들이 21세기를 살아갈 수 있도록 사회 환경을 바꾸지 않는 한 시대 부적응자가 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은 외면하고 있다. 바다에서 큰 지진이 나면 조만간 쓰나미가 밀려온다는 걸 예측할 수 있는데 아직 내 눈앞에 쓰나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대비하지 않는 격이다. 쓰나미가 덮칠 때는 피하기에 이미 늦은 상태로 생명과 재산을 잃게 된다. 지금 우리는 그런 상황에 살고 있다. 기성세대들은 우리 자녀들에게 '의도하지 않은 죄악'을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 p. 132~133 -

           2000년 이후 태어나 21세기를 살아나갈 이 세대들은 아무래도 오프라인 위주의 산업 생태계보다 디지털 생태계가 더 익숙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우리 기성세대들은 우리가 배우고 답습해온 대로 이들에게 역시 오프라인 생태계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가르치고 있다. 가정에서도 학교에서도 심지어 사회조차 그러한 상황이다. 그러니 저자자의 표현대로 우리는 그들에게 '의도하지 않은 '죄악을 저지르고 있는 셈이다.

            문득 큰아이가 떠올랐다. 이제 고등학교 1학년. 나와 스타일이 너무나도 다른 아이라 책상앞에 앉아서 공부를 하는 모습을 쉬이 보기 어렵다. 그럴 때마다 아이를 야단치고 나무라기도 하지만 점점 '이렇게 내가 이 아이를 책상 앞에 앉힌다고 과연 진심으로 공부할까 ?'라는 생각이 들며 앞으로 어찌 교육을 시켜야 할 지 참 고민스러웠다. 친구들과 이야기하기 좋아하고, 같이 어울려 다니기 좋아하고, 공부보다는 다른 쪽으로 더 관심을 많이 보여서 엄마인 내 속을 썩일 때가 많은 아이. 오프라인 상이든, 온라인 상이든 무언가를 만들고 기획하길 좋아하고, 미디어 다루기를 좋아하는 아이를 보며 참 많이 절망스러워 했는데, 이 책을 읽다보니 아이에게 한 개의 문만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개의 문이 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1번, 2번, 3번, 4번 등등등 여러 개의 문들이 있는데 그간 난 1번 문만 열려고 두드리고 흔들고 심지어 손잡이를 뽑으려고조차 하며 억지로 문을 열고 있었다.

             저자는 얘기하고 있다. 디지털 생태계에 필요한 인간형은 다른 사람들과 협력하고 그들과 공감할 수 있는 사람. 즉, '호모 엠파티쿠스(Homo Empathicus)란다. 이처럼 21세기가 요구하는 인간형을 양성하기 위해서는 우선 교육방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 차이, 다름, 다양성 등이 발휘될 수 있는 가정과 학교, 사회 환경

         -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을 찾을 수 있도록 다양한 경험의 기회를 만들어주어야 하고,

           잘 하는 것을 발휘하도록 지원해주기

         - 다른 사람과 협력해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자치 역량 키워주기 

             


               4차 산업혁명을 맞이해서 과연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알고 싶어서 펼친 책인데 뜻밖에 자녀교육의 방향과 조언을 얻은 기분이다. 더이상 내 아이에게 '의도하지 않은 죄악'을 저지르지 않아야겠다. 나와는 다른 시대를 살아가야 할 아이가 오늘날 인재상이 갖춰야 할 역량인 '창의성', '비판적 사고', '소통', '협력' 이 4C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옆에서 돕는 도우미 역할을 잘 해주어야겠다고 다짐하며 마지막 책장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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