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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사물들 - 시인의 마음에 비친 내밀한 이야기들
강정 외 지음, 허정 사진 / 한겨레출판 / 2014년 6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신청하고팠던 계기는 중2병 말년일 즘, 시에 많은 관심이 있었었다.
회상해보면 유명한 시인들의 이름들을 몰랐지만,
나만의 독특한 세계에 뭔가를 글로 써보려해서 애썼던 것 같다.
정확히 11년 전에 썼던 내 글 중 2개를 발췌해본다.
인생 행보
망망대해에 배를 모는 뱃사공,
내가 지금 나아가고 있는 길인듯 하다.
수없이 난파된 선박과 좌초된 어선들,
아는지 모르는지, 몇 안되는 양철로 된 큰 배들은
그 위를 지나간다.
그들의 손에 얹힐 것인가... 부서질 것인지도...
무언(無言)
실패라는 외압은
내면을 강하게 만든다.
청춘이라는 20대를 들어설 때, 정리가 안되는 수많은 생각들을 끄적인 것 같다.
시인들도 나와 같은 시각을, 생각을 가졌을까.
지금도 그 당시를 생각해서 서평을 신청했는데 우연히 읽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그런데 이 책은 내가 생각과 달리, 시인들이 연이 닿았던 물건에 대한
회상과 기억에 대한 짧은 글이다.
또한 탐구와 비유, 흥미 등의 재미를 불어넣은 글이기도 하다.
의도했던 독서와는 달리 재미있게 보진 못했지만,시인들의 사고력과 지식은 우주와도 같다.
아니면 사전과 언어가 쇠퇴하고 있어서인지 그들의 글은 어쩜 이런 표현을 할 수 있을까 생각든다.
누나의 젖은 머리를 국수로, 위생장갑을 신혼 때 콘돔 대용으로 썼다하질 않나,
그저 그런 성냥에 대한 예찬, 경허 우음 29수(?) 이런 것들을 상상할 수나 있나 싶다.
하지만 이렇게 생각해보자.
우리가 애착하는 비싼 전자기기들이 아닌,
옛 기억들을 헤집어보면, 자신이 애지중지했던 인형부터 시작해서
많은 것들이 있었을 것이다.
지우개 따먹기에서 가장 큰 지우개에 대한 애착,
불량식품에 대해 잔소리에도 불구하고 용돈을 모아 몰래 먹었던 기억,
뭔가를 사고 싶어서 큰 빨간 돼지저금통에 차곡차곡 모았지만 중간에 털려 무산된 지금은 잘 나지 않는 기억.
어머니가 어디 나가실 때마다 귀히 아끼시던걸 꺼내어 착용하셨던 상아색의 동글동글한 진주목걸이와 귀걸이,
우리의 기억들은 많은 것을 생각해낼 수 있지만,
바쁜 세상 속에 살다보니, 추억마저 아련하게 살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은 시인들이 이들에 대한 것들을 회상시키고 있다.
추억을, 기억을, 우리가 살았던 20세기를.
다시는 돌아가지 못하고, 후회해도 돌이킬 수 없는 지금이지만,
주변의 사물들을 보며 추억과 회상에 잠겨보길 권한다.
자신들이 가졌던 사물에 대한 애착을 글로 노래해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