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원에서 국어를 가르치게 되며 교사는 본인이 가졌던 편견에서 천천히 깨어난다. 소년원이라는 곳은 흔히 접할 수 있는 곳도 아니고 일단 범죄와 연결되 있으니 편견이 있었던것도 어쩔 수 없었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런 편견을 깨려고 노력하는것이 중요한것처럼 교사는 다른시각으로 아이들을 본다. 선입견을 배제하고 교실안에서는 국어과 학생으로서, 시를 잘 읽는 소년으로서만 아이들을 본다. 교사는 그렇게 아이들의 내면을 보려고 노력해간다. 처음에 어색하고 떨렸던 교사의 마음이 시간이 지나감에 따라 아이의 좋은 점을 자꾸 발견해주는 쪽으로 흐른다. 너는 나쁜놈이 아니다 라고 말해주는 교사의 마음. 아이들은 국어수업시간 만큼은 징벌을 떠나 평범한 아이로서의 모습을 보인다. 마음이 평온했다. 아이들은 어떤 잘못을 저질렀을까. 이런 생각 그 전에 그 아이들은 어떤 환경에서 살았을까. 어떤 어른들이 이 아이들을 방치 했을까를 고민하는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교사는 시를 가르치는 동안에도 아이들에게 무한 신뢰를 준다. 시를 잘 외우고 교사에게 조심하고 정성스레 편지를 쓰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교사는 가르칠 맛이 났을것이다. 아이들의 수업참여는 고정적이지 않았다. 때로는 징벌방에 집중방에 그리고 다른 일과로 인해 들쑥 날쑥한 아이들은 시간이 될때마다 수업을 받으러 왔다. 오늘은 어떤 학생이 올까 기다리며 오늘은 아이들에게 이런간식을 줘야지 하며 준비하는 존중의 마음들이 곳곳에서 느껴졌다.아이들은 교사가 준 책을 재미있게 읽고 질문을 준비해서 작가와의 만남을 손꼽아 기다리며 읽는 독자에서 행동하는 독자로 활동성을 띄게 된다. 그리고 자기를 스스로 독자로 칭하며 한껏 자존감을 높인다. 독자인적 없는 아이가 읽고 외우고 나누고 책을 아끼며 사랑하고 책을 읽는 시간을 소중히 여기는 진정한 독자로 거듭났다. 이보다 더 좋은 국어교육의 효과가 있을까라고 생각했다. 소년원 안에서의 독서동아리는 밖에서와는 다르게 한계도 있을 수 있지만 이미 읽는 기쁨 책을 가저런히 소장하는 기쁨을 알아버린 아이들은 아마 밖에 나가서도 다른 이의 말을 귀기울여 듣는 사람이 되는 작은 출발점에 서게 되지 않을까. 아니면 소년원 안에서의 착하고 열심이었던 모습을 내어던지고 다시 범죄를 저지르는 아이로 돌아갈까. 인생은 알 수 없다. 다 된것 같지만 다시 도돌이표를 찍을때도 있고 계속 할것 같지만 거기까지가 끝일때도 있다. 아이들에게 읽고 쓰고 작가를 만났던 경험은 아이들 인생에 어떤 방점으로 찍힐까.<그래, 나와 눈을 맞추고 시 스무 편을 외우게 된 늦봄 어느 날, 너와 헤어지면 좋겠다. 그 시들은 네가 살아가게 될 무수한 시간 어지쯤에서 한번쯤은 살아나겠지. 네 안에서 살아날 시가 너의 외로움을 달래주고 너의 시간도 더 깊게 해주고 삶은 고단함을 매만져주면 좋겠구나.>p.29<숨겨두어야 할 사진들을 우리는 찍고 또 찍었다.>p.36교사는 아이들과 같은 책을 읽고 그 책의 저자를 소년원으로 초대했다.외부작가와의 만남은 아이들이 직접 준비했다. 풍선을 불고 질문지를 만들고 책을 읽고 간식을 나누며 아이들과 작가는 책속의 시간을 공유했다. 끝나고 찍는 사진들 안에서 아이들은 작가에게 존경심과 친밀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어디에도 보여줄 수 없는 우리들만의 사진들, 숨겨두어야 할 사진들을 계속해서 찍었다. 찍는 행위라도 몸에 기억해두려는 아이들의 마음일까.<손으로 한번씩 책을 쓰다듬으며 "예뻐요" 라고 말하는 소년의 등어리가 순해진다. 소년의 순한 등어리가 연두풀이 융단처럼 깔린 나지막한 봄날의 언덕 같다.>p.79책 전체에 아이들에게 선입견없이 국어를 가르치려는 마음이 진지하게 드러난다. 인간이 인간을 사랑하는 마음. 재판의 힘든 경험이 악몽처럼 찍힌 아이들을 교사는 시로서 위로한다. 아이들에게 잊어야할 기억중에 하나로 분류될지 모르는 소년원시절의 공부 지만 교사는 그 자리에서 아이들의 마음을 보려고 노력한다. 그 시간만은 아이들이 예쁜책을 쓰다듬는 순수한 마음이 있을거라고 믿으며 바라본다. 아이들은 나를 순수하게 바라봐준 어른에 관한 기억은 아마도 오래하지 않을까#소년을읽다#서현숙#사계절#소년원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