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사회
한병철 지음, 김태환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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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사회>
저자 : 한병철

처음 나오는 문장인 “시대마다 그 시대에 고유한 주요 질병이 있다.”는 글을 보는 순간. 마르크스의 [공산당 선언]의 글귀가 떠올랐다. 책의 두께가 얇다는 걸 빼면 이 둘은 공통점이 없다. 그냥 내가 처음에 그렇게 느낀 것뿐이니까 니들이 느낄 필요는 없다는 거다.

매우 분량이 작은 책임에도 불구하고 함축적이고 짜임새 있게 구성되어 있다. 하지만 가독성이 좋진 않으므로 만만한 책은 아니다.

독일에서 출간한지 2주만에 매진된 근래 보기 드문 철학책이다. 시대의 핵심을 잘 짚어낸 수작이라는 평가다. 내용을 쉽게 요약할라다가 귀차니즘이 발동하는 관계로 내용을 약간 발췌하여 올리겠다.

…….

21세기의 시작은 병리학적으로 볼 때 박테리아적이지도 바이러스적이지도 않으며, 오히려 신경증적이라고 규정할 수 있다. 우울증,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경계성성격장애, 소진증후군 등..

이들은 전염성 질병이 아니라 경색성 질병이며 면역학적 타자의 부정성이 아니라 긍정성의 과잉으로 인한 질병이다

“귀 귀울여 듣는 재능”은 깊은 사색적 주의를 기울일 수 있는 능력에 바탕을 둔다. 지나치게 활동적인 자아에게 그런 능력은 주어지지 않는다.

인간은 사색하는 상태에서만 자기 자신의 밖으로 나와서 사물들의 세계 속에 침잠할 수 있는 것이다. 오직 깊은 주의만이 “눈의 부산한 움직임”을 중단시키고 ‘제 멋대로 이리저리 움직이는 자연의 손을 묶어둘” 수 있는 집중 상태를 만들어낸다.

“우리 문명은 평온의 결핍으로 인해 새로운 야만 생태로 치닫고 있다. 활동하는 자, 그러니까 부산한 자가 이렇게 높이 평가 받은 시대는 일찍이 없었다. 따라서 관조적인 면을 대대적으로 강화 하는 것은 시급히 이루어져야 할 인간 성격 교정 작업 가운데 하나이다.”

인간은 “어떤 자극에 즉시 반응하지 않고 속도를 늦추고 중단하는 본능을 발휘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정신의 부재 상태, 천박성은 “자극에 저항하지 못하는 것, 자극에 대해 아니라고 대꾸하지 못하는 것”에 그 원인이 있다. 즉각 반응하는 것, 모든 충동을 그대로 따르는 것은 이미 일종의 병이며 몰락이며 탈진이다. 여기서 니체가 표명하는 것은 바로 사색적 삶의 부활이다. 이는 일어나는 모든 일을 그저 긍정하는 수동적이 자기 개방이 아니다. 사색적 삶은 오히려 몰려오는, 또는 마구 밀고 들어오는 자극에 대한 저항을 수행하며, 시선을 외부의 자극에 내맡기기보다 주체적으로 조종한다. 아니라고 말하는 주체적 행위를 통해 사색적 삶은 어떤 과잉활동보다도 더 활동적으로 된다. 실상 활동과잉은 다름 아닌 정신적 탈진의 증상일 뿐이다.

활동성이 첨예화되어 활동과잉으로 치달으면 이는 도리어 아무 저항 없이 모든 자극과 충동에 순종하는 과잉수동성으로 전도되고 만다는 것이 바로 활동성의 변증법이다. 그것은 자유 대신 새로운 구속을 낳는다. 더 활동적일수록 더 자유로워질 거라는 믿음은 환상에 지나지 않는다.

머뭇거림은 긍정적 태도는 아니지만, 행동이 노동의 수준으로 내려가는 것을 막는 데 필요불가결한 요소이다. 오늘날 우리는 중단, 막간, 막간의 시간이 아주 적은 시대에 살고 있다. ‘활동적 인간의 주된 결함’이라는 아포리즘에서 니체는 다음과 같이 쓴다. “활동적인 사람들은 보통 고차적 활동을 하는 법이 없다.[…….]이런 점에서 그들은 게으르다.[……..]돌이 구르듯이 활동적인 사람들도 기계적인 어리석음에 걸맞게 굴러간다.:” 활동에는 다양한 종류가 있다. 기계처럼 어리석게 계속되는 활동은 중단되는 일이 거의 없다. 기계는 잠시 멈출 줄을 모른다. 컴퓨터는 엄청난 연산능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리석다. 머뭇거리는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역설적이게도 활동과잉은 극단적으로 수동적인 형태의 행위로소 어떤 자유로은 행동의 여지도 남겨놓지 않는다. 그것은 긍정적 힘의 일방적 절대화가 낳은 결과이다


……

여기까지다.
우리가 맹신하고 있는 긍정의 오버와 활동 과잉에 대한 문제점을 짚어 내고 나름의 해결방안을 제시해주는 참신한 책이오니 읽으시라 피와 살이 될 터이니….

10,000원. 두께에 비해 졸 비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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