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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해방일지
정지아 지음 / 창비 / 2022년 9월
평점 :
아버지의 해방일지를 다 읽은 후 든 생각은 이런 글을 쓰는 작가님의 성함을 왜 처음 들어보지? 였다. 그 정도로 가독성이 너무 좋아서 술술 넘어가는데 담긴 의미는 또 깊어서 한참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상욱아. 너 하염없다는 말이 먼 말인 중 아냐?"
아버지는 말문이 막혔고 박선생은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49쪽
책 속에서 여러 명대사가 등장하는데 내 가슴에 꽂힌 명대사는 '하염없다'였다. 밤 10시면 곯아떨어지는 신생아 체력을 가진 내게 새벽 3시까지 이 책을 읽게 만들고, 그로고도 모자라 그 새벽에 이 조그마한 책을 붙잡고 하염없이 울게 만든 책,아버지의 해방일지다.
책은 죽은 아빠의 장례를 치르기 위해 오랜만에 고향을 찾는 딸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장례식장을 지키며 아빠의 지인들을 하나 둘 만나며 그들의 입에서 다시 살아나는 아빠와 엄마의 이야기, 딸이 기억하는 가족들의 이야기가 책의 전반적인 내용을 구성한다.
아무리 걸어도 걸어도 끝나지 않는 빨치산 연좌제에 묶인 작은 아버지의 삶, 함박눈이 내리는 그 겨울날 나를 가만히 바라보던 길수 오빠, 이제는 필요 없어진 사진을 건네는 노인, 질 게 뻔한 싸움을 했던 아버지, 아까워 죽겠는 무등산 타잔, 등,, 지금 떠올려 봐도 눈물이 나고 웃기는 삶들로 꽉 찼던 책이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책의 기준 중 하나는 '재미'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정말 재밌다. 재미있는데 감상문의 서두에 말했듯 담고 있는 의미는 묵직해서 우리의 역사에 대해 계속 생각하게 만드는 좋은 책이다.
한 손에 딱 잡히는 크기의 책이어서 부담없이 읽을 수 있으니 아직 안 읽어본 분이 계시다면 꼭 읽어 보시라고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