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그림책 작가들에게 묻다
최혜진 지음, 해란 사진 / 한겨레출판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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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그림책을 무조건 좋아한다. 이건 이래서 재미있고 저건 저래서 재미있다. 각각의 책마다 모조리 이유가 있고 그래서 아이들에게 다양한 가치도 있다.

그림책이 이 아이들에게 어려울것 같다 라느니 아이들에게 어울리지 않다 라는 판단들은 어른들이 한다. 항상 아이들의 세상에 잣대를 들이미는것은 일부 어른들이다.

세상이 달라졌다. 아이들은 똑똑해지고 생각이 깊어지고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데 탁월해져서 그림책을 보고 자신의 의견을 말하기도 한다. 반면에 어른들은 먹고사는 일이 힘들어지고 지쳐가고 한계나 형식이 없었던 어린시절의 그림책세계로 회귀하고 싶어한다. 요즘 그림책을 아이부터 어른까지 모두 읽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권선징악으로 엔딩하던 라떼시절의 그림책과 다르게 깊은사유도 질문도 해방도 환경도 소외도 공감도 이해도 갈등도 자존도 꿈도 생명도 관계도 아주 내밀하게 잘 표현되 있는 요즘 그림책.

아이들의 그림책을 읽어주다 내가 울었던 기억도 내가 위로 받았던 기억도 있다. 대부분의 부모는 요즘 그러할 것이다. 아이들의 공감도 어른들의 위로도 끌어내는 요즘 그림책 작가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어떤 자기세계를 갖고 있을까. 어떤 가치와 기준으로 자신들만의 길을 갈까 궁금해져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소윤경 작가의 작업실 p.58~59 자유롭지만 정돈되 있는 소윤경 작가의 작업실 사진이다. 사진같기도 그림같기도 한 이 뒷모습 한장도 작품이다. 그림 앞에 앉은 결연한 뒷모습에서 질끈 묶은 머리카락에서 손에 쥔 연필심과 툭 불거진 핏줄에서 예술가의 집중이 느껴진다. 뒷모습조차 무엇인가 표현하는듯한 이 작가는 지금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을까.





p.127 유설화 작가의 책장

유설화 작가의 작품 슈퍼 거북을 읽었을때가 생각난다.

거북이의 노고와 노력들이 애닲게 느껴졌었다. 나를 나답게 만드는것, 나 답다는 굴레는 과연 무슨 의미가 있는지. 타인의 시선을 내려놓는 순간 그 큰 해방감이란 얼마나 나를 자유롭게 하는지 말이다. 이런 작품을 쓴 작가는 도대체 누구일까. 궁금했었다.


<동화는 힘들고 외로운 마을을 보듬고 다시 꿈꿀 수 있게 하는 장르예요.>

p.129 유설화 작가의 말


이런 생각을 하는 작가였구나 그러니 내 마음이 위로 받았구나.

얼마나 힘들고 쓸쓸했는지. 나를 외롭게 하는 것이 오히려 군중임을 깨닫던 순간들이 얼마나 많았었나. 변심하거나 자주 잊는 무심한 사람들보다 한장의 택스트가 오히려 나를 더 쓸어주던 시절, 나는 슈퍼거북을 읽고 편안할 수 있었다.


<온 힘을 다해 뛰어도 우리는 여전히 자기 자신밖에 되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숨이 턱에 차도록 뛰어볼 필요가 있다. 다른 사람의 인정을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라는 사람의 윤곽을 확인하기 위해>

p.143




p.197


'이파라파냐무냐무'를 읽는 도중에 울고 말았다. 내가 울면 아이는 따라 울고는 했는데 10살이 된 딸은 이제 엄마가 우는걸 잠시 기다려준다. 아이는 감동 스팟이 아니었나본데 나는 오해와 설움속에서 힘들었을 털숭숭이의 모습에 울고 말았다.

작가가 강아지를 키우며 있었던 일들에서 계기가 되어 이 작품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겪을 때의 심정이 느껴졌다. 작가의 상황이 텍스트를 통해 나에게까지 전해져 나의 상황이 된다.

우리는 그렇게 소통하고 공감하고 같이 분노해주고 마시멜롱들에게 부탁한다.

제발 그러지 말아줘.

힘들었을 털숭숭이를 안아주고 싶어 털숭숭나서 비닐에 넣어버린 아이의 인형을 꺼내본다.

나도 널 오해했었나보다.

