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부 다 나 때문이야. 아영이 줄줄 흐르는 콧물을 손등으로 닦는다. 비밀로 했기 때문이다. 황순구의 말도 안 되는 폭력을 모두에게 비밀로 했기 때문에 이렇게 되어버린 거다. 황순구가 여전히 건들건들 거리를 활보하며 다니는 동안, 아영은 쥐며느리처럼 거대한 책 기둥 밑에 숨어 지내며, 송곳니가 아영 대신 더러운 화장실로 끌려왔다.p.223
끝까지, 도망치겠다는 겁니까. 그래요, 닥터. 나는 도망칠 거예요. 현실을 정면으로 바라보면서 살아가야 한다니 그건 너무 끔찍한 형벌이잖아요. 나한테는 이 정도가 어울려요. 죄책감도 책임감도 자부심도 없는 이 정도가.p.297
“문둥이라서 사람들이 친정아버지를 죄인 취급했거든…… 아무지은 죄도 없는 소처럼 순한 양반인데 큰 죄를 지은 사람이라도 되는 듯…… 용서받지 못할 큰 죄라도……”나의 아름다운 죄인들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