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법, 변호사가 알려드립니다 동물법, 변호사가 알려드립니다 1
동물권연구변호사단체 PNR 지음 / 리리 / 2020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난 1월에 우리 강아지 보리가 중성화수술을 받았다. 6개월 무렵 하는 게 좋다고 하기에, 만 7개월이 된 시기에 얼른 수술을 시켰다. 암컷이라 수컷 강아지에 비해 시간도 많이 걸리고 회복 시간도 오래 걸린다는 얘기에 같은 여자로서 마음이 짠했다. 수술은 저녁때 한다며 수술 당일 오후 2시 무렵 보리를 병원에 입원시키고 다음날 아침 병원 문 열자마자 보리를 데리러 갔다. 수술받느라 지쳤는지 눈은 풀려있고, 얼마나 울었는지 눈에는 눈물자국이 가득한 보리의 모습을 보는 순간 나도 모르게 눈물이 터지고 말았다. 아무리 동물이라고 해도 내가 주인이라는 이유로 내 마음대로 보리의 생식능력을 없애버린 것에 대한 죄책감, 이렇게까지 고생을 시켰다는 미안함 등 만감이 교차했다. 보리는 어느새 나에겐 딸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막내딸 보리........





           내가 임신했을 때는 길거리에서 임산부만 눈에 띄던 것처럼, 내가 반려견을 키우니 이젠 밖에 나가면 반려동물들만 보인다. 심지어 그렇게 겁내고 꺼려하던 길고양이들에게조차 눈이 간다. 그러다 결국 인터넷 쇼핑몰 쿠*에서 고양이 간식 참치캔을 48개나 샀다. 그게 한 세트라기에 덥석 샀다. 다행히 그렇게 비싼 가격도 아니기에 넉넉히 사두고 가방에 1개씩 넣어다니며 직장에서나 아파트 주변에서 먹이를 찾아 배회하는 고양이들에게 주곤 한다. 나도 드디어 '캣맘'이 된 것이다. 이렇게 변한 나의 모습에 나도 놀랍기만 하다.

           이렇듯 점점 반려동물들을 비롯해서 길고양이, 심지어 유기동물에게까지 나의 관심영역은 확대되어 이젠 유기동물 카페에도 가입해서 비정기적으로 후원을 하고 있다. 사료를 사서 보내기도 하고, 긴급 수술 모금에도 동참하며 이불이나 수건, 배변패드, 장난감 등 유기동물 보호센터에서 절대적으로 부족한 품목들 또한 후원을 하는데, 그래도 여전히 늘어나는 유기동물들을 보면 가슴이 아프다.

           이 책 역시 그런 마음으로 출판된 책이다. 비영리단체인 동물권연구변호사단체 PNR에서 동물학대 등 동물보호법 위반 범죄에 대해 점점 유죄판결이 내려지는 사례들과 함께 동물의 권리와 우리 인간의 역할에 대한 변화를 촉구하는 마음을 모아 이 책을 펴낸 것이다. 책을 읽는 내내 감사했다. 물론 직업에 귀천이 있지 않다고들 하나, 일반인이 동물권에 대해 주장하는 것보다 그래도 법을 다루는 분들이 동물권을 주장하는 것은 누가 뭐래도 그 효력과 미치는 여파가 다름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러하기에 PNR에서 다양한 사례들을 소개하며 우리나라의 현실과 함께 앞으로 나아가고 개선되어야 할 방향에 대해 짚어주고 있어서 반려인의 한 사람으로서 머리 숙여 감사드리고 싶을 정도이다.


PNR은 이러한 최근의 사례들이

우리 사회가 동물의 생명을 존중하고,

동물에게 불필요한 고통을 가하지 않아야 한다는 원칙에

합의해 나가는 중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희 책이 소중한 시간과 마음으로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그리고 동물의 권리와 우리 인간의 역할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시작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 여는 글 中 -





               책을 읽던 중 제일 가슴 아팠던 부분이 있었으니 바로 거위에 관한 이야기였다.


구스다운 점퍼도 알고 보면 무척 잔인한 방식으로 생산된다.

생산력을 높이기 위해 거위가 죽지 않고 살라 있는 상태에서

가슴부터 배 부위의 고운 털을 손으로 뜯어낸다.

털이 뜯긴 거위는 새빨간 속살이 드러난 상태로 3,4개월을 지내다가

털이 자라나면 다시 뜯기기를 반복한다.

이렇게 1년에 3~4번 정도 털을 뽑히고 나면

더 이상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죽어버린다고 하니,

  (   이하 생략  )    

-본문 154~155쪽 -


             살아 있는 상태에서 동물의 신체를 손상시키는 행위이기에 이는 당연히 동물학대 행위가 맞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처벌이 어렵단다. 이유인즉, 구스다운 생산을 위해 농장에서 '사육'되는 동물들에 대한 학대 행위 처벌을 기대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란다. 이 내용들을 읽는데 마음이 참 불편했다. 이번 겨울이 유난히 따뜻해서 패딩점퍼가 잘 안 팔린 탓에 백화점에서 구스다운을 대폭 세일하기에 둘째 패딩을 싸게 사서 올겨울 신나게 입히고 있는데, '우리 아이의 구스다운 패딩 속에 얼마나 많은 거위의 눈물과 고통이 들어있을까'하고 생각을 하니 마음이 아프고 쓰리다.  


           

 

              지난 2018년 3월에 문재인 대통령이 헌법 개정안을 발의했는데, 제38조 제3항에 '국가는 동물보호를 위한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는 내용을 명시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아쉽게도 의결정족수 미달로 폐기되었단다. 미국, 유럽 등의 선진국에서는 '동물을 보호해야 할 인간의 의무'의 측면을 넘어서서 이제는 '권리의 주체로서의 동물'에 대해 논하고 있단다. 물론 최근의 동물관련 사건 판결을 보면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게 보이긴 하나 아직 갈 길이 참 멀다.

              책 속에 나오던 글귀들 중 나도 모르게 주먹을 불끈 쥐며 고개를 끄덕였던 부분이 있었다.


그동안 현실에 분개한 많은 목소리가

사회, 그리고 법률의 변화를 이끌어왔다.

동물권 보장에 대한 강력한 목소리가 헌법개정을 위한 변곡점을 만들어 내고,

그 결과 제10차 개정 헌법에는 '동물권 보장'이라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기를 기대한다.

- 본문 140쪽 -


           정말 꼭 그럴 수 있길 기대해본다. 헌법을 개정하기 어렵다면 그 하위 법인 법률안 개정이라도 좋으니 동물들이 살기 나은 사회가 조금씩 가까워져 오길 손꼽아 기다려본다. 살아 생전 오직 주인 밖에 모르는 반려동물들의 착하디 착한 그 눈동자에 눈물이 맺히는 일들이 더 이상은 생겨나지 않기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