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전 7 - 애장판, 완결
CLAMP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5년 8월
평점 :
절판


고등학교 일학년땐가 이 만화를 참 재미있게 읽은 기억이 난다. 얼마 전 이 만화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읽어보았다. 사람들의 사랑을 파괴하며 서로 사랑하는 것이 불가능한 세상을 만드는 폭력적 권력의 실체가 사실은 사랑이었다는 것은 현실에서는 물론 어느 사회를 통해서도 그 예를 찾아볼 수 없는 만화적 허구다. 권력에 저항하며 사랑을 유지하려는 인간의 몸짓과 권력에 복종하며 힘을 아름다움으로 받드는, 그리하여 그 복종 때문에 자신의 사랑마저 파괴하고 마는 인간의 나약함을 병립적으로 보여주면서 끝내 살아남는 것은 사랑이라는 결론을 내리지만 그 결론에 수긍하기에는 뒷맛이 씁쓸하다. 권력이 결국 사랑에 의해 발생되고 폭력이 사랑을 사수하려는 시도라면, 사랑을 파괴하는 폭력이나 그것에 저항해 사랑을 유지하기 위한 싸움이나 둘 사이에 가치적 차이는 없어지게 된다. 권력은 어느 것이건 타인을 지배하려는 욕망에서 기인하며 결코 사랑에서 비롯할 수는 없다. 권력이 사랑에서 비롯했다는 '성전'의 허구는, 결국 권력을 전복시키려는 시도는 이루어질 수 없다는 패배주의의 다른 표현으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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