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 88올림픽이 열린 해에 태어난 김지혜.그녀는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유언으로 김추봉으로 살아야 했던 운명을 어머니의 목숨건 투쟁으로 김지혜라는 이름으로 탄생 한다. 그런데 김지혜가 그 때는 그렇게 흔하디 흔한 이름이었다니...심지어 중학교에 갔을 때 같은 반에 김지혜라는 이름이 무려 다섯 명까지도 있었더랬다.그래도 난 김지혜의 이쁜 이름이 부럽다. 다섯 명이면 어떠하랴... 이름을 말했을 때 어머 이름 이뿌네요~라면 그 보다 좋은 게 어딨다고...나는 누가 불러도 쉽게 부르지도 못하고 한번에 알아 듣지도 못할 뿐더러 심지어 전화로 이름을 알려 줄 때는 무슨 자에 받침은 똥그라미구요~라는 식으로 다 알려 줘야 했다. 어쨌든 나는 무슨자에 받침은 머구요~라고 알려주며 아직까지 그대로 쓰고 있다. 대신 나의 딸에겐 단 하나 밖에 없는 예쁜 한글 이름을 지어 줌으로서 대리 만족을 느껴야 했다.ㅋ암튼 이상하고 불러지기 싫을 정도의 이름만 아니면 다섯 명이어도 좋고 열 명이어도 난 좋겠다.ㅎㅎ흔하디 흔한 이름의 김지혜는 현재 서른의 나이로 비정규직 인턴으로 매일 복사기를 돌리고 의자를 까는 일을 반복한다. 정규직이 되길 바라고 오층짜리 빌라의 오층에서 살길 바라며 다가오는 월세의 압박과 인생의 답을 찾아야 한다는 불안을 맥주의 한 모금에 섞어 삼켜 버린다.이규옥이라는(이름만 보면 여자라 느끼겠지만) 이름의 곰같이 생긴 남자 인턴이 들어오고 그로인해 무료 강좌(허울뿐인 무료 강좌)를 듣게 되면서 고무인, 남은주(일명 남은)을 알게 되고 자연스레 이들은 어울리게 된다.(참 이들의 이름도 남같진 않네ㅋ)고무인, 남은, 김지혜 이들은 사회의 약자들이며 부당한 대우에도 감히 반격할 용기 조차 없는 이들이다. "억울함에 대해 뒷 얘기만 하지 말고 뭐라도 해야죠. 내가 말하는 전복은 그런 겁니다. 내가 세상 전체를 못 바꾸더라도, 작은 부당함 하나에 일침을 놓을 수는 있다고 믿는 것. 그런 가치의 전복이요." - 68p이들은 약자를 악랄한 사기술로 착취하는 구조적 모순에 경범죄로 보기엔 약하고 명예훼손이라 칭하기엔 너무 짧고 애매한 장난스런 반격을 매주 벌인다. 왠지 재밌으면서도 통쾌하기도 한 어쩜 대리만족이라고나 할까?ㅋㅋ"그래서 이젠 편안해지고 싶은 것뿐이에요. 꿈 같은 거, 하고 싶은 거 따위 생각할 필요 없이 남한테 치이지나 말고 하루하루 편안하게 살아 보고 싶어요. 치열하게 살라는 말. 치열한 거 지겨워요. 치열하게 살았어요. 그런데도 이 나이가 되도록 이래요. 그러면 이제 좀 그만 치열해도 되잖아요." -169p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마 김지혜의 말처럼 하루하루를 치열하게 살아가지 않을까 싶다. 사십이 되어도 오십이 되어도 심지어 정년퇴직을 해서도 치열하지 않으면 남은 평생을 편히 살기엔 불안한 세상이지 않은가...내가 금수저로 태어나지 않는 한...대기업이라는 큰 벽앞에선 이들의 존재는 너무나도 미미하고 작다. 거의 없는 사람이나 마찮가지였다. 늘 소리치고 있는데도 없는 사람 취급, 인생과 게임에서 지면 없는 사람 취급이다. 가슴이 아팠다. 용써봐야 아무것도 아닌게 된다는 게...책을 읽다 보면 이들의 작은 반란이 시작 되고 나름 통쾌함을 느끼면서 앞으로의 더 큰 반란을 기대했는데 기대는 거까지...많이 아쉬웠다. 그래도 이들의 반란이 큰 변화를 일으키지 못했지만 용기를 냈다는 거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지금의 나야 결혼을 하면서 전업주부로 살고 있지만 지금처럼 경기도 안좋고 취업도 하기 어려운 때에 매일매일 출근 할 수 있는 회사가 있다는 건 복이 아닐까라고 나름 생각해본다. 물론 좋아서든 아니든 간에 내 자리가 있다는 건 큰 위안이 아닐까...어쨌든 이시대의 김지혜 씨처럼 치열하게 사는 모든 사람들에게 힘내라는 응원과 박수를 보내고 싶다.