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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잣말 - 한지민 그리고 쓰다 누군가의 첫 책 2
한지민 지음 / KONG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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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그림에세이에 빠져있다. 그림에 대해 잘 모른다고 생각하고 살았는데 그림은 뭐 느끼는거니까.

그림이 허세라고 생각했던 지난날들이 부끄럽다.

한지민작가의 그림에세이 혼잣말.

이 책은 한장 한장 넘길때마다 마음이 고요해졌다. 아이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풍경들이 보였다.

아이가 바라보는 마을은 얼마나 크게 느껴졌을까. 눈덮인 그곳에 내 할머니도 내 엄마도 있는것같았다.

내 마음을 끈 그림이다. 복숭아2.

작가는 아버지가 좋아하시던 복숭아를 그리며 얼마나 울었을까. 한획이 얼마나 절절했을까를 생각하니 울컥 치밀어 올라 잠시 책을 덮었다.

내 아버지가 좋아했던 사과도 떠오른다. 유난히 새콤했던 사과를 좋아하셨는데 예전의 난 그게 싫었다. 단 과일도 많았는데 포도나 수박 복숭아 당도가 높은 과일을 멀리하고 아빠는 늘 신 사과를 드셨다. 아빠의 아빠가 좋아했던걸까 아빠의 아빠의 아빠가 드셨던 과일일까. 어릴적 입에도 대지 않던 신 사과를 지금 먹는다. 누가 제일 좋아하는 과일이 뭐냐 물으면 난 사과라 대답한다. 입맛이 변한거라 생각했는데 어쩌면 아빠에 대한 그리움인가보다.

작가가 그린 복숭아는 분홍이기도 붉기도 희기도 빛나기도 한다. 아빠가 가지고 계셨던 여러가지 빛깔이라 느껴졌다.

늘 유쾌했던 나의 아빠, 복숭아의 붉은 결은 홍조가 있었던 내 아빠의 코같다. 복숭아의 통통한 곡선은 내아빠의 배 같다. 복숭아의 흰빛은 유난히 희던 내아빠의 팔다리같다. 복숭아의 부드러움은......보고싶다.

그림에서 마음이 전해진다. 긴 말보다 한장의 그림이 나를 울게한다.

그림 하나하나가 편하다. 보기에 편하다. 해석하지 않아도 되고 애써 이해하지 않아도 된다. 그냥 보여지는대로 알 수 있다. 뒷모습 앞모습 무심히 집중하는 모습 모두 다 편하고 아름답다. 이 책에는 유난히 뒷모습을 그린 그림이 많은데 가만히 보다보면 그냥 앞모습도 알것같은 느낌이 온다.

새로운 감각을 갖게 되나보다. 보이지 않는것이 보이는. 새로운 감각을 갖게된 이 책이 좋다. 앞으로 그림을 보는 취미도 생길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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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은 밤
최은영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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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살아 갈 수 있는 에너지는 어디에서든 온다. 가족이나 사람, 책임이나 사랑, 그리고 의무나 대의. 그리고 그냥 시절로부터도.

'쇼코의 미소' , '내게 무해한 사람' 등 섬세한 작품을 쓰는 최은영작가의 밝은 밤. 이 책 속의 많은 그녀들의 밝지 않았던 밝은 밤에 대해 계속 질문을 던졌다.

큰 짐을 얹고 살아가야 하는 때가 있다. 의도와 다르게 내 삶이 다른길로 간다. 회피는 아니라고 말하지만 정말 아닌지 알 수 없는 주인공 지연이 물의 도시 희령에서 할머니를 만나게 된다.

내가 어릴 적 할머니에게 옛날 이야기를 해달라고 졸랐는데 할머니는 할머니 답지 않게 이야기를 잘 못하셨다. 난 할머니들은 다 이야기를 잘하는 줄 알았다. 실망이 컸다. 결국 할머니에게 아무이야기라고 해달라고 떼를 썼다. 그냥 아무이야기라도. 나는 어떤 이야기를 듣고 싶었을까 그냥 할머니의 관심을 요구한건지도 모른다. 어릴때나 커서나 할머니께 요구한건 관심이나 내가 듣고 싶은 표현이나 칭찬이었다. 한번도 할머니의 삶에는 관심이 없었다. 할머니와 엄마와 나 , 엄마와 딸, 부모와 자식 이라는 불평등한 관계는 표현하기 미안할정도로 누군가의 희생의 깔려있기 쉽다.

결국 인간이 지켜내야 하는 가치와 무게는 같구나. 70년전에는 70년전의 무게가 지금은 지금의 무게가 포장만 다를뿐 인간이 짊어지고 가야하는 길은 같다. 지연의 할머니는 가슴에 어떤 뜨거움을 품고 살아왔을까
한사람 한사람의 긴 역사는 내 앞에 장엄하게 펼쳐진다. 목숨을 걸고 살며 지켜낸 가치들이 나를 겸손하게 했다.

모든 관계에 미련을 두지 않는다는 건 쉽지 않다 내려놓아야 한다는 마음은 매번 새로운 관계에서 무너진다.
기간이 얼마나되는지 알 수 없는 누구나의 남은인생에서 헤어짐을 기쁘고 겸허히 받아들이는 태도일까
삼천이의 외로움이 오롯이 느껴진다.삼천이를 움직이게 하는, 그를 그답게 만드는 에너지원은 무엇이었을까.

