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를 돌보다 - 의무, 사랑, 죽음 그리고 양가감정에 대하여
린 틸먼 지음, 방진이 옮김 / 돌베개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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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한 소설가의 어머니가 돌아가시기까지 그 돌봄의 11년의 시간을 툭툭 쓰면서 그 안에서 벌어졌던 자신의 고민, 먼저 돌아가신 아버지와의 추억, 다른 자매와의 관계, 의사들, 간병인. 그리고 어머니의 이야기와 멀게는 의료시스템 주변의 이야기를 쓴 책이다.


 개인적인 이야기는 하기 싫었으나 어머니를 보내고 쓰려고 하다가 도저히 쓸 수 없다 팬데믹의 시간에 쓰게 된 것이라고 적혀 있다.


 "환자 주위의 가족 또는 가까운 친구 집단에게 쉬운 시간이란 것은 없다."(p.66)


 "자신을 고용한 사람의 집에서 사는 피고용인은 다른 노동자와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그 가족의 습관에 의해 고통을 받고 혜택을 본다."(p.83)


 오늘의 나는 내일의 나를 향해 죽어가고 있다.

 가족 구성원 중 한명의 죽음으로 가는 조용한 여정을 함께 한다는 것은 그 하루조차 버겁다고 생각한다. 아무것도 인식안하고 있으나 인식할 수 밖에 없고, 인식할수록 아무것도 인식안하고 싶어진다.

돌봄의 문제, 가족 구성원들의 견해와 가치의 차이, 그 '처리' 의 문제. 그 현실의 문제를 어떻게 계속 함께 해나가야 할지의 이야기가 나온다.

 다행히 작가의 세자매는 서로 목표지향적이고 협력을 잘하여 서로를 조심하면서 11년의 시간을 보낸다.


 소설가라고는 하지만 가족의 내부 실상을 있는 그대로 공개하는 경험은 정말 쉽지 않았을 것이다. 어머니라는 짐, 가족이라는 짐을 정서적, 정신적으로 겪는 문제를 생생하게 그려낸 점을 공감하였고 가족 구성원 중 누구가 아프면 그 가족은 대체로 어두울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시간이 흐를 수록 그 시간은 점점 더 느려지고 지쳐가고


 "너무나 많은 결과가 예측 불가능하고 우연적이다."(p. 227)


 남들도 언젠가는 겪겠지. 사람으로 생을 하면 죽음은 필연인것을.

 가족들의 죽음을 보며 고아가 되어 죽음을 구하려했고 차라리 깊이 빠져보고

 짐짓 모른척할 수 만 있다면 다 버리고 떨쳐버리고 시고 그렇다고 아는바도 없었고

궁금하다고 해서 알 수도 없었다. 너무나 어쩔 수 없는 결과들이 그 과정의 시간 속에서 흘러갈 뿐이었다. 


 "죽어가는 것은 활동이다."(p.182)


 지금도 매순간 매시간 가족의 돌봄 속에서 힘든 시간을 보내는 이들에게, 그 돌봄의 일을 하고 있는 분들에게, 곧 그런 시간이 올 모든 사람들에게 혹시라도 작은 마음을 건드리는 시간을 느껴볼 수 있는 책이고 잠시 잊고 있었던 나의 20대를 반추해보았다.


 이미 죽은 시간이라 생각했었던 끔찍한 나의 20대. 

 나의 아버지, 어머니와 보냈던 시간들이 새삼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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