감동적으로 읽은 작품들이 그려진 곳, 계기가 된 사건, 그리고 작가의 작업실이나 다른 이야기들을 읽는 재미가 크다. 내 마음이 움직인 그 이야기의 시작은 어디서 부터였을까. 호기심과 궁금함으로 빠져들게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며 비하인드 스토리를 읽는 비밀같은 연대감, 드라마 엔딩 이후의 엔지컷을 보는 짜릿한 기분을 느꼈다. 작품의 탄생 이야기 그리고 작가의 철학과 가치관. 이 책에서 모두 알 수 있었다.

p.194

이지은 작가를 전시회에서 본적이 있다. 내 아이와 사진도 찍었는데 다양하게 포즈를 취해주었다. 친절한 사람이었다


<경험없이 믿어버리지 않고, 함부로 결론 내리지 않으며, 사건의 여러 측면과 의미를 검토하고 판단하는 시간을 스스로에게 선물하겠다는 결심.유예할줄 아는힘,주체적인 나로서기 위한 중요한 퍼즐 하나를 발견한 기분이다.>

p.201




p.273 노인경 작가의 작품들


노인경 작가의 작품을 처음 본것은 ' 곰씨의 의자'다.

읽고 무척 놀랬던 기억이 있다. 아니 이런 그림책이..

이 책으로 모임에서 토론도 했다. 나는 그동안 어떻게 살아온것인가

거절에 대한 겁이 , 관계에 대한 걱정이 얼마나 나를 스스로 아프게 했는지 직면하게 되는 책이었다. 이 책을 읽으며 이 작가는 심리학자 라고 추측했다. 내 마음을 이렇게 그림으로 표현해주었는데 이거 공부 하지 않은 사람이 이렇게 그릴수는 없다고.

<작은것들을 지켜내고 싶다. 다정함은 얼마나 소중한가. 펼쳐내는 방법은 다르지만 저도 그런 마음으로 그림책을 만들어요>

p.267 노인경 작가의 말


작가들은 특히 그림책 작가들은 좀 다른것 같다. 작은 것을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작지만 가치있는것 약하지만 소중한것들의 의미를 버리지 않으려 한다.

그런것들을 잘 찾아내 잘 포착해 가치를 극대화시킨다. 그렇게 감동으로 연결시킨다.

바빠서 놓치고 가는것들을 작가들은 예의 주시하여 자꾸 잊지 말라고 독자들에게 던져준다.

-그거, 지금 니가 놓치고 가는거, 자꾸 뒤로 미루는거, 잊고 가는거, 버리려고 하는거.

그거 잊으면 안돼. 뭐가 중요한지 잘 생각해라

라고 말 하는것 같다.

이 작가들외에 이 책에 나오는 많은 작가들의 인터뷰들이 다 너무 좋았다. 인덱스를 덕지덕지 붙인 내책은 금방 중고책이 되어버렸다. 이들은 공부하는 사람들이다 .

어떤 사건이 생겼을때 그 사건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고민하는 사람들같다.

아이들에게 혹은 그림책 독자인 또다른 어른들에게 어떻게 전달해줘야 할지 어떤 식으로 바라봐야 할지 항상 고민한다. 사화의 모든 분야에 관심을 갖고 항상 공부하고 메모하고 기억하는 습관들이 지금의 자리를 만든것이다. 고정순작가의 글도 여러번 읽었다. 포기를 않고 정진했던 삶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p.291


권정민 작가의 '지혜로운 멧돼지가 되기 위한 지침서'는 새로웠다. 멧돼지를 바라본 시선부터가 달랐다. 작가는 어떤 사람일까. 어떻게 이런 그림책을 만들 수 있었을까.

이 책을 읽으며 든 생각들은 크게 하나다. 작가들의 시선은 나와 다르다는 것이다.

포기하지 않고 먼길을 돌더라도 결국 도착한다. 오래걸리더라도 말이다.

지금을 살고 있는 내 자신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좋은 책들이 많은 시절에에 살 수 있다니. 이렇게 아름다운 문장들이 많고 이렇게 다양한 시선들이 많고 자유로운 책들을 읽으며 살 수 있다니 참 다행이다.

상상력이라는 우주에서 가치를 발견해주는 그림책 작가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멋있다는 생각뿐이다. 아 정말 똑똑하고 생각도 바른 사람들이 그림도 잘 그리고 표현도 잘해내다니 내 마음도 잘 어루만지면서.

작가들의 다음작품도 기다려진다. 그림책들을 더 열심히 읽어주고 읽어야 겠다.


한겨레출판 서평단 하니포터1기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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