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렇게 남의 슬픔을 집어삼킨 걸까. 감당도 못 할 거면서.—어쩔 줄 몰랐던 거 아닐까.누나가 고요히 말했다.—슬픔에 짓눌린 사람을 돕고는 싶은데, 대체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 수가 없어서 무작정 삼켜버린 건지도 모르지.—설마 그 정도로 멍청한 이유겠어?내가 되물었으나 누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어찌해야 좋을지 도무지 알 수 없어서. 그 말만을 작게 아주 작게 반복했다.여진 - 안보윤 지음 -
사람들은 내게 말했다. 「그런 상태로 여러 해를 사신다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모두에게, 어머니가 돌아가신 것이 더 나았다. 그건 나로서는 이해가 되지 않는 하나의 문장, 하나의 확신이었다. < 한 여자, 아니 에르노 (지은이), 정혜용 (옮긴이) > 중에서
한편 생각합니다.무의미하다는 것은 나쁜 걸까.소라와 나나와 나기 오라버니와 순자 아주머니와 아기와 애자까지 모두, 세계의 입장에서는 무의미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무의미에 가까울 정도로 덧없는 존재들인지도 모르겠습니다.그래서 소중하지 않은 걸까, 생각해보면 도무지 그렇지는 않은 것입니다.p.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