모두의 마음을 꺼내어 씻어서 넣어주고 싶다. 세탁기 삶음 코스로도 돌리고 건조로 뽀송하게 말리고 어떤 날 ,상처가 깊을 때는 미지근한 물에 손빨래 해서 다시 넣어주고 싶다. 여러 상처를 안고 사는 여인들. 그리고 전쟁과 가난이 주는 시련들 속에 인내 할 수 있는 마음의 근원은 무엇인지 계속 생각하게 된다. 세상은 예나 지금이나 착하고 성실히 일만 하는 자들의 것이 아니다. 그런 사람들은 착취당하거나 속기 쉽다. 굶고 가난하고 당하는 사람들을 또.다시 움직이고 견뎌낼 수 있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어떤 가족은 싸우고 울고 표현하고 살며 어떤 가족은 짐작만으로도 살 수 있다는것을. 상처는 아무리 보여줘도 이해 할 수 없다는 것을. 떠안고 가는 그런 선택도 존중해야 한다는것을. 나는 치유받는다고 믿었다. 누구나 치유받는 장소가 있고 깨달음을 주는 사람이 있다면 작은 다행일텐데. 항상 인간의 관계가 가장 힘들다. 하지만 우리는 또 인간으로부터 치유받지 않은가. 미처 다 읽지 못한 편지들이 궁금한, 밝은 밤이다.

#밝은밤
#최은영
#문학동네
#북클럽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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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잘되면 좋겠습니다
김민섭 지음 / 창비교육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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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섭 작가의 새책을 하루 모든 일과를 마치고 펼쳤다. 이책은 또 어떻게 나를 위로할까. 코로나로 사람을 만나는 방식이 재편되는 요즘 또 어떤 인연들이 어떤 방식으로 그의 곁을 지나갔을까. 

 요즘 위로가 필요한 순간이  점점 더 많아진다. 우리는 왜 이렇게 지친걸까, 집순이들은 집에 있는것이 좋다고 하지만 집에 있는 순간이 격리가 되는순간 사람들은 또 답답해진다. 끊임없는 격리와 해체 이별 거리감 간격 지금 우리가 있는 곳이 그러하다. 불신으로 더 무장하고 나를 위해 상대는 안전한 상태인지 살핀다. '당신은 지금 안전한가요.. 사실은 내가 불안해서 그래요..' 내 안에 이런 이기심이 있는줄 몰랐는데 정말 개인주의 끝을 보는것 같다. 나에게 지금 필요한건 뭉클한 위로다. 너만 그런거 아니야 나도 이렇다니까 하는 공감이지. 그래서 이 책을 읽게됬다. 지금 이 지구에 살아가는 사람들이 다들  힘겨운 순간들을 이렇게 이겨내고 있어 하는 고백타임. 그 고백들을 듣고 싶었다.

 작가는 선한 사람이다. 전 작품 '대리사회' 나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 를  통해 충분히 알고 있었다.나는 선한 사람들이 손해보고 사는거라고 늘 말했었는데 그래서 사람은 독해져야 한다, 눈을 부릅떠야 한다고. 만만히 보이면 안된다, 말로 기선제압해야 한다고. 물론 내가 이런 공식으로 무장하게 된 경위도 나또한 맘약하고 물컹한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늘 양보했던 사람.게다가 인상까지 순해보이는 사람. 내가 김민섭 작가의 책을 고른 이유는  나랑 비슷한 사람일꺼라는 주파수를 감지해서 인듯하다. 이런 선한 사람들의 세계를 작가는 이사람들만의 시선으로 이야기해준다. 

 특히 김민섭찾기의 과정이 제일 인상적이었다. 작가는 정말 기대하지 않았던 큰 일을 겪게 되는데 정말 이런일이 있을수가 있구나. 하는 놀라움으로 나의 두근거리는 심장소리가 들렸다. 인간이 가진 힘, 인간이 주는 위로와 행동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산다는건 역시 알 수 없는 일이다.

 헌혈을 하는 차가 대학 교정안에 들어왔을때 생각이 난다.  선배들이 지나가는 후배의 팔을 잡곤 했다, 그럴때마다 그게 뭐라고 헌혈하기 싫어서 사실 제가 조금 전까지 술을 마셨어요 하는 뻔한 거짓말을 하곤 했다. 그런 거짓말을 하기엔 너무 환한 대낮이였는데도. 작가의 헌혈이야기를 읽으며 도망 다녔던 내 모습도 떠올랐다. 

 책을 읽으며 나는 도망다녔던 헌혈차 앞에도 서성여보고 김민섭씨도 같이 찾아보고 같이 여행도 한것 같다. 너무 화나서 같이 욕도 해보고 가만 있으면 안되지 하고 소리도 질러보고. 나라도 그런 상황에서는 당황해서 눈물만 날것 같았을꺼야 하면서. 그래도 잘 했네 잘 처리했네.. 우리 할머니가 그렇게 혼자 드라마 보시면서 티비랑 대화하셨는데 내가 할머니처럼 그랬다. 책속의 작가와 세상의 많은 김민섭씨들과 그렇게 소통하면서 읽었다.  감정이 놀이공원을 하루종일 체험한것같이 피로하고도 뿌듯하다. 읽는 내내 감탄하고 또 울컥하고 두근거리며 읽었다. 책 한권을 덮는 이 순간 행복하다는 느낌으로 충만하다. 위로가 되는구나.

그렇지. 지금 이시대의 책은 이래야지. 이렇게 나를 위로해야지. 

아 편안하고 행복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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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내새끼를 건드려 !라고 소리치면서 쿵쾅쿵쾅 뛰어오는 모습이 코뿔